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재계, “행동주의 펀드 양면성 경계해야”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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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둔 재계, “행동주의 펀드 양면성 경계해야” 한 목소리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3.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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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등 "기업가치 제고" 명분 내세우며 압박 수위 높여
"장기성장보다는 단기 이익만 추구... 경영 불확실성만 키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기업들과 행동주의 펀드들간의 첨예한 대립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예년과 달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폭이 커진데다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들이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 아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해외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과 7조700억 원에 달하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맞붙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주총에는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증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이 다뤄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일반적으로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적극적인 경영 관여에 나섬으로써 기업 가치 증대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보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보다는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 내고 손을 터는 ‘먹튀’에 가깝다는 식으로 비난 수위를 높이고도 있다.

이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리스트인 라나 포루하가 집필한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Makers & Takers)’라는 책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등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신경쓰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경영방식을 택하도록 압박을 가한다고 언급하며 이같은 단기 성과주의로 기업 활동 동력이 좀먹고 있다고 비판한 것.

국내에서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언론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외부 세력의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세력이 기업경영에 개입할 경우 기업 자율성 훼손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기업 고용과 투자는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각각 18.1%, 23.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83.6%, 4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행동주의 펀드가 그룹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문제마저 발생할 여지를 높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를 막기 위해 기업예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방어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는 앞만 보고 나아가기도 바쁜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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