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조정기한 끝나야 파업? 쟁의조정이 뭐기에
[친절한 뉴스] 조정기한 끝나야 파업? 쟁의조정이 뭐기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10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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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 전 조정전치주의 채택…노동위원회 조정 끝나야 파업할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서울 등 전국 각지 버스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면서,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서울 등 전국 각지 버스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면서,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부산·울산·광주에 이어 서울 버스 노조도 오는 15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9일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 결과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 89.3%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발표하면서 총파업 참여를 예고했습니다. 이로써 쟁의 조정 기한인 14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울·부산·울산·광주 등 파업이 가결된 지역 사업장들은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파업 찬반 투표는 9일 가결됐는데, 왜 파업은 10일이 아니라 15일부터 시작일까요. 또 파업을 하기로 했다면서, 조정 기한인 14일까지 또 협상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우선 파업이 시작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때가 되면 각 회사의 노동조합은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자와 협상을 합니다. 월급을 올려달라거나 근로시간을 줄여달라거나 하는 것들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거죠. 이것이 ‘단체교섭’입니다.

물론 단체교섭이 쉬울 리 없습니다. 노조는 월급을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고, 복지나 근무환경도 더 좋아졌으면 하겠지만 회사 입장은 정반대일 테니까요. 그래서 노조는 ‘실력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합니다. 이처럼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라고 합니다. 쟁의행위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파업이죠.

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된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버스노조는 주52시간제 도입이 결정되자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시작했습니다. 버스노조는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우리 월급이 줄어들어 생활이 어려워지니,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주장했고, 사용자는 ‘회사도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맞섰죠.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자, 버스노조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파업 여부를 투표에 부친 겁니다.

하지만 단체교섭이 잘 안된다고 해서, 노조가 바로 파업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기겠죠. 예를 들어 어제까지 잘 다니던 버스가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올 스톱(all stop)’되면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단체교섭 결렬과 쟁의행위 시작 사이에 ‘조정’이라는 단계를 하나 더 거치도록 해뒀습니다.

조정이란 분쟁 해결과 쟁의행위 예방, 사회적 손실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제3자인 노동위원회가 노사 협상에 개입하는 제도입니다. 노동위원회는 노사 중 어느 한 쪽이 조정을 신청하면 적절한 조정안을 작성하고, 노사 양측에 그 수락을 권고합니다. 만약 노사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 수락을 거부하면 조정은 무산되고, 다음 단계인 쟁의행위로 나아가게 되죠.

우리 법은 이 조정 단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뒀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 제2항이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제54조 제1항은 ‘조정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일반사업에 있어서는 10일, 공익사업에 있어서는 15일 이내에 종료하여야 한다’고 정해뒀습니다. 그러니까 파업을 하려면 조정이 진행되는 기간(10일 또는 15일)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지금 버스노조가 이 단계에 와 있는 거죠.

지난달 29일 전국 234개 노선버스 노조는 일제히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시내버스는 공익사업이니까 조정 기간은 15일입니다. 즉, 버스노조는 5월 14일까지 조정을 기다렸다가 15일부터 파업을 시작할 수 있는 거죠. 파업 찬반 투표가 끝났음에도 당장 파업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겁니다.

참고로 우리 법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만 쟁의행위를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단체교섭이 결렬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그 기간(일반사업은 10일, 공익사업은 15일) 동안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찬성이 나와야 조정 기한 만료 후 파업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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