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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남북관계, DJ·노무현 때보다 더 좋은 호기”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37)>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국회의원
2018년 11월 15일 14:17:15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2018년은 한반도 역사에 남을 해다. 분단 이후 72년간 단 두 번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이, 올해만 세 차례나 열렸다. 아직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확정짓기엔 이르지만, 인상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남북교류의 급물살 배경에 대해, 1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에 연사로 초청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려줬다. 박 의원은 5선 의원·각종 당 요직을 거쳐 국회부의장까지 지내며 '작은 거인'으로도 불리는 여권의 중진 인사다. 박 의원의 이날 강연도, 비교적 짧았지만 대신 그 내용은 꽉 차 있었다.

   
▲ "한반도가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러가지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정상회담을 비롯해 올해 일어났던 일들만 해도 남북간에 최근 관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죠. 크게 4가지 정도가 그렇습니다." ⓒ시사오늘

박 의원은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지난 주말에 봤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시대와 지금 우리의 형편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당시는 미·일같은 해양세력과 중·러같은 대륙세력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충돌했던 불행했던 역사죠. 그렇다면 요즘의 한반도 정세는 어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마 전 누군가 제게 "미·중 무역전쟁이 오래 갈 것 같습니까, 아니면 머잖아 끝날 것 같습니까"라고 물어왔습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이건 간단히 끝나지 않을 싸움입니다. 단순한 상품전쟁, 관세전쟁, 무역전쟁이 아니라 21세기의 패권을 둘러싼 기존 강대국 미국과 신흥 강대국 중국의 패권싸움입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하죠. 기존 강대국은 반드시 신흥 강대국을 견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길어진다면, 이 해양과 대륙의 큰 싸움 속에서 한반도는 또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걱정됩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그 근거로 강연의 주제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네 가지 상황을 설명했다.

"한반도가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러가지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정상회담을 비롯해 올해 일어났던 일들만 해도 남북간에 최근 관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죠. 크게 4가지 정도가 그렇습니다.

 우선 과거엔 남북간관계만 개선이 됐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은 트랙이 한개였죠. 지금은 남북간 관계 개선 뿐 아니라 북미간 관계 개선이 함께 돌아가고 있습니다. 궤도가 두 개인 소위 '투트랙'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한반도에 평화가 장착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남북간 관계개선·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공감대 확산이 그것입니다. 지금 그 중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좋은 조건이 됐죠. 과거 남북이 북핵문제로 잘 나가던 분위기가 깨진 것이 두 번입니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가 있었죠. 그때는 '통미봉남'이라고 해서 우리가 참여도 못했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2003년 제2차 북핵위기는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심지어 의장국이 중국인 상황에서 우리는 육분의 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사실상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다음으로 정상회담 시기입니다.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임기 중반, 혹은 후반에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합의를 실천할 수 있는 기간이 적었던 거죠.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에 합의를 하면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습니다.

세 번째로는 회담방식이 다릅니다. 과거 6자회담은 차관보급이 나서서 회담 후 정상들이 추인하는 일명 다운-탑(down-top)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탑-다운(top-down)방식인거죠.

마지막으로는 한·미·북 정상들의 캐릭터입니다. 이 강연의 제목이기도 하죠, 북한부터 우리가 과연 김정은 시대의 북한과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북한을 같이 봐야 할 것인가.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과거의 북한 정권과 연장선속에서 본다면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죠. 합의하고도 깨는, 못 믿을 인물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면서 서구사회가 무엇인가 경험했던 사람이죠. 군사분계선을 넘은 최초의 북한 지도자고, 문 대통령의 방북기간동안 모든 것을 생중계로 허용했어요.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할 수 있는 기회도 줬습니다. 앞선 시대하고는 확연히 다른 북측 지도자로 봐야한다는게 제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볼까요.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했습니다. 말은 그럴듯 하지만 한마디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야당일 때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정책이다. 정부는 더이상 동조해서 뒷짐지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북한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키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거였죠. 제가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결국 핵완성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미국에 넘겼던 결과가 북한의 사실상 완성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면서 더 어려움에 처한 거에요. 그나마 트럼프라는 사람이 있어서 북미정상회담도 열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트럼프는 북핵문제 해결을 자기의 치적으로 삼아야 하기도 해요.

한국은 어떻습니까. 남북정상회담 없었다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했겠습니까. 우리가 최초로 대한민국에 의지와, 협상의 여지를 가지고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제가 여당 의원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당신이 미국과 북한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가 돼 달라'고 했습니다. 불과 1년전 만 해도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해결하 문제지, 남쪽 리더는 낄 자리가 없었던 겁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한계는 있지만, 지금 우리 문제를 해결할만한 상당한 영역을 확보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세 정상의 특성과 노력이 결합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이 함께 열리게 된 호기(好期)인 것이죠."

박 의원은 '우리가 우리의 중심을 가져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남북합의가 순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정대로 실시하려는 이산가족 상봉, 남북철도 연결 기공식 등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죠. 또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도 시일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측에서 속도조절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꼭 생각해둬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가장 큰 우방국이고, 함께 갈 나라임엔 틀림없습니다. 다만 한미공조라는 것이 큰 틀에서 같은궤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꼭 같은 속도로 가라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지금도 야권에서 개성공단의 공동연락사무소 할 때 기름이 얼마 들어갔느니, 어떠한 부분이 위반이니 하는 분들은 주권국가로서 의식이 있는건가 없는건가 생각이 듭니다. 남북문제는 우리가 중심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한 선순환 역량을 기르지 못하면, 처음 말씀드렸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시대인 구한말로 돌아가는 겁니다. 다시금 우리가 우리의 중심을 잃고 남북관계가 어긋나면 그건 강대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남북문제는 우리가 중심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시금 우리가 우리의 중심을 잃고 남북관계가 어긋나면 그건 강대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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