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연임 무산' 대한항공, 한진그룹에 藥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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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연임 무산' 대한항공, 한진그룹에 藥될수도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3.2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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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조원태 사장 승계 구도 빨라지며 그룹 체질 개선 호기
한진칼 최대주주로 '물밑 경영'하며 그룹 영향력 변화없을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회장의 연임안 부결을 알리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회장의 연임안 부결을 알리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상실했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회장직 유지를 통해 물밑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한편, 아들인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한 체재 재편에 속도를 내 오너일가의 자연스러운 경영 승계까지 이룰 수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을 위해 우호 지분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으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외인 주주들의 반대표에 부딪히며 계획이 무산됐다.

다만 조 회장은 이번 사내이사직 상실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사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 회장은 본인을 포함해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 지분 33.35%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한진칼의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경영 참여가 어느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도 이날 주총 이후 공식 자료를 통해 조 회장의 경영권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사측은 "조양호 회장의 이번 주총 결과는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로, 사내이사직 상실이지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고 밝힌 것. 이는 조 회장이 회사 대표이사직을 맡을 수는 없지만, 미등기 임원 자격으로도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조 회장은 사내이사직 상실로 인해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만큼 물밑에서 조 사장 체제 마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상실로 인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71세의 비교적 고령인 나이를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영승계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 부각되는 것.

조원태 사장 입장에서도 지난 2016년 이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경영 승계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회사내 입지와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도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던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빠지면서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 체제로 꾸려지게 돼, 사실상 아버지를 대신해 조 사장의 입지가 더욱 넓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이사회 구성 역시 조양호 회장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다. 우기홍 부사장과 핵심 측근들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고, 변호사와 교수 출신이 주를 이루는 사외이사들 역시 지난해 이사회 활동에서 100% 찬성표를 던져왔음을 감안하면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어서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책임 경영 아래 1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해 왔으나, 이번 경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자칫 안정감을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 연차총회'도 발목을 잡는다. 조 회장이 IATA 집행위원회 위원이자 전략정책위원 등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 상실은 대내외적 이미지 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 것.

그럼에도 업계는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직 상실이 오히려 한진그룹 전체와 오너일가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 회장의 연임 실패가 경영권 견제를 통한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신호탄적 성격을 지니는 만큼 시장의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이사회에서 배제돼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조원태 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경영 승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한 한진그룹 전체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오히려 오너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는 약과도 같은 상징성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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