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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음악의 또 다른 시도 '콰드로 누에보'
2017년 03월 29일 (수)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크로스오버란, 일정한 경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어떤 문화를 말한다.ⓒ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필자는 과거에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짜장면
뭐가 들기는 들었는데
네 검은 속은 아무도 몰라
하지만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
가장 싼 가격으로
너는 아주
느끼하게 해결해줘”

이 졸작의 시에 나타난 그대로 짜장면은 시커멓고 무엇이 들었는지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기름진 음식에 대한 배고픈 자의 욕구를 아주 싼 가격으로 해결해주는 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에 가면 실제 짜장면이 없고 또 있어도 비슷하지도 않다. 다시 말해서 중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퓨전 음식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짜장면은 근대사가 만들어낸 크로스오버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이와 비슷한 것은 탕수육도 있다. 19세기 말 유럽인들이 중국에 와서 맛본 중국 요리는 입에 전혀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중국 음식과 유럽 음식의 ‘섞음’으로 달달하고 고소하게 유럽인들의 입맛에 새로 맞춘 음식이 탕수육이다. 이 역시 당시의 퓨전이자 크로스오버 음식이 아닐까 싶다.

◇ 크로스오버란?
사실 크로스오버라는 의미는 일정한 경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어떤 문화를 말한다. 따라서 그 경계를 넘나들며 섞이는 것들이 지금은 모든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학문에서도 그런 것은 심화되어서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그것을 ‘통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교수가 이 말을 처음 한 것은 아니고 그의 스승이었던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1929~)이 사용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한 말이다.

지금은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여러 분야에서 아주 다양하게 마치 ‘조자룡의 헌 칼’처럼 사용된다. 심한 경우, 잘 모르면 크로스오버이고 성격이 불분명하면 크로스오버라고 가져다 붙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용어도 퓨전(fusion), 하이브리드(hybrid), 컨실리언스(consilience), 컨버전스(Convergence) 등이라고 다양하게 불린다.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교차’나 ‘융합’이 되지만 조금 고상하지 못하게 표현한다면 이른바 ‘짬뽕’인 것이다.

◇ 음악의 크로스오버
그런데 크로스오버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분야는 단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흑인들의 블루스 음악과 백인들의 컨트리 음악이 융화되어서 ‘로큰롤’이 만들어졌고, 또 1960년대 말에는 록과 재즈가 서로 넘나들면서 ‘재즈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장르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랩에 재즈가 섞이면 ‘재즈 랩’, 록이 섞이면 ‘랩 록’이 됐다. 이렇듯 ‘섞음’과 상업성이 크로스오버 음악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 이유는 음악의 장르가 정체되어 상업성이 떨어질 때마다 바로 크로스오버 음악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사례로 드는 대표적인 것들이 마일 데이비스의 ‘재즈 록’이고 또 가요와 클래식, 팝과 클래식, 재즈와 클래식의 접목들이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가요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이동원과 박인수의 ‘향수’, 팝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Perhaps Love’,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는 Yehudi Menuihin, Yo Yo Ma, 조수미의 재즈 연주 등 수없이 많다고 하겠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굳이 상업적 이유에서 이루어졌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음반 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새로운 마케팅이나 고객의 창출에 기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크로스오버라는 ‘섞임’의 음악들이 순수음악의 영역과 깊이를 때로는 희석시키고 모호한 위치로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는 넘어가야할 일이다. 아무리 ‘머니가 머니머니 해도 최고’라고 하는 고도의 상업화 시대와 신자유적(?)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새로운 장르의 넘나듦
여기 소개하는 독일의 재즈 연주자들은 바로 이런 크로스오버의 또 다른 시도를 보여주는 음악가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크로스오버는 두 가지 장르를 넘나드는 그런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서너 가지의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라고나 할까. 아무튼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다. 우선 생각해볼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크로스오버의 음악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그리고 대륙 간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라는 점이다. 섞여있는 음악의 장르는 재즈, 아르헨티나 탱고, 빌스 뮈제트(아코디언 중심의 왈츠),  아라베스크 음악, 발칸 스윙, 발라드, 플라멩코, 지중해 음악 등 다양하다.

