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 월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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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정치, 이래선 안된다
양대 정당 '예산잔치' 횡포, 국민피해 심각
違憲속 실세의원 '민원예산' 밀실담합 고질
'초팽창 예산' 퍼주기 나눠먹기 끼워넣기 야합
청와대 비위의혹 공직 기강문란 정국혼미 가중
적폐청산 국회개혁 국정쇄신 근본대책 시급
2018년 12월 15일 11:05:56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국회와 정치의 파행이 심각하다.

예산안 처리시한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여야 의원들의 민원예산 챙기기와 세비예산 올리기 담함 등 거대 정당들의 '예산잔치' 횡포가 노골적이다. 

물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실세 의원들간에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늘리기 위한 밀실 거래가 되풀이되고, 정작 법안들은 제대로 처리도 못하면서 예산안에서 자신들의 세비인상을 챙기는 '후안무치'도 거듭됐다.

예산안을 두고 극심하게 대치하다가 막바지에 밀실에서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 숱한 안건들을 무더기 부실처리하는 폐습도 관행화 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정기국회는 예산안이 밀실과 졸속 심사로 얼룩지고 법정시한을 넘긴 건 물론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되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또한 실세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이 대거 포함된 국회와 정치권의 파행 탓에 정작 민생을 위한 일자리예산이나 복지예산은 줄어들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 원안보다 대폭 늘어나 국민과 국가재정에 큰 피해을 주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면서도 정국은 일부 주요 정치인들의 단식사태속에 서로 네탓만 목소리를 높히며 다시 극심한 대치가 끝날 줄을 모른다. 연말 정국에 드리워진 암운이 단기간에 끝날 보장은 없다. 정치부재(不在)가 끝이없다.

양대 정당의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최근에는 청와대 내부의 일부 비위의혹과 기강해이론 까지 대두, 정국의 혼미를 가중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지지도가 날로 추락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쇄신 의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처리해야할 과제는 아직도 무더기다. 사법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정기국회 막판 처리가 무산된 '유치원 3법' 등 풀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국회 파행의 극복이 시급하다. 정부여당의 책임론과 정치력 회복도 더없이 요구되고 있다.

엄중한 국회 예산 심의권을 지역구 선심성 예산 놀음에 악용하는 정치권 적폐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지, 여야가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고 정국경색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 국회 기능을 제대로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집단배임’ 졸속 밀실처리, 국가재정·민생 큰 피해

올해 정기국회가 끝까지 실망을 안긴 채 끝났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인 지난 2일을 엿새 넘겨서야 간신히 처리,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하는 오명을 남겼다. 국회 예산심의는 결국 처리 시한을 넘긴 ‘소(小)소위 잔치판’으로 귀결됐다.

야 3당을 '패싱'한 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정당만의 합의로 예산안이 처리되면서 정국은 더욱 경색되게 됐다.

쟁점 법안 처리는 미루고 미루다가 회기 종료 직전에 200건에 가까운 안건을 한꺼번에 밀어내기식으로 처리하는 구태도 반복됐다.

새해 예산안은 애초 정부안보다 9000억원 순감된 469조6000억원 규모다. 국민 등허리를 휘게 할 ‘슈퍼예산’이다.

확연히 대비되는 예산 증감 항목이 있다. ‘복지·보건·고용’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줄어든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전년 대비 SOC 예산이 증가한 것은 4년 만이다. 일자리 예산이나 복지예산을 줄여 생긴 감액분을 주로 힘 있는 의원들의 지역 토목 예산을 챙기는 데 써먹은 결과다.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침체돼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SOC 예산 증액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예산 증액이 사업 타당성 검토나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른바 실세 정치인 입맛에 맞춰 이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거제 개혁 등의 정치 공방으로 예산안이 파행 처리된 것도 문제지만, 어느 때보다 심했던 졸속ㆍ밀실 합의로 내년 국가 재정과 민생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단순히 시한을 넘긴 정도가 아니라 ‘졸속’에 관한 온갖 ‘신기록’까지 세웠다. 470조원이 넘는 초거대 예산안이었던 만큼 여느 해보다 철저하고 꼼꼼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집단과 납세자인 국민의 당부였지만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집단배임’했다.

우려되는 것은 여야가 매번 이런 저런 이유로 예산 심의를 지연시키다 막판에 깜깜이 밀실에서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이는 관행이 뿌리내리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심사의 투명성이다. 두 거대정당이 이번에 예산안을 합의처리한 ‘소소위’나 원내대표 채널은 예산소위와 달리 공식 회의체가 아니어서 회의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정치권이 여론과 언론의 감시권 밖에서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관심사항을 주고받고 ‘쪽지’로 해결하는 '담합'이 가능하기에 비판여론이 거셀 수 밖에 없다.

