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우유·파스타·컵반…미투상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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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파스타·컵반…미투상품 '잔혹사'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10.2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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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CJ제일제당 햇반컵반과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바나나맛 젤리 제품 이미지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미투(Me-too) 상품 갈등이 또 한 번 번졌다. 최근 CJ제일제당은 오뚜기와 동원 F&B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미투 상품은 인기를 끄는 원조 제품을 모방한 상품을 말한다. 그간 식품업계에서는 미투 상품 범람과 이를 둘러싼 비방이 계속돼 왔다. 이를 두고 원조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베끼기’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CJ제일제당이 즉석밥과 국·덮밥을 결합한 형태의 자사 상품을 비슷하게 따라해 제품을 판매한 경쟁사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컵반의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를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 행위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재판장 김형두)는 지난 23일 CJ제일제당이 오뚜기와 동원F&B를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한 ‘오뚜기 컵밥’ 등 제품의 생산·수출 등을 금지해달라”며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국·탕·덮밥 등을 컵라면 모양의 일회용기에 담고 그 위에 즉석밥을 끼워 얹어 판매하는 컵반을 판매했다. 동원F&B는 같은해 5월, 오뚜기는 같은해 9월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재판부는 “컵반은 기존의 빈 컵라면 용기와 유사한 형태의 메인 용기에 즉석밥을 뚜껑으로 삼아 결합한 것으로, 이미 즉석 국·탕·라면 용기나 즉석밥 용기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라며 “부정경쟁방지법은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의 모방 행위에 대해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식품업계에 만연한 ‘미투 관행’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동원 F&B와 오뚜기 측은 “예상한 판결이며 주장한 내용이 법원 결정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식품업계의 미투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원조 논란 공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송까지 불사하는 모양새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빙그레가 자사 바나나맛우유 디자인과 유사한 바나나맛젤리 제품을 제조한 다이식품, 한국금차도, 준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빙그레는 이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김용대)는 결정문에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외관형태, 디자인 등이 독특하고 지난 1974년 출시 이래 이를 일관되게 사용한 점,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사 제품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점 등을 비춰 볼 때 출처표시기능과 아울러 주지, 저명성을 획득했음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통해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모양과 디자인이 빙그레의 고유한 브랜드 자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자사의 브랜드 자산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제과업계 1·2위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이 맞붙었다. 롯데제과는 오리온이 리뉴얼한 ‘더 자일리톨’의 제품 용기 디자인이 자사의 ‘자일리톨’ 제품과 유사하다며 디자인 사용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오리온에 보냈다. 이에 오리온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4년에는 팔도의 ‘불낙볶음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삼양식품이 팔도를 상대로 “비슷한 라면포장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샘표와 대상 청정원은 파스타 제품 콘셉트를 놓고 분쟁을 벌였고,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박을 터뜨리자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허니버터 감자스틱, 허니통통 등 유사 제품이 한때 40여개까지 출시되기도 했다. 

이같은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제품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 등이 꼽힌다. 더욱이 원조 제품 개발사가 소송전에서 상표권 침해를 인정받는 경우도 적다. 미투상품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비용을 투자해 제품을 개발한 선두 업체 입장에서는 다소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멀리 볼 때 업계 전반적으로 신제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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