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요즘 정치권에선 이런 얘기가 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종인 등 다른 비상대책위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재오 의원에게 4·11총선 공천을 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여러 가지를 껴안고 가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화합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파란불이 들어오게 된다. 자신의 반대 진영인 친이(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 의원까지 껴안으며 화합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총선 이후에 여권(與圈) 잠룡인 이 의원이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것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박 위원장을 공격하면 배은망덕하다는 비난을 사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대위가 '박근혜 대통령 추대위'로까지 불리는데 일조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이 그토록 이 의원을 공격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에게 '나는 김종인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재오에게 공천을 주는 은혜를 베풀었다'는 명분을 주기 위한 노력으로 비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으로서는 이런 얘기가 억울하다. 새누리당 윤리위원장 출신인 인명진 목사는 전날(28일) 같은 방송에 나와 "은평(을) 지역구에 이 의원말고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없다. 지지율에서도 이 의원이 야당 후보를 압도했다. 도덕적으로 이 의원이 하자를 드러낸 게 없다"며 "무슨 이유로 이 사람에게 공천을 안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논리라면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은혜'와 무관하게 당연히 받아야 할 공천을 받았을 뿐이다.
같은당 안형환 의원은 이 의원이 공천 받은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을 위한 것'이라고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밝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커질 경우에는 본인의 대선 가도에서 어떤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역대 선거를 분석해보면 쇄신이 화합을 이긴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점들이 고려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의원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뒤 그 여세를 몰아 아무런 부담없이 박 위원장과 대선 경쟁을 펼치는 장면이 그려진다. 박 위원장과 이 의원 사이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팽팽한 긴장 관계가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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