먼저 이들에 대해서 간단히 호구조사를 해 본다면 이렇다. 콰드로 누에보(Quadro Nuevo)는 세계음악과 재즈라는 영역으로 우선 분류할 수 있는 그룹이다. 1996년 결성된 이들은 독일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들이 지금까지 3천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해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탄탄한 음악성과 원숙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른바 재즈 뮤지션들이 범하기 쉬운 ‘풍신나지도 않은 애드리브의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만의 리그’에 멈춰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같이 즐기는 월드뮤직적인 재즈를 구사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 콰드로 누에보의 명반으로 꼽히는 <Mocca Flor>표지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명반 <Mocca Flor>
물론 그들도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1996년부터 거의 8년 동안은 명성은 있었지만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들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2004년에 내놓은 명반<Mocca Flor>가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명실상부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이 음반은 ‘유럽 임팔라 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그 중 ‘독일 월드뮤직 차트 1위’를 기록한 것과, ‘독일 재즈 차트’ 3위를 기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해 독일 앨범 차트 100위 안에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음반의 성격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 이름이 '콰드로 누에보' 이듯이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4중주단이다. 물론 멤버*는 기본적으로 4명이지만 늘었다 줄었다 하기도 한다. 거기에 하프를 연주하는 여자 한 명이 끼었다 빠졌다 하면서 마치 떡국의 지단이나 김 고명처럼 장식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유명세를 타게 한 음반은 단순히 말해서 아랍식 재즈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즉 아라베스크 재즈라고나 할까.

중후한 섹소폰 소리로부터 시작하는 첫 곡 'Miserlou'는 서부 지중해 지역의 전통 음악의 일종이다. 최초 이 곡은 1919년 Bint Misr 라는 이집트 사람이 작곡한 것이고 1927년 이후 그리스, 아랍(벨리 댄스용),  아르메니아, 페르시아, 터키, 유태 버젼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또한 1946년에는 '한 사람의 피아노 듀엣'이라는 별명을 가진 피아노와 실로폰 연주자의 연주가 히트를 했고, 1964년 이후에는 벤쳐스, 비치 보이스 같은 당대 최고의 밴드들이 연주해서 잘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연주자들이 주요 레퍼토리로 수없이 이용하고 있다.

두 번 째 수록곡  ‘O Sarracino'는 1958년 Renato Carosone가  부른 깐쪼네 음악이다. 아랍식 재즈로 다시 태어난 이 곡은 아랍의 댄스곡으로 자주 연주되기도 한다. 

세 번 째 곡 'El Choclo' 역시 아주 유명한 탱고 음악이다. 곡명은 '옥수수 속대'를 의미한다. 이 곡은 1903년 아르헨티나 탱고 작곡가 Ángel Villoldo가 쓴 것으로 후일 미국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음악으로 편곡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리아치들이 연주하는 전통적인 탱고의 하나로 길거리에서는 수없이 연주되고 있다.

아무튼 여기 수록된 14곡을 모두 소개한다면 끝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편곡되고 연주된다.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 음반 표지에 나오는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뱀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드는 소프라노 색소폰 소리에 그저 넋을 놓기도 한다. 또한 톡톡 튀는 클라리넷 연주, 그리고 끈적한 반도네온 소리와 스타카토로 줄을 타는 기타 연주는 시간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  콰드로 누에보의 최고명반으로 꼽히는 <달콤 쌉싸름한 탱고(Tango Bitter Sweet)>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달콤 쌉싸름한 탱고>
이들의 음반은 1998년에 낸 'Luna Rossa'로부터 2010년에 낸 'Grand Voyage'까지 모두 10장 정도에 이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후에 두어 장의 음반을 또 냈을 것이다. 그것을 다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재벌도 아니고 어떻게 그것을 다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딱 두 장만 산다. 골라낸 두 장 가운데 한 장은 앞서 소개한 것이고 이제 꼭 들어봐야 할 나머지 한 장이 있다.