   
▲ 지난 6일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일자리 예산 감소 SOC예산 증액…자유한국당 담합

새해 예산은 증가율이 9.5%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10년 만에 최고다. 국내외 악재에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국민들 지갑이 홀쭉해지는 와중에 정부 씀씀이만 커지는 형국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일자리 예산의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의 증액이다. 정부는 당초 청년층 실업 등 심각한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4,500억 원의 일자리예산을 편성·제출했으나 국회는 6,000억 원을 감액했다. 내년 청년 및 저소득층의 취업·구직 지원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토목공사를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전년보다 14.4% 축소 편성됐던 SOC 예산은 양대정당 실세의원들의 민원예산 챙기기 등으로 국회가 오히려 1조2,000억 원을 늘렸다.

전체적으로 10년만의 새해 초팽창 예산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세금중독 예산’이라며 과감한 삭감을 자신했던 다짐과는 달리 심의가 정반대로 끝났기 때문이다.

원내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일자리 예산에서 8조원, 남북협력기금에서 5000억원 등 20조원을 깎겠다”고 공언했지만 빈말이 되고 말았다. 실제 삭감액은 9200억원으로, 목표액의 5%에도 못 미친다. 전의를 불태웠던 ‘가짜 일자리예산’조차 삭감액은 6000억원으로, 정부안의 2.5%에 불과하다. ‘깜깜이 예산’ 논란을 부른 남북협력기금도 10% 감액에 그쳤다.

선심성 복지예산 급증도 걱정을 더한다. 보건·고용을 포함한 복지예산 비중은 34.2%로 역대 최고다.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국당은 아동수당 등 복지예산 증액에 오히려 앞장서며 여당과 청와대를 흡족하게 했다. 출산 대책에서조차 ‘영·유아 외래진료비 제로’ 등 현금복지로 치닫는 여권을 견제하기는커녕 퍼주기 경쟁을 벌였음에 다름아니다.

'쪽지예산' 밀실거래 도덕불감증

여야 실세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 민원예산 급증은 실로 문제다.

예산안의 처리시한을 엿새나 넘긴 위헌속에서, 물밑에선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늘리기 위해 '쪽지 예산'을 주고받는, 밀실 거래를 되풀이한 파행의 흔적이 짙다.

SOC 예산 증액의 상당 부분은 이런 민원성 예산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두고 극심하게 대치하다가 막바지에 밀실에서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한 것도 그런 연유다. 양대정당 지도부를 비롯한 이른바 실세 의원들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의원들이 밀실 거래를 통해 본인들 지역구 예산부터 챙겼는데,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다.

내년 일자리 관련 예산 4000여억원을 삭감한 가운데 실세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그렇게 증액한 것은 도덕불감증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취업대란 속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관심 없고 내 지역구 예산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실세 의원들의 탐욕은 실로 맹렬했다. 지역구 민원 예산을 무더기로 증액하는 것은 물론 정부 예산안에 없던 항목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잇속을 챙겼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지역구인 세종시에는 국립세종수목원 예산만 정부안보다 253억원이나 늘었고,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산업기술단지 조성 사업비가 5억원 새로 편성됐다. 예산안 합의의 당사자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강서을의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을 챙겼다.
졸속 예산 심사의 주역인 국회 예산결산특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안상수 의원 지역구에서는 해양박물관 건립 예산 16억원 등 46억원이 증액됐고,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 등이 새롭게 편성됐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지역구 도로 개설 예산에서만 정부안보다 20억원이 늘었고,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예산에서 80억원을 더 챙겼다. 이외에도 정부안에서 증액하거나 사업을 신설해 수십억~수백억원의 ‘쪽지 예산’을 챙긴 여야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국회는 매년 밀실 심사에서 여야의 예산 나눠먹기와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남발돼 왔다. 민주당과 한국당끼리만 예산안을 처리한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그들만의 ‘예산 잔치’는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뒤 닷새 동안 몰래,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욕심은 많고 무자비한” 그야말로 ‘대욕비도(大慾非道)’라 할만하다.

이들 실세의원들의 민원예산 중에는 시급한 현안이나 숙원사업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라는 비공식 회의에서 밀고 당기는 흥정으로 증액·삭감했기 때문에 예산 편성의 효율성이나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때 정부 동의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국회법은 예결위가 예산을 증액할 때 소관 상임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졸속 심사 과정에서 이런 법적인 절차도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이익챙기기…세비인상 파행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익 챙기기도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는 올해(1억290만원)보다 182만원 증가한 1억472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연 4천704만원인 활동비는 9년째 동결됐다고 하지만,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한 국회의원 총 보수는 1억5천176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동결된 국회의원 세비는 이로써 2년 연속 인상됐다. 밀실에서 예산을 졸속 심의하면서 제 밥그릇은 알뜰히 챙긴 꼴이다.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의원들의 '셀프 세비 인상'에 반대하는 청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니 연동제 비례형으로 선거개혁을 하더라도 의원수를 절대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만 하다. 다만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내년도 세비 인상분을 모두 기부 형식으로 반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정당도 바른미래당과 같이 세비 인상분을 반납해야 마땅하다.

