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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와 김명수가 남긴 것
<기자수첩> 여소야대 국회, 협치는 선택 아닌 필수
2017년 09월 22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여소야대라는 제20대 국회의 무거운 질문이 정부여당을 강타한 사건이다 ⓒ 뉴시스

11일 표결. 출석의원 293명.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2표, 기권 1표. 부결.
21일 표결. 출석의원 298명, 찬성 160표, 반대 134표, 무효 3표, 기권 1표. 가결.

9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9월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사법부 수장 공백’ 가능성은 깨끗이 지워졌다.

야3당이 김이수 후보자를 ‘부적격’이라고 공격한 근거는 이념적 좌편향성과 군 동성애 옹호 등이었다. 야3당이 김명수 후보자에게 ‘부적격’ 딱지를 붙인 이유는 ‘진보성향’으로 꼽히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는 점과 동성애 차별 금지를 주장했다는 점 등이었다.

이름만큼이나 상황도 비슷했던 두 사람의 ‘운명’이 갈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계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때로 돌려보자. 당시 문재인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던 안희정 후보는 ‘대연정’을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물론, 필요하다면 바른정당이나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안 후보는 “대연정은 식물정치 식물국회가 되지 않기 위한 대안이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180명 찬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는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과의 어떤 대연정에도 찬성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내놓지 못했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당시 문 후보가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 정부여당을 강타한 사건이다. 제20대 국회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지닌 의석수는 121석에 불과하다.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설 수 있는 180석은커녕, 과반인 150석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이수 후보자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민의당을 자극했던 추미애 대표는 지난 1일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처리가 무산되자 “헌재 권능을 무력화하는 데 국민의당도 결과적으로 도와주는 꼴이 됐다는 데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민의당을 재차 겨냥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협치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 “더는 형제의 당이 아니다. 땡깡 부리고, 골목 대장질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신(新) 삼당 야합으로 적폐세력이 기세등등해졌다”고 거들었다. 이제 겨우 임기 4개월을 지난, 121석짜리 여당의 반응치고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반면 김명수 후보자는 달랐다. 앞선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출국 전 직접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임명동의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19일에는 추 대표가 ‘땡깡’ 발언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21일에는 추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붙잡아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누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은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협치 의지에 응답한 결과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지율을 통한 국회 압박’으로 풀어냈다. 그러나 아직 제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2년8개월은 너무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야당이 지지율에 겁먹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지지율은 영원하지 않다. 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5.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로 밀어붙이는 정부는, 지지율이 사라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느리고 힘들더라도 국회를 설득하는 정도(正道)를 걷는 쪽이 장기적으로는 현명할 수 있다. 그리고 여소야대에서의 정도는 ‘협치’가 유일하다.

121석에 불과한 정부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힌트는 김이수 후보자와 김명수 후보자가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여당의 행동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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