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수처, 어디까지 와 있나
‘뜨거운 감자’ 공수처, 어디까지 와 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1.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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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검찰권력 분산 위해 신설 추진
한국당 “야당 탄압 도구 악용 우려, 설치 반대”
민주당, 처장 추천권 양보부터 패스트 트랙까지 고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시사오늘 김승종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2003년 3월 9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검사의 질문을 받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 발언은 참여정부 ‘실패한 검찰 개혁’의 상징이 됐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요체는 ‘독립성 강화’였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권력에 종속된 상태였던 검찰을 중립으로 돌려놓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봤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출판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 “정치적 중립성이 해결되면 그 틀 속에서, 말하자면 검찰의 민주화까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러나 검찰은 그리 단순한 조직이 아니었다. 본질적으로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공정성이 담보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통제하기 위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전자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후자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같은 책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줬지만 민주적 통제 부분은 철저하지 못했다”며 “검찰 권한의 민주적 통제, 즉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전면에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 결과, 검찰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다. 전관(前官)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따라붙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발표되지만 견제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봐주기 수사, 표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 검찰의 전횡(專橫)을 지적하는 표현이 언론을 채우는데도 변화의 조짐은 찾기 어렵다. 

▲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를 거울삼아 공수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공수처, 검찰 권력 견제의 상징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 개혁 실패를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문 대통령은 15년 전과 달리 ‘검찰 권한의 민주적 통제’를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한마디로 검찰 권력에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과 기소권 등을 독점하고 있다. 수사권이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를 찾고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기소권은 수사된 범죄 사건을 재판에 넘길 권한이다. 즉, 현행법상으로는 검찰이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해 지휘하고 종결시키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모두 결정한다.

영국 역사가 존 에머리치 에드워드 달버그-액튼(John Emerich Dalberg-Acton)은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이 같은 독점적 지위는 검찰이 권력형 비리사건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내부에서 비위(非違)가 발생하더라도 검찰이 ‘제 식구’를 수사·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어떤 기관도 검찰 구성원의 범죄를 조사해 재판에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공수처를 도입, 검찰을 견제할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수처 관련 법안이 △故 노회찬 의원 안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 △양승조 의원 안 △오신환 의원 안 △송기헌 의원 안 등 총 5건 발의돼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공수처를 설치해 법관과 검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또 오신환 의원 안을 제외하면,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도록 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수정을 가했다. 공수처와 검찰이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윤제 전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방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신설여부’ 세미나에서 “검찰이 그 동안 검찰관련 비리나 정치권과 관련된 사건에서 보여준 부당한 사건처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는 만큼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갖는 공수처의 설치 자체만으로도 검찰권을 견제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정부 측 논리를 뒷받침했다. 

▲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뉴시스

‘공수처는 안 된다’는 한국당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당은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지난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의 기능과 동일한 것을 수행하는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라며 “공수처가 또 다른 독점 수사권을 가지면 병폐가 반복된다. 그럴 바에는 검찰 내부에서 상호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어떻겠나”라고 했다. 공수처가 검찰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므로, 조직의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수처가 ‘야당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인 송기헌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등과 그 가족(대통령은 배우자와 4촌 이내, 그 외에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 포함된다.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모두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되므로, 야당 의원들이 ‘메인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고위공직자 비위를 감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므로 굳이 공수처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상설특검법과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를 활용하면 공수처 없이도 공직자 범죄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청와대 특별감찰관 제도나 상설특검법 등 기존 법을 활용하면 된다”며 “대통령 직속의 사정기관인 공수처는 옥상옥”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여당은 한국당의 걱정이 기우(杞憂)라고 강조한다. 우선 ‘옥상옥’이라는 비판에 대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1월 16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공수처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결정적으로 공수처장의 임명방식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게 돼 있다. 지금 구조에서 검찰은 사실상 대통령 직속기구나 다름없지만 공수처장은 국회 등이 임명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포획 우려가 훨씬 적은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또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공수처는 행정부에 속해있지 않은 독립된 기구로 디자인해 놨다”면서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그냥 두 명 중에 한 명만 임명할 뿐이고 그 뒤에 대통령의 권한이나 또는 장관의 입김이 간섭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힘을 보탰다.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데 대해서는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나서 반박했다. 임 소장은 1월 17일 ‘공수처 설치촉구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대통령 측근을 감찰하던 특별감찰관은 쫓겨났다”며 “특검 또한 일이 터져야 임명하는 사후약방문이라 신속히 대통령 비리에 대응할 수 없다. 공수처 설치만이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공수처는 절대 안 된다’는 자유한국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뉴시스

‘우회로’ 없어…대안 마련에 골몰하는 민주당

다만 한국당이 공수처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이라, 여당은 공수처 법안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수처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려면 우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소위는 통상적으로 여야 전원 합의를 통해 안건을 처리한다. 더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맡고 있어, 한국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동원하기도 했으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이후 직권상정 요건이 천재지변 혹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가능하도록 강화되면서 ‘우회로’도 사라졌다.

이러다 보니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국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국회가 1명을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당은 한국당 주장대로 상설특검법이나 특별감찰관 제도를 활용하되, 이를 공수처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영선 사개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상설특검은 사후약방문 형식이고 공수처는 평상시에 감시하고 견제 장치를 둬서 공직사회에 더 맑은 물이 흐르게 하겠다는 취지이므로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면서도 “특별감찰관법에서 감찰 대상을 좀 늘리고, 일 있을 때에만 발동하는 상설특검법을 상임특검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신속처리안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패스트 트랙이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요구하면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치고,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의 60% 이상이 찬성했을 시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60일) 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제도다. 이미 민주당은 ‘유치원 3법’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1월 11일 <한겨레TV>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법이나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과 같은 법안들은 우리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는 법안이고 촛불 정신을 제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끝내 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혁입법연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패스트 트랙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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