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地'에 내몰린 간접고용 노동자
'死地'에 내몰린 간접고용 노동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29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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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제정 불구 올들어 사망사고 잇따라
"도급 금지 범위 확대·원청업체 처벌 강화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9년 간접고용 노동자 사망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책 제시와 개별 업체의 자구 노력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실정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간접고용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타인의 노무를 이용하지만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제3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고용형태다. 쉽게 말하면 사내하청, 하도급, 용역, 파견, 민간위탁, 아웃소싱 등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간접고용은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1988만 명 중 간접고용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347만 명)다. 용역·파견업체에서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응답하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간접고용 규모는 20%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별로 간접고용의 범주, 조사방식 등 차이로 직접 비교가 어려우나, 같은 기간 미국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파견·용역·독립도급·호출 등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 비율이 10.1%로 집계됐으며, 일본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파견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5%, 독일은 2008년 기준 파견·용역 고용 비율이 8%를 기록했다.

간접고용은 수익 차원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노동자를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떨게 해 전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정규직과의 차별과 인권침해, 원청의 책임회피, 이윤극대화를 위한 불법행위로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업종에서 유독 간접고용이 팽배하다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어, 노동자들을 안전 사각지대에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형태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소속외 근로자'(간접고용)가 가장 많은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사업시설관리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pixabay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pixabay

올해 들어 발생한 간접고용 노동자 사망 사고도 해당 업종에 집중됐다.

지난 24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서는 한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18일에는 GS건설이 시공중인 경북 북부권 환경에너지종합타운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사망했고, 지난 4일에는 현대건설의 '김포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공사현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호반건설산업의 '위례신도시 호반가든하임'에서도 한 일용직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외주업체 노동자 1명이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 부품을 교체하다가 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으며,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김포 '캐슬앤파밀리에 시티' 공사현장에서는 래미콘 차가 쓰려져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갈탄 가스를 흡입한 노동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고가 연초에 발생한 바 있다.

이들 업체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간접고용과 사망 사고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S건설의 소속외 근로자 수는 1만1061명으로, '소속 근로자'(정규직+계약직) 9063명보다 1.22배 많았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소속 근로자(6754명)보다 소속외 근로자(1만6886명)가 2.50배, 롯데건설은 1.99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도 소속 근로자보다 소속외 근로자가 1379명 더 많았다.

호반건설산업의 경우 지난해 소속 근로자 수가 323명, 소속외 근로자 수가 23명으로 소속 근로자가 더 많았지만, 전년과 비교했을 때 소속 근로자 대비 소속외 근로자 비율이 14.04% 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소속 근로자 수(2646명)보다 소속외 근로자 수(831명)도 적고, 전년 대비 소속외 근로자 비율도 줄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수일 전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했음을 감안하면 구호 외치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법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는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사지에 내몰린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구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 산업법에 위험한 업종에 대한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 범위가 너무 좁다.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는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상당하다"며 "이미 여러 차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최소한 생명은 잃지 않도록 도급 금지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른바 '기업살인처벌법'이다.

이상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CBS〈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경영행위를 잘못해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례해 벌금을 강하게 때려서 기업이 망할 정도까지 갈 수 있는 법체계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1800년대, 1900년대 초반에 이미 다 해결된 그런 재해유형이 한국에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재해가 발생한다. 한국의 기업이 안전조치나 노동자 건강을 위한 조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죄질이 무겁다. 이 부분들을 강하게 처벌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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