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헌법불합치, 위헌과 뭐가 다를까
[친절한 뉴스] 헌법불합치, 위헌과 뭐가 다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18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헌은 즉시무효…헌법불합치는 법률 개정 전까지는 유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20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사회에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건데요. 이로써 1953년 제정된 낙태죄는 66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보면서 아리송한 느낌을 받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는데, 헌법불합치와 단순위헌의 차이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사오늘>은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세 가지 결정의 차이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합헌과 위헌, 헌법불합치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헌법의 의미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헌법은 한 국가의 ‘근본법’인데요.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의 기본 원리, 국민의 기본권 등이 모두 담긴 ‘기본 규칙’이라고 할 수 있죠. 때문에 국회에서 제정하는 모든 법령은 이 ‘기본 규칙’에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국회가 ‘이제 아무도 정치활동 하지 마!’라면서 정당 설립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본적으로 국회는 법률 제정권을 갖고 있으니 ‘정당 설립 금지법’을 제정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는 우리 헌법 제8조 제1항이 정한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조항에 위배되므로, 무효가 될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회가 정한 법률이 우리나라의 ‘기본 규칙’에 어긋나는지를 판정해 주는 거죠. 그러니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그 법률은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 원리와 가치에 반하는 것이므로 무효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합헌이면 합헌, 위헌이면 위헌이지 헌법불합치는 대체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헌법불합치 역시 위헌이라는 뜻이긴 합니다. 다만 결정 즉시 해당 법률이 효력을 잃어버리는 위헌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헌법불합치는 ‘그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유효’라는 의미기 때문입니다. 당장 법률을 없앨 경우 닥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 ‘위헌은 위헌인데, 국회가 법률을 개정할 시간을 줄게. 그 때까지는 아직 유효야’라는 게 헌법불합치입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낙태를 시행할 경우 유죄가 된다는 이야기죠. 2019년 4월 11일에 낙태죄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됐다는 뉴스만 듣고 당장 시술을 받았다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대체복무자들을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표했죠.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 역시 이와 유사한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