예산안 시한위반 악습 - 헌법권위 실추

예산심의가 헌법이 규정한 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 불명예스러운 전통이다.

올해는 특히 심했다. 예산소위 구성부터 2015년 이후 가장 늦었고 4조원 규모의 세입 결손분을 둘러싼 정치 공방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심의 시간을 낭비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예산안 처리 시한에 대해 제50조에서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에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새 회계연도는 1월1일 개시한다. 헌법을 받드는 국회라면 12월2일을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산 심의는 그 전에 완료돼야 한다.

국회는 이걸 번번이 어김으로써 헌법의 권위를 실추시켜 왔다. 2004년도부터 2014년도 예산안까지 단 한 번도 기한을 지킨 적이 없었다. 여야는 헌법과 법률을 헌신짝 걷어차듯 하는 악습을 어김없이 되풀이했다.

그래서 2014년 발의된 국회선진화법은 시한 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오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도록 했다. 예산안이 정쟁에 발목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4년 연속 국회 파행이다. 이 제도가 처음 실시된 2015년도 예산안만 시한을 맞췄을 뿐 이후 지금까지 4년 연속 마감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그나마 2016년도와 2017년도 예산안은 시한을 넘기고 몇 시간 안에 처리됐지만, 2018년도 예산안은 나흘이나 더 지난 후였다.

헌법에 예산안 처리 시한을 규정한 것은 이것이 그만큼 중요한 업무라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만드는 것과 나라 살림을 감독하는 것은 국회의 양대 기능이다. 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가 위험한 것은 필연적으로 졸속·밀실 심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산 통과 직전까지 지역구 민원이라며 SOC 예산을 끼워 넣은 ‘쪽지 예산’도 구태다. 여야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소소위’로 심의를 넘길 때부터 졸속 처리는 뻔한 수순이다.

예산소위와 달리 ‘소소위’나 원내대표 채널은 국회법상 공식 기구가 아니어서 심의내용이 속기록으로 남지도 않는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떻게 조정됐는지 검증할 방법이 사라진 탓에 여야 대표단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물밑 거래로 야합하기 일쑤였다.

동료의원의 쪽지예산 끼워 넣기가 난무하고 정치권 실세의 지역구 예산을 알아서 밀어주는 것이 그동안의 행태였다. 이러니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지 제대로 심사가 될리 만무하다.

선진국 사례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데도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이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집단배임’으로 내모는지 원인을 철저하게 파헤쳐서 개선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들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매년 2월 첫째 주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의회가 회계연도 시작(10월1일) 전인 9월30일까지 8개월에 걸쳐 심의를 거듭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의회는 4, 5개월간 다른 현안보다 우선해 예산안을 심의한다. 영국 캐나다 등은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의회와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예산안 사전 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회계연도 120일 전까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만, 국정감사 등에 밀려 11월이 돼야 심의에 들어간다. 예산안 심의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쟁으로 지난 10년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연 평균 가동일은 15일에 그쳤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나라 살림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는 이런 거듭된 국회파행을 개혁해야 한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를 다른 시기에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주요 국가들처럼 국회 예산관련 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위원회 체제로 운영해 충분한 심의 기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대안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청와대 비위의혹…정국대치 악화일로

양대 정당의 이번 독선적 예산 야합처리 등 파행으로 정국경색도 악화일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고, 여당인 민주당의 '우당'이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바라보는 정부·여당에 대한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국이 장기 경색되고 국회가 할 일을 미루면서 정작 피해는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일부의 비위 의혹 사건은 여야 대립을 더욱 격화시키는 정쟁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이 정쟁으로까지 불붙었다.

공직자들의 비위를 추상같이 감찰해야 하는 곳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이다. 그런 엄중한 곳에서 어이없는 비위가 터졌으니 의혹이 증폭될만 하다.

