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관양현대에 대연8 디자인 재사용?…설계社 “법적 조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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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관양현대에 대연8 디자인 재사용?…설계社 “법적 조치 검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2.29 17: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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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社 SMDP, 조합에 '저작권 침해 우려' CEO 서명 공문 발송
롯데건설 측 "디자인 전반적으로 달라…모든 판단은 조합원들 몫"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왼쪽이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시한 조감도, 오른쪽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수주전 당시 롯데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조감도다. 아파트 외관, 스카이 브릿지 등이 유사하다 ⓒ SMDP
왼쪽이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시한 조감도, 오른쪽이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수주전 당시 롯데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조감도다. 아파트 외관, 스카이 브릿지 등이 유사하다 ⓒ 에스엠디피

롯데건설이 과거 다른 재개발 수주전에 사용했던 설계 디자인을 디자인업체와 사전 협의 없이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무단으로 재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설계 디자인업체는 롯데건설,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공문을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에 참여한 직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관양현대아파트 조감도 등이 담긴 브로슈어를 배포했다. 이후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조감도가 부산 대연8구역 수주전 당시 롯데건설이 선보였던 설계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의 한 조합원은 조합 SNS를 통해 롯데건설의 관양현대아파트 조감도와 대연8구역 조감도를 게시하면서 "롯데에서 주장하는 단 하나의 시그니처 캐슬이 대연8구역 제안서에 올라왔던 외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서로 비교하면 어느 현장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두 설계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연8구역은 지난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나섰던 곳으로, 당시 양사는 세계적인 건축 설계 업체인 SMDP과 협업한 바 있다. 또한 현재 관양현대아파트 수주전은 SMDP와 손잡은 HDC현대산업개발, 세계적 설계 거장인 저디와 손잡은 롯데건설 간 2파전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SMDP 등 3사가 얽히고 설킨 만큼, 이번 설계 디자인 무단 도용 의혹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실제로 SMDP 측은 "스콧 사버(Scott Sarver) 대표 겸 수석 디자이너가 롯데건설의 (관양현대아파트) 설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우리는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롯데건설과 롯데건설의 설계사에 설계 무단 도용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에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SMDP는 지난 27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에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문에서 SMDP는 "우리가 진행한 부산 대연8구역 설계안을 롯데건설이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설계 저작권은 당사에 귀속되니 조합에서는 향후 롯데건설의 설계안을 사용함으로써 당사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치하길 바란다. 또한 롯데건설, 롯데건설 측 디자인 설계사들에 법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다. 조합에 현명한 조치를 부탁한다"며 무단 도용을 사실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 가능성을 조합에 예고했다.

롯데건설 "전반적으로 다른데 비슷한 부분 있다며 도용 주장, 바람직하지 않아"

SMDP사(社)가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지난 27일 보낸 공문. 스콧 사버 대표이사 겸 수석 디자이너 명의로 발송한 이 공문에서 SMDP는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출한 대안설계가 부산 대연8구역 설계안을 무단 도용함을 적시하며, 향후 롯데건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SMDP
SMDP사(社)가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지난 27일 보낸 공문. 스콧 사버 대표이사 겸 수석 디자이너 명의로 발송한 이 공문에서 SMDP는 롯데건설이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에 제출한 대안설계가 부산 대연8구역 설계안을 무단 도용함을 적시하며, 향후 롯데건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에스엠디피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입찰에 급하게 나서면서 미리 설계 디자인을 준비할 여유가 없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현장에서 해외 설계사와 협업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적·물적자원이 투입된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입찰까지 별로 시간이 없었기에 기한을 맞추기 어려워 이 같은 지적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돼도 저작권 관련 소송 등으로 사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해당 설계안으로는 인허가 진행이 불가능한 데다, 제안서가 대안설계 기준으로 작성돼 향후 공사비 등 제반조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각 사의 사업조건, 디자인 등에 대한 판단은 조합원들 몫"이라며 "전반적으로 다른 설계 디자인을 비슷한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해서 도용이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달 초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 스콧 사버 SMDP 대표이사. SMDP가 해당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SMDP는 이번 무단도용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 조합원 제공
이달 초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 스콧 사버 SMDP 대표이사. SMDP가 해당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SMDP는 이번 무단도용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한편,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은 경기 안양 동안구 관양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동, 1305세대(예정) 규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지난 24일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해 시공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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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순 2021-12-30 08:53:07
통쾌한 기사에 갈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