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연기금도 내 돈처럼 ‘마음대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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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 연기금도 내 돈처럼 ‘마음대로 관리?’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7.1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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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관리하던 삼성운용…불법 자전거래에 부적정 자금배정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10조원의 자금이 걸린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가 교체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사원의 '기금의 자산운용 등 평가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이 같은 전망이 흘러나왔다.  12년째 주간운용사를 맡은 삼성자산운용(대표이사 사장 박준현)은 연기금 투자풀 자금으로 불법 자전거래를 한데다 자금배정이나 성과평가를 부적정하게 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2001년 도입된 연기금 투자풀은 각 기금의 여유자금을 예탁받아 통합운용하는 제도다. 16일 현재 58개 기금이 10조2천165억 원을 맡기고 있다.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는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관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하위운용사의 펀드에 배정하거나 회수하고, 운용과정의 준법 여부를 점검하며, 하위운용사 선정과 성과평가를 한다.

16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2년간 주간운용사 지위를 독점하면서 지난해 18개 기금 등에서 예탁한 5천373억 원을 하위운용사에 배정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는 직접 운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위운용사 선정과 성과평가를 담당해 이해 상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운용은 2010년 감사에서 직접운용이 부당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오히려 직접운용 자금을 1천309억 원 늘렸다. 또 연기금투자풀 예탁자금으로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자전거래를 빈번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전거래란 운용하는 펀드 상호간에 같은 자산을 같은 시기에 같은 수량으로 일방이 매도하고 다른 일방이 매수하는 거래를 말한다.

삼성운용은 이 밖에 자금배정평가를 하면서 절반 이하의 일부 개별펀드에 대해서만 평가를 했고, 평가결과와 다르게 운용실적이 저조한 하위운용사에 자금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투자풀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확인을 거쳐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2009년 말부터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에 재선정된 삼성자산운용은 2013년 말까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삼성자산운용의 법ㆍ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적정한 제재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기금 여유자금의 통합운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간운용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정정책자문회의 자문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할 수 있게 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풀 운영위원회에서 삼성자산운용의 규정 위반 정도와 가능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검사를 나가 금액이나 경위 고의성 등을 따져 기관경고나 중문책 경문책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에 따르면 삼성자산 관계자는 "정기예금 자전거래는 관련 법상 완전금지가 아니어서 허용요건을 준수할 경우 가능한 것으로, 업계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운용활동"이라면서 "직접운용은 기금의 요청에 의한 정기예금 가입 등 소극적 운용으로 한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에 지적된 사항은 세심하게 검토해 규정 등을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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