집권 여당의 자세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쇄신 및 청와대 개혁 여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야 정쟁은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 여부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핵심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청와대의 흐트러진 기강 해이의 책임을 물어 조 수석 경질을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조 수석이 책임질 사안은 아니라며 야당의 경질 요구가 정치적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조직의 수장에게는 부하 직원들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 이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조직을 다잡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수장이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도리다. 더욱이 이번 일은 청와대 기강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조국 수석의 사퇴여부가 정쟁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사태가 정치적 전선으로 확대된 데는 청와대가 초동 단계에서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직원이 경찰 수사 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었다가 적발된 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지난달 29일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원 전원교체를 발표했지만, 파문은 오히려 커졌다. 비위에 연루된 특감반원의 범위와 비위의 내용 등을 놓고 의혹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골프를 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청와대 기강이 무너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비서진의 비위를 감찰하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가히 복마전 수준이다. 지인의 수사정보 수집, 근무시간 골프 향응, 과기부 승진 시도 등의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무 징계도 없이 특감반 전원을 소속부서로 원대 복귀시켜 놓고 검경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만 할 뿐이었다.
그 뿐 아니라 최근 청와대 기강해이는 실로 점입가경이다.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호원의 음주폭행,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의 산하기관 폭언 등 일탈 행태가 청와대 내부에 만연해 있다. 기강문란이 역력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자”며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정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의 자세는 실로 문제다.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사건과 관련, 후속 보도들이 이어지고 여러 설들이 퍼졌지만, 청와대는 국민적 의혹의 증폭에도 "비위로 보도된 사안은 감찰 사안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말 등만 되풀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與 청와대 일방옹호, 국정운영 독선

여당의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비위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조 수석 사퇴 요구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그를 감쌌기 때문이다.

무너진 기강을 조속히 바로잡으라고 누구보다 앞장서 촉구하는 것이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어느 쪽도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백번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조 수석은 “민정수석실 업무 원칙상 의혹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평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던 것과는 판이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조 수석의 경질 논란을 놓고 “야당의 정치적인 행위”, “조 수석은 이 사안과 아무런 연계가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런 분위기이니 여당의 최고위원이 “적폐청산을 위해 조 수석의 건승을 바란다”고까지 했을 정도다.

그 뿐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때 국민에게 고개를 떨궜던 이재정 대변인은 “조 수석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박광온·표창원 의원도 조 수석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국이 꺾이면 촛불정신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조 수석의 책임론을 촛불정신과 연결 짓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민주당도 과거 야당 시절 인사검증 부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랬던 민주당이 여당이 됐다고 입장을 바꿔 조 수석 감싸기에 나선 것은 결코 옳은 행동으로 볼 수 없다. 이는 현 집권세력이 단순한 기강해이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심각한 독선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권부기강 국민원성

이번 일은 청와대의 기강 문란이며 공직기강의 주춧돌이 흔들린 사태다. 특감반원인 수사관이 피감기관인 경찰청을 직접 찾아 지인의 뇌물 사건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캐물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번진 사태다.

청와대가 이토록 허술하게 굴러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참모진의 비위를 쉬쉬하며 은폐하다가 언론에 폭로되고야 마지못해 시인하거나 아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심한 모습이 그것이다. 국가 최고 권부의 기강이 이 지경이니 다른 부처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와대 기강해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드높다. 비위 의혹이 고구마줄기 캐듯 줄줄이 터지는 데다 처리 과정도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를 ‘적폐 정권’이라고 닦아대며 투명성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서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특감반원들도 평일 업무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또 불거져서야 청와대는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하고 뒷북 조사를 요청했다. 사실이라면 뇌물 범죄인데 누군가는 크게 책임져야 할 문제다.

국민적 의혹을 밝히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부터 다하고 보는 것만이 해법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내부 시선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민은 아직 집권 2년이 안 된 청와대에서 왜 이런 기강 해이가 발생하는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와대는 수사당국에 의뢰한 특감반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비위자에 대해서는 법대로 조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있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점에 불거진 이번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경 조사결과를 기다리기에 앞서 청와대가 조사한 이번 사태의 진상부터 투명하게 밝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정국 중대 경고음 - 國政 전면쇄신을

한국 정치가 이대로 흘러가선 결코 안된다. 국회와 정치권 부터 크게 달라져야 한다.

양대 정당 실세의원들의 민원 예산 챙기기 밀실담합 횜포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을 지역구 생색내기에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산증액을 요구한 국회의원 명단을 밝히고 그 증액 절차가 적법했는지 따지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나라 살림살이 검증이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는 적폐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밀실 '쪽지예산'은 국회법과 김영란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파행 책임도 크다.

여야는 비공식 협의체 가동에 앞서 쪽지예산을 배격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 예산 처리 시한조차 지키지 못한 정치권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예산심의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예산 심의의 절대 기간을 보장하고 소소위를 포함한 모든 회의체의 기록ㆍ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엄격한 예산규율을 만들 것을 촉구치 않을 수 없다.

정국경색과 파행을 격화시킨 여권 핵심과 청와대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50% 아래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청와대의 기강해이와 참모들이 보인 일련의 안이한 민심 대응 태도와 결코 무관치 않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강해이를 넘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중대한 경고음으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청와대 기강 문란과 공직기강을 전면 쇄신, 크게 허물어진 국정 분위기를 국민앞에 다시한번 바로 세울 때만이 최선의 해법이 될것임을 강조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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