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까지 ‘캠코더’… ‘적폐청산’ 정권서도 ‘정피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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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까지 ‘캠코더’… ‘적폐청산’ 정권서도 ‘정피아’ 여전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2.28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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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 손봉상·조민주 선임
기업銀, 김정훈 사외이사 등 잇따라
文정권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 고리 못 끊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지난 12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손봉상 (주)남경이엔지 상무이사(왼쪽)와 조민주 변호사(오른쪽)를 비상임이사에 임명했다. ⓒ 한국주택금융공사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현 여권과 관련 있는 소위 '정피아'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의 비상임이사 직까지 속속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캠코더’ 인사처럼, 정부가 권한을 가진 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의 임명 또한 정치권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정작 정부에 의해 강화되고 있는 민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자격기준과 비교돼 귀추가 주목된다.

비상임이사는 공기업에서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않는 비상근이사를 말한다. 사기업의 사외이사에 해당된다. 비상임이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법률적·재무적·경제적 지식을 동원해 처리한다. 주로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언론인, 퇴직관료나 기업인 등이 맡는 이유다.

금융공기업의 비상임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금융위원위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의 경우, 비상임이사의 직책인 사외이사 역시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 추천과 은행장 제청 후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의하면 지난달 22일 금융위 산하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최상현 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최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대구시당 북구갑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민주당 중구남부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 산하 또 다른 준정부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2일 손봉상·조민주 등 2명의 비상임이사를 선임했다.

알리오에 따르면 손 비상임이사는 현직이 (주)남경이엔지 상무이사지만, 2010년 부산 사상구의원 선거에서 당시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었다. 손 비상임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을 맡았던 2010년에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지냈다. 변호사인 조 비상임이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었다.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사외이사로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겸 운영위원을 선임했다. 민주금융발전네크워크는 전·현직 금융기관 임원과 교수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지지한 금융전문가 조직이다. 한국금융연수원 감사실장을 역임한 김 사외이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연수원지부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출신으로 알려진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고문도 기업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된 바 있다.

금융공기업의 비상임이사에 여권과 관련된 정피아 낙하산 인사들이 선임되는 것은 비단 현 정권 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금융공기업의 비상임이사 중 3분의 1이 ‘친박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기여 했거나,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들이었다.

일례로 2016년 3월 29일에 선임된 신용선 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의 선전국장과 교육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같은 날 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에 함께 선임된 서정환 창원대 교수는 새누리당 경남도당에서 공천관리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작년 1월 6일 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았으며, 17·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신보의 경우, 2016년 3월 29일에 선임된 임무성 비상임이사는 국회 비서관을 지냈으며, 2015년까지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한 '보은인사'로 금융공기업 비상임이사 자리까지 나누는 것은 전문성 시비와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고 있다. 동시에 일각에선 현 정부가 '적폐 청산'의 명분으로 기관장의 퇴진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권력과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폐 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한 낙하산 인선은 조직 내부의 전문성 논란 못지않게 국민여론과의 마찰 또한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시사오늘>이 만난 한 공기업의 관계자는 “정권 창출 기여도에 따라 공기업의 주요 요직을 마치 전리품처럼 나누는 것은 늘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정권의 향방에 따라 공기업의 임원진이 바뀌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여파는 조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에 재임하던 시절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는 선임 절차가 불투명하고 잘못을 해도 책임을 추궁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 보니 전문성 없는 인사들의 낙하산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비판하며 "공공기관의 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화 하고 실효성 있는 책임 추궁 수단을 만들어야 하며, 금융 공공기관도 민간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준용해 전문성 없는 인사가 이사로 임명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적폐 청산과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현 정부의 설득력 있는 대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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