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TV토론] 홍준표, 안보 프레임으로 절반의 성공
스크롤 이동 상태바
[2차TV토론] 홍준표, 안보 프레임으로 절반의 성공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20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격 치중 탓에 비전 보여주지 못해…한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두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프레이밍 전략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 뉴시스

존재감은 줄었지만 실리는 챙겼다. 19일 열린 두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프레이밍 전략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번 토론에서도 대통령 후보로서의 중량감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따른다.

두 번째 토론회에서 홍 후보가 주로 사용한 단어는 ‘노무현, 박지원, 대북송금, 햇볕정책, 개성공단, 국가보안법’ 등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겨냥, 이념을 기준으로 지지자를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 지지자 중 17%가 문 후보를, 48%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역시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40%씩의 지지율을 몰아줬다. 이러다 보니 홍 후보가 보수·진보 간 가치관 차이가 가장 문제들을 이슈화해 지지층 ‘분리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홍 후보는 문 후보의 대북관(對北觀)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수층 탈환’에 나섰다. 그는 국가보안법, 햇볕정책, 개성공단 등 이념별로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져 문 후보를 공략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보수는 유지, 진보는 폐지를 주장하며 대립하는 사안이고, 햇볕정책과 개성공단은 이른바 ‘퍼주기 논란’으로 보수·진보 간 이견이 큰 문제다. 문 후보의 유화적 대북관을 테이블 위로 올려, 보수·중도보수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기자와 함께 TV토론을 시청한 야권 관계자는 홍 후보의 질문을 듣고 “문 후보가 외통수에 걸렸다”며 “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상대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어딘지를 제대로 알고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 후보에게는 ‘DJ정부 계승자’라는 이미지를 씌우는 프레이밍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씨가 대북 정책에서 대통령이라는 말도 돈다”거나 “박지원 씨는 대북송금하고 친북 인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인데, 어떻게 사드 배치 당론을 바꿀 수 있나”라며 안 후보를 몰아붙였다. 안 후보 뒤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있고, 박 대표는 ‘DJ정부의 실세’이므로 안 후보는 호남 정권이자 진보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안 후보를 문 후보의 ‘대항마’로 믿고 지지하는 영남·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홍 후보의 노력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높은 평점을 매기는 분위기다.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차 토론회에 대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홍 후보”라며 “실리를 챙겼고, 자기 존재감을 지지자들에게 부각시켰다”고 평했다.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기 지지층을 대단히 만족시킬 수 있는, 자기 지지층은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위 높은 발언만 쏟아낸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 하에 보수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토론을 펼쳤다는 의미다.

반대로 ‘투톱’인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상처는 입혔을지 모르나, 대선 후보로서의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앞서 가는 후보를 공격하는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같은 날 <YTN>에 나와 “3약 후보들이 돋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로 유력 후보들을 공격하는 스나이퍼, 저격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중량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지지율에 반전이 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선 야권 관계자 또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궁지로 모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너무 공격에만 집중해 정작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면서 “이런 식으로는 문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을 안 후보에게로, 안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을 문 후보에게로 이동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