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빌딩] 한국당의 성쇠(盛衰) 함께한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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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빌딩] 한국당의 성쇠(盛衰) 함께한 그 곳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7.0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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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당선부터 대선·지선 참패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자유한국당은 7월 중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옮기기로 했다. 사진은 한국당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제거되기 전(좌)과 제거된 후(우) 한양빌딩의 모습 ⓒ 시사오늘

1995년 7월 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를 은퇴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복귀를 선언했다. DJ는 “오랜 시간 숙고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비판을 받더라도 당과 국정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행동하는 양심’을 신조로 살아온 제가 택할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3년 만에 정치 무대로 돌아왔다.

DJ는 1995년 실시된 제1회 지방선거에서의 선전(善戰)을 바탕으로,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을 끌어들이면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다. 당시 DJ는 새정치국민회의 당사(黨舍)가 들어설 곳으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양빌딩을 낙점했다. 그리고 2년 뒤, DJ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제15대 대선에 참여, 사상 첫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

‘대세론’을 형성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낸 만큼, DJ의 선택 하나하나가 호사가(好事家)들의 관심거리가 됐을 터. 이때부터 한양빌딩은 ‘정치 명당(明堂)’으로 이름을 날린다. 그리고 2003년 이곳에 둥지를 튼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이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하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양빌딩은 모두가 인정하는 명당으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까. 1997년과 2002년, 두 번 연속 정권을 내줬던 신한국당·한나라당은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한양빌딩 입주를 결정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당사 이전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까지 한양빌딩 입주에 심혈을 기울였고, 2007년 6월 당사를 한양빌딩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당에 자리 잡은 효과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양빌딩으로 당사를 옮긴 2007년부터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켜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왔으며,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면서 정권을 연장했다. 중간 중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양빌딩에 자리를 잡은 2007년 이후 10년 가까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전성기를 누렸다. 

▲ 내달 당사 이전이 마무리되고 나면, 한양빌딩에는 여의도연구원만 남게 된다 ⓒ 시사오늘

하지만 2016년부터, ‘한양빌딩 명당설’은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새누리당은 ‘최소 과반, 최대 180석’을 예상했던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122석에 그치는 참패를 당하며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걷는다. 그로부터 몇 달 뒤에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창당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기에 이른다.

2017년 초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을 겪었고,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연이은 참패를 당했다. 한양빌딩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양빌딩 시대’의 막바지에 모두 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임대료가 월 1억 원에 달하는 한양빌딩을 떠나, 7월 중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우성빌딩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미 한양빌딩에서는 한국당의 플래카드가 제거된 지 오래다.

상도동계로 분류되는 한 노정치인은 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한때 정치권에서는 한양빌딩이 ‘금계포란(金鷄抱卵)의 명당’이라는 말이 돌았다. 금계포란이란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풍수지리학상 최고로 길한 자리다. 그러나 제아무리 명당이라도, 분노한 민심의 바람을 바꿔낼 재간은 없다. 어쩌면 한양빌딩에서 한국당이 경험한 성쇠(盛衰)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을 남긴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한양빌딩 외에도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입주를 원하는 명당자리가 몇몇 존재한다. 1997년에는 DJ,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차려졌으며,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 있었던 대하빌딩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자리 잡았던 금강빌딩과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꾸려진 용산빌딩도 명당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명당 중 하나인 대산빌딩에 캠프를 뒀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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