2006년 내놓은 이 음반은 이들 연주 중에 단연 백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실제로 앞서 소개한 음반 보다도 훨씬 많은 상을 받은 음반이다. 음반명은 〈Tango Bitter Sweet〉. 우리말로 번역하면 '달콤 쌉싸름한 탱고' 쯤 된다. 들어보면 정말 달콤 쌉싸름할까. 아니다. 그냥 달다. 필자가 가끔 "애인이 예쁘면 침도 달다" 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정말 이 음반은 음악이 달다.

이 음반의 대표곡은 첫 곡이다.  'L'Été Indien'이라는 곡명은 '인디언의 여름'이라고 해석된다. 인디언은 시원하게 여름을 나는지 어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땀이 나서 끈적하지만 착착 감겨오는 색소폰과 기타, 그리고 아코디언 선율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 번째 수록곡인 'Petite Fleur(귀여운 꽃)'는 본래 1952년 Sidney Bechet가 작곡한 색소폰 곡으로 지금까지 이 곡을 레코딩한 연주자만도 30여명에 이르는 명곡이다. 때문에 듣는 순간 너무나도 익숙할 수밖에 없다. 클라리넷  소리가 마치 물 흐르듯 흐르고 뒤 따르는 피아노 연주와 어코스틱 기타의 반주가 서로 손잡고 흥에 겨워 신나게 탱고를 춘다.

표제곡인 네 번째 수록곡 'Tango bitter sweet'는 장난기 섞인 악기들의 놀이 속에 간간히 카바레 음악처럼 색소폰이 혼자 제비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춤을 추기도 한다. 느낌은 전혀 쌉싸롬하지 않고 그저 달다고나 할까. 사랑하는 애인의 침처럼? 이 대목에서 웃는 분들 좀 수상하다.

샹송이 탱고로 재탄생한 곡들도 있다. 다섯 번째 수록곡인 'Paroles Paroles' 와 열한 번 째  수록곡인 질베르 베코(Gilbert Becaud)의 'Et maintenant(그리고 지금)'는 본래 샹송의 고전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곡이다. 이런 곡들이 이들의 손에서 독특하고도 달달하고도 묘한 모습의 탱고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수록곡이 많다. 모두 18곡이나 된다. 귀 기울여 들어볼만한 곡들은 'Mude Sonne'   'Isla de las mujeres(이슬라 데 라스 무헤라스 : 멕시코 카리브 해의 최대 휴양지 이름)' 그리고 현란한 기타 연주가 일품인 'Afternoon', 끝으로 러시아의 하탸투란이 작곡한  발레 음악 'Sabre Dance(칼춤)' 등이다. 이  마지막 곡은 본래 코카서스 지방의 전투적인 음악이나 어찌 들으면 림스키 코르사크프의 '왕벌들의 비행'과도 약간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무튼 이 두 장의 음반은 콰드로 누에보의 연주 가운데 최고의 음반임에 틀림없다. 딱 두 장만으로도 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또 섞고 새로운 음악을 재창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짬뽕'이라는 느낌 보다는 '교차'  '융합'  '재창조' 라는 느낌이 깊다. 또 '그들만의 애드리브 잔치'를 벌이지 않고 정중하고 젠틀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콰드로 누에보의 음악은 '짬뽕'이라는 느낌 보다는 '교차'  '융합'  '재창조' 라는 느낌이 깊다.ⓒ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주>

* 사회생물학 : 새로운 종합(Sociobiology : The New Synthesis) (1975) 

*멤버

1. Mulo Francel: Saxophones, Clarinets

2. D.D. Lowka: Acoustic Bass, percussion

3. Andreas Hinterseher: Accordion, bandoneon

4. Evelyn Huber: Harp, hammered Dulcimer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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