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꽁꽁…여행업→제조업→교육업 연쇄 냉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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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꽁꽁…여행업→제조업→교육업 연쇄 냉각 우려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07.3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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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지출 계획이 ‘무직·퇴직자’만도 못해 최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가 지난 6개월간 조사한 소비 지출 전망 결과 도표 ⓒ소비자동향연구소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소비자 열 명 중 넷 이상이 여행비,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지출 감소(40%대)를 전망했다. 내구재(자동차, 가전, 가구, 디지털기기 등) 구입비 감소를 예상한 사람 비율도 비슷(39.1%)했다. 소비지출 억제가 여가 산업에 이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나아가 교육 관련 산업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보인다.

여성보다 남성, 젊은 층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비지출 의향이 더 위축됐으며 ‘사업자’ 계층의 소비심리가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심리는 무직·퇴직자보다도 낮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 정책의 한파를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호남이 낙관적인 반면 영남지역은 가장 보수적인 지출전망을 보였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1000명(매일 평균 143명), 매월 4000~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감경제심리를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그 결과 6개월간 2만6000명을 조사한 결과 9개 항목에 대한 향후 6개월 간의 소비지출을 10명 중 5명은 ’비슷할 것’(평균 47.4%)으로 내다봤고 ‘줄어들 것’ 3명(32.0%), ‘늘어날 것’ 2명(20.6%) 수준이었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보다 11.4%포인트 많았다. 5점 척도 결과를 평균 100점(최소 0, 최대 200)이 되도록 지수화한 값의 평균은 89.9였다. 이 값이 100보다 크면 늘어날 것이라는 소비자가 많고, 100보다 작으면 줄어들 것이 많음을 뜻한다.

주거비, 의료·보건비 등 필수지출 외엔 다 줄인다

소비지출 9개 항목의 전망지수는 △주거비가 103.2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의료·보건비로 101.4였다. 뒤이어 △교통·통신비(99.8)까지 1~3위 모두 지출 탄력성이 작은 필수지출에 해당한다. 세 항목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50%를 넘는 특징이 있다. 이 항목의 지출은 줄이기도 어렵지만 크게 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개의 필수지출 밑에는 10점 이상 큰 차이를 두고 △교육비(88.1) △의류비(86.4) △내구재 구입비(83.8) △외식비(82.8) △문화·오락·취미비(82.7) △여행비(80.9)가 있다. 필수 지출에 비하면 지출 탄력성이 큰 항목이다. 향후 6개월 간 위축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부문은 여행비와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등 기호성 지출이다. 이 항목들의 지출 억제는 여행산업의 침체로 이어지고 유관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지역에서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더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업에도 부정적 기류가 감돌고 있다. 내구재 구입비가 줄어들 것(39.2%)이라는 답변이 늘어날 것(19.8%)이라는 답변의 2배에 달하며 의류비 지출 의향도 거의 비슷하다(각각 36.5%, 18.8%).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구입을 미루고, 의류 구입을 줄이는 것은 제조업 전반에 어려움이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연령 등 계층 따라 성향 뚜렷

소비자 특성별 차이는 교육비를 제외하고 유사하게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노년층이 청년층보다, 영남이 호남보다 소비지출을 꺼리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소비지출 심리 위축은 △남성(87.8)이 △여성(92.1)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따른 위협보다는 소득 유지나 확대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비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남성의 감축 의향이 여성보다 컸다. 그러나 40대 남성의 교육비 지출 전망(101.0)은 전 계층에서 유일하게 의료·보건비(100.2)보다 더 높았다. 학령기 자녀를 둔 40대 남성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비지출 절감 의지가 강했다. 소비지출 전망 연령대별 평균은 △20대(100.7)가 가장 높았고 △30대(95.0) △40대(90.9) △50대(83.2) △ 60대 이상(77.2) 순이었다. 60대는 9개 항목중 6개에서 초긴축 태세(지수 70 미만)를 갖고 있었다. 

연령대와 성별을 동시에 고려하면 소비지출 측면에서 가장 여유 있는 세대는 20대 여성, 가장 궁핍한 세대는 60대 이상 남성이었다. 60대 이상 남성은 9개 항목 중 5개에서 70 미만의 지수를 보였다. 자녀 교육과 부모 봉양을 동시에 부담한 마지막 세대인 60대 이상 가장의 고단한 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20대 여성은 단 2개(교육비와 내구재 구입비)에서만 100 미만의 점수를 보였다.

정규직 근로자, 비정규직·일용직근로자, 사업자, 학생, 전업주부, 무직·퇴직 등 6개로 나눈 근로고용형태별 비교에서 소비지출 지수가 높은 집단은 소득활동과 가장 무관한 △학생(100.7)이었다. 그 다음은 △정규직(93.0) △전업주부(87.2) △비정규직·일용직(87.1) △무직·퇴직(84.3) 순이었으며 △사업자가 79.3으로 가장 낮았다. 본 조사의 사업자는 직원 수 4인 이하 소상공인이 대부분(87.8%)이며 직군 중 유일하게 80 미만이었다. 

거주 지역별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호남이 영남 지역보다 긍정적으로 경기를 보고 있으며 낙관적인 소비지출 전망을 갖고 있다. 소비지출에 가장 긍정적인 곳은 △광주·전남·전북(96.3)으로 타 지역 대비 5p 이상 높고, 가장 낮은 곳은 △부산·울산·경남(86.8)과 △대구·경북(87.0)이다. 그 밖에는 △서울 90.4점 △인천·경기 90.2점 △대전·세종·충남·충북 89.8점 △강원·제주 89.6점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과 소득 감소를 예상하고 절약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동향연구소 측은 “최근 본격화한 한-일 갈등에 따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해지면 소비지출 성향은 더욱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 있다”며 “소비 측면에서 여가 산업에 이어 내구재·의류 등 제조업계와 교육 서비스 업종에 한파가 밀려오고 제조업계는 생산과 판매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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