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레미콘 논란’, 건설업계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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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레미콘 논란’, 건설업계 책임은 없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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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현장 전수조사 필요하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진은 기사와 무관 ⓒ pixabay
사진은 기사와 무관 ⓒ pixabay

한 국내 유명 시멘트 제조업체가 시멘트 함량이 기준치보다 부족한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업체는 연간 400만 톤 규모의 레미콘을 생산 유통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불량 레미콘을 아파트 건설현장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안전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논란을 야기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 등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해당 업체와 거래한 건설사들이 과연 '피해자'로 분류돼야 하는지, 어쩌면 공사비를 줄이거나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 불량 레미콘이라는 걸 인지했음에도 이를 아파트 공사에 사용한 '공범'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아무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다. 불과 수년 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지법은 지난 1월 사기와 배임수재·증재 혐의로 기소된 불량 레미콘 납품업체 관계자, 건설사 직원, 현장 관리자 등 42명에게 징역과 벌금을 선고했다. 이들은 레미콘 납품량에 맞춰 리베이트 비율을 정하거나 납품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대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18억 원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들은 레미콘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대가로 레미콘 품질 시험 횟수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해당 업체의 레미콘만 납품이 가능하도록 일정을 변경하는 등 각종 편의와 특혜를 제공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량 레미콘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될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증명된 바 없다. 구조물 안전에 직결되는 건설자재의 시공, 감리 과정에서 일체의 편법, 탈법이 허용되면 안 된다"며 "이번 범행으로 인해 총 공사대금이 상승해 최종 소비자인 아파트 수분양자, 공사 발주자에게 손해가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시공사에 피해를 변제했다고 해도 피해가 온전하게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더욱이 불량 레미콘이 아파트 공사에 사용됐음을 건설사들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기도 하다. 일선 건설현장에서 20년 간 경력을 쌓은 한 대형 건설사 현장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량 레미콘을 썼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시멘트 함량이 적은 레미콘은 타설하고 잘 굳지 않는다. 사실 현장 전문가들은 철근 위에 레미콘을 붓는 것만 봐도 이게 불량인지, 아닌지 알아차린다"며 "문제가 된 레미콘을 납품 받은 건설업체들은 아마 미필적으로 (불량 레미콘임을) 인식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를 안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불량 레미콘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해당 레미콘을 사용한 건설사들도 피해자가 아니라 잠재적 '피의자'로 간주하고 수사를 펼쳐야 하는 이유다. 또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경우에 따라서 모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힘들고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국민들을 우롱한 사안이며,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진짜 피해자인 수분양자들에게 적절한 안전조치와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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