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구경은 재미나지만…어째 볼썽 사나운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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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구경은 재미나지만…어째 볼썽 사나운 꼴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3.14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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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경 힘겨루기에 국민들만 불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13일 오전 경찰청에서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잡아들이고 경찰도 문제 있는 검찰을 잡아들이면 두 조직이 모두 깨끗해지지 않겠느냐. 그러면 국민이 오히려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가 직권남용과 모욕 등의 혐의로 박모 전 창원지검 밀양지청 검사(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경찰청에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같은 날 이 고소 사건과 관련 경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이 “관할권이 없다”며 이 사건을 지방의 관할 경찰서로 옮기라고 지휘하고 경찰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측의 힘겨루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힘겨루기의 발단은 “폐기물 투기는 통상 100t 이상이면 구속인데, 이번 사건은 5만 t이나 투기하고도 폐기물업체 대표가 처음엔 구속되지 않았다”며 “폐기물업체 대표가 선임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도 있다”라는 경찰 측 의견이 검찰의 수사 축소 등 담당 검사의 부당지휘 여부에 대한 조사 방침까지 포함되어 있다.

검찰은 정 경위가 “박 검사가 폭언을 했고 부당하게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주장한 내용의 고소장에 대해 “박 검사가 정 경위에게 과잉수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을 뿐 폭언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의 폭언 여부가 일차적인 쟁점이지만 검경 수뇌부까지 나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내막에는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계속돼 온 검·경 갈등이 본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검·경 간 수사지휘에 대한 패러다임을 ‘지휘 복종적’ 관계에서 ‘수사 동반자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그 동안 경찰은 검사에게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쌓여 있었는데, 경찰이 그렇다면 국민은 (검찰로부터) 인간 대접도 못 받은 게 된다”며 “말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시대가 된 만큼 검찰이 경찰을 잘 포용해야 갈등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상호협력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규 준수가 우선”이라며 “경찰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이의 제기권’은 활용하지 않고 ‘검사 고소’라는 초강수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법집행 기관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두 거대 수사기관의 충돌 속에 진정인들과 국민들만 불안하다. 한 검찰 진정인은 "검찰하고 경찰하고 싸우는 과정에 피해는 완전 국민이 다 보잖아. 그러니까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 하는가 하면 "경찰이 옳은 것 같은데. 일본도 오랫동안 싸워서 결국은 조정이 됐으니까 우리나라도 그럴 때가 되지 않았어요?" 라며 상반된 의견이 오갔다.

또 한 네티즌은 "밥그릇 싸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자기들 기득권을 좀 더 지키려고 하는 것 같고..." 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사지휘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ㆍ경의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어서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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