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누나 이순희씨, 삼성 편든 진짜 이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건희 누나 이순희씨, 삼성 편든 진짜 이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6.13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순희씨 아들 회사 ´삼성전자 계열사´ 의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속분쟁은 삼성가 전체로 번지며 막말까지 오가는 등 그야말로 막장드라마를 연출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이건희 회장 편에 선 것은 그의 셋째누나 이순희 씨였다. 이순희 씨는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그의 아들 김상용씨를 통해 이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까지 전했다. 

당시 김상용씨는 “어머니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셨고 아버지도 평생 학계에 몸담으신 분이라 사업을 잘 모르시고 관심이 없다”며 “어머니께서는 확실히 (이건희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또 이순희씨의 남편 김규 전 서강대 영상대학원 원장도 한 언론을 통해 “그런 집안일에 왜 관여하느냐”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과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이순희씨의 지지가 단지 복잡한 싸움에 얽히지 않으려는 이유였을까. 그 이유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순희씨의 아들 김상용씨의 회사와 삼성전자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 영보엔지니어링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삼성전자의 무선기기 사진이 메인으로 있다.

김상용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영보엔지니어링(주)는 휴대폰 배터리팩 등의 제조 판매를 목적으로 1998년 9월 설립됐다. 영보엔지니어링은 당초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해 지난 2011년 매출 1372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기준 김상용 대표가 29.6%의 지분을 보유하며 대주주로 있고, 그의 모친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순희씨가 1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상용 대표는 이밖에 (주)애니모드를 운영고 있다. 애니모드는 통신기기 액세서리 유통업체로, 김 대표가 32.14%, 영보엔지니어링이 14.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영보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와는 별개로 독립된 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12일 발표한 ‘2012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 영보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보엔지니어링은 현재 휴대폰 배터리팩 외에 휴대폰 용 이어폰, 핸즈프리 등을 제조 판매 하면서 삼성전자와 주요 거래선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의 동생 이순희씨 역시 삼성그룹과 척을 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은 회사의 당기 매출액 대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액 비율이 62%이다. 특히 연결감사보고서에는 연결실체의 주요 매출처가 삼성전자로, 당기 매출액의 약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매출처 중 삼성전자의 중국현지법인을 포함할 경우 삼성전자를 매출처로 한 매출액이 전체의 약 99%를 차지하는 등 영보엔지니어링 영업의 상당부분이 삼성전자와의 관계에 의존돼 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허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영보엔지니어링에 대해 ‘삼성 계열사에 포함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김상용 및 이순희 씨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의 관계, 그리고 영보엔지니어링의 사업 내용 및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관계를 감안할 때 영보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포함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거래 의존도만으로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기업 중에는 영업이익의 100%를 삼성에 의존하는 곳도 적지 않다”며 “영보엔지니어링은 2005년 7월 친족분리로 삼성 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나왔고, 친족분리 이후 설립된 애니모드 역시 이 회장 일가나 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이 전무해 삼성의 위장 계열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역시 “영보엔지니어링은 지난 2005년 공정위로부터 삼성전자와는 별개의 독립경영사로 인정받았다”며 “다른 협력사와 다를 바 없어 부당지원으로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부당지원 여부는 공정위에 의해 밝혀질 것이지만 이순희 씨의 ‘동생사랑’만큼은 현실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순희 씨는 삼성가 유산 상속에서 배제되는 등 홀대받았지만, 그보다 영보엔지니어링 입장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등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