[반기문 승부수]‘개헌 프레임’으로 역습…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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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승부수]‘개헌 프레임’으로 역습…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1.26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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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패권주의자’ 낙인 찍고 개헌 고리로 제3지대 규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개헌 반대론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반기문이 승부수를 던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국민 65% 이상이 개헌을 지지하는데, 제1당이, 그 당의 후보가 되실 분이 개헌은 안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개헌론’을 꺼내든 모양새다.

이날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프레임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19.8%로 문 전 대표(29.1%)와의 차이가 전주보다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지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현 지형에 변화를 주는 것이 불가피하고, ‘개헌 대 反개헌’ 구도는 반 전 총장이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패권주의자 문재인’ 낙인찍기

우선 개헌론은 문 전 대표를 ‘패권주의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지금까지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 가운데 개헌에 반대하는 인물은 문 전 대표가 유일하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조차 문 전 대표를 ‘호헌세력’이자 ‘기득권 패권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개헌론을 꺼내들 경우, 문 전 대표에 대한 反 개헌주의자 이미지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관측이다. 지난해 6월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20대 국회 개헌사에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을 당시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9.8%는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국민과 유력 대권주자 대다수가 동의하는 개헌론에 문 전 대표만 반대하는 개헌 대 反개헌 구도는 ‘문재인 대세론’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16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제일 무서운 건 개헌론”이라며 “어차피 개헌 찬성 쪽도 방법론은 다 달라서 막상 개헌 이야기를 시작하면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깨기 위해서 뭉친 개헌 연대는 대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도 반등 모멘텀 마련

한편으로는 지지도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귀국 후 일주일이 반 전 총장 지지도의 최고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때 문 전 대표를 상회하던 그의 지지도는 2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20%대마저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반등의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개헌론이 악화일로(惡化一路)에 놓인 반 전 총장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 관훈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은 “제게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문한다면 답변이 궁할지도 모르는데, 경제·사회 문제를 총리가 전권을 갖고 할 수 있다면 협치(協治)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내·외치 분리를 주장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의원 등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처럼 개헌을 원하는 제3지대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규합할 경우 대권 경쟁을 지속할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충청 정가의 한 관계자는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캠프 쪽에서도 생각보다 지지도가 너무 안 나와서 걱정이 많은 걸로 안다”며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대를 통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세력과의 연대가 반 전 총장의 ‘비장의 카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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