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돌아온 홍준표, 차기 당권 도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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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돌아온 홍준표, 차기 당권 도전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9.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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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여론 좋지 않아…전당대회보다는 재보선·총선 겨냥할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건너갔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홍준표가 돌아왔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건너갔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홍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함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홍 전 대표의 말을 ‘정치 재개 신호’로 받아들인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정계로 돌아올 시점에 대한 예상 역시 대략 일치한다.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 이전, 그러니까 향후 3~4개월 이내다.

한국당 대권 주자들에게 차기 당권이 갖는 의미는 더할 수 없이 크다. 다음 총선은 2020년 4월이다. 그 전에는 이렇다 할 선거가 없다.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다면, 이변이 없는 한 2020년 총선 공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20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힘을 쓸 수 있다는 건 곧 2022년 대선을 대비한 우군(友軍)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는 사람은 2022년 대선으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을 획득하는 셈이다. 홍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겨우 3개월 만에 급히 돌아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한국당 내부 분위기는 약간 다른 듯하다. 1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정치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내다봤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홍 전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평가가 많이 나빠졌다. 보수는 원래 실력과 품위, 안정감으로 가는 건데, 그걸 다 포기하고도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져버렸으니…. 뉴스 보니까 제명 이야기까지 나오는 모양이던데, 진짜로 제명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당내 분위기가 이만큼 안 좋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 지난 14일 최병길 비대위원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든 당원이든 당의 품위를 훼손하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규정이 있다”며 6·13 지방선거가 참패로 끝난 상황에서 후임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반성과 책임이 아니다“라고 홍 전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심지어 ‘복당파’ 중 한 명으로 홍 전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김성태 원내대표조차 JTBC <썰전>에 출연해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영향력 행사하는 건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면서 “꼭 미국에서만 행복한 시간을 더 가질 필요가 있나. 고향 창녕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지내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 전 대표도 직접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쯤 되면, 지는 싸움에 나가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무턱대고 (전당대회에) 나섰다가 떨어지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전 대표의 발언 역시 미묘한 데가 있다. 귀국장에서 그는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면서도 “당권을 잡으려고 정치를 새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또 “친박들이 (내가 당권에 도전할까 봐) 겁이 나는 모양”이라면서 “이제는 친박들과 아웅다웅 싸울 입장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상황을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 때처럼 마땅한 주자가 없으면 과감히 뛰어들겠지만, 당내 여론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재·보선이나 총선을 겨냥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 역시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같은 날 기자와 만난 그는 “내년 전당대회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전당대회에 출마할) 명분이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비대위 잠깐 세웠다가 자기 자리에 다시 올라가는 꼴이다. 당내 여론이 드라마틱하게 변해서 지난 대선 때처럼 홍 전 대표를 불러내는 수준이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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