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한국당, ‘돌파구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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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한국당, ‘돌파구가 없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5.02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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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열 구도에 유리한 이슈도 없어…북한발 훈풍에 바람도 잠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C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수행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21.1%로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 초반대의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남은 시간 동안에도 한국당에 호재(好材)가 될 만한 이슈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들이 “선거는 막판 한 달이 중요하다”면서도, 자신감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어려워진 보수 연대…분열 구도 이어져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의 3대 변수를 ‘구도·이슈·바람’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 구도 형성은 선거 전략의 출발점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지난 3월 한 칼럼에서 “현 상황에서 야권이 기대할 수 있는 변수는 ‘바람’이지만, 바람이 불려면 먼저 구도가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善戰)하기 위해서는, 일단 여권과 일대일로 맞붙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충고다.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정설(定說)로 통한다.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遲遲不進)한 데다,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양당이 전혀 다른 정체성을 내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평가절하한 것과 달리, 바른미래당은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신중론’으로 한국당과 거리를 뒀다. 양당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대북관에서도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바른미래당이 이번 일(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당과 차별화에 나선 것 같다”며 “저쪽(바른미래당)의 목표는 한국당을 소멸시키고 보수 대표로 자리매김하는 것인데, 기회를 잡았으니 가급적 우리 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꼭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라기보다, 애초에 두 당의 선거 연대는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진보 대 보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복지 이슈 잠잠…대북 이슈는 여권에 유리

판세를 뒤집을 이슈도 많지 않다. 통상적으로 진보와 보수는 ‘대북관’과 ‘복지’를 사이에 두고 맞서는 경향이 강했다. ‘보수 결집’을 최대 과제로 내세우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주된 패턴으로 ‘위장평화쇼’와 ‘퍼주기 복지’를 외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 대표는 1일에도 부산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이) 위장평화쇼에 매달려도 우리는 민생을 향해서 다가가야 한다”거나 “좌파 경제정책으로 자영업자가 파산 직전”이라며 전통적 레토릭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그러나 두 이슈 모두 한국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대북 이슈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주도권을 틀어쥐었다.<C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 수행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64.7%가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에서도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20%포인트 이상(13.8%→39.6%) 높아졌다. 전반적인 여론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이 될 만한 이슈가 적지 않다. 다만 시행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 아직까지는 ‘대통령을 믿어 보자’는 인식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난달 24일 <폴리뉴스>와의 좌담회에서 “(국민들이) 개별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됐다는 판단을 해도,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진정성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바람’도 기대 못 해…‘개인기’에 희망 거는 한국당

이러다 보니 한국당 쪽에 유리한 ‘바람’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을 무기삼아 정부여당을 몰아붙였지만,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아예 댓글조작사건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진 분위기다.

오히려 북쪽에서 불어오는 ‘훈풍(薰風)’이 정부여당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역사상 처음 있는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으로 예정돼 있는 데다, 판문점에서 회담이 개최될 경우 ‘국가적 이벤트’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정부여당에게 유리한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2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까지 남아있는데, 현실적으로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면서 “후보들 스스로가 개인 능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선거에는 잔뼈가 굵은 분들이니 그 분들을 믿어보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새 인물보다는 인지도가 높고 조직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진용을 짠 게 잘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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