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공공성 외면한 이유…재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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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공공성 외면한 이유…재벌 때문?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9.2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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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해외 명품업체의 면세사업 매출 때문에 억지 춤추는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인천국제공항(사장 이채욱, 이하 공항공사) 내 면세점 매장을 한국관광공사의 국산품 매장에 불리하게 배치하는가 하면 재벌과 해외 명품브랜드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의혹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로 국책사업인 면세사업의 차질뿐만 아니라 인천공항 면세사업의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삼성과 롯데 등 거대 재벌들이 운영하는 면세점과 명품업체들만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면세사업의 공공성이 더더욱 문제가 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롯데와 삼성가의 두 재벌가 딸들이 면세시장에서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면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롯데의 신영자 사장이 인천공항 AK면세점을 인수해 면세업계 선두자리를 굳히게 됐다. 이어 삼성의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도 국내 매출이 가장 큰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에 입점시켜 맞불을 놨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면세사업은 일종의 특혜사업. 국가가 거둬들일 막대한 세금을 포기하면서 재벌의 장사를 돕는다는 문제 때문이다.

▲ 최근 인천공항공사 내 면세정책과 관련 면세사업의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황금알 낳는 면세점, 재벌이 눈독들일 수밖에…

그 이유는 인천공항의 면세점 운영정책이 그나마 있던 공공성 마저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 결국 대기업과 해외 명품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국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은 중소기업제품 전용 면세점이다. 중소기업과 국산품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품질이 검증된 상품들을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

관광공사 면세점의 수익금 전액은 국내관광단지 개발과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 등 공공 목적으로 쓰이는데, 지난해 매출이 1920억 원, 순이익 139억 원으로 경영실적도 좋다.

하지만 유일하게 공공적 역할을 했던 관광공사 면세점은 2013년 2월 계약만료와 함께 퇴출이 확정됐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공항공사가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관광공사에 줬던 면세사업권을 경쟁입찰에 부치기로 하면서 자본력이 밀리는 관광공사가 경쟁으로 입찰을 따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천공항 면세구역도 유동인구가 많은 동쪽 출국장 주변과 셔틀열차가 다니는 중앙구역엔 명품매장들이 집중돼 있다. 주로 국산품을 판매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의 후미진 서쪽으로 약 767평(전체매장 16%) 규모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관광공사 면세점은 그나마 정부의 권고로 1차 연장한 상태”이며 면세점 자리배정은 결과론적 불편함을 비치는 것이지 절대 파별은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국산품 외면은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 수익 전략?

하지만 공항공사 내 후미진 한 귀퉁이를 차지한 관광공사 매장은 출국하는 내·외국 고객들에게 ‘국산품이 잘 안보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인천공항은 ‘수입 외산품들의 매출증진과 민간 재벌 면세점들의 수익확대를 위해서 봉사’하는 이상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1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주 관문인 인천공항 면세점들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데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여행객들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모두 해외 명품 브랜드를 화려하게 전시한 매장들이 보인다.

현재 수입 양주와 담배, 외산부띡 제품들을 매장 전면에 배치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1,669평(전체매장 35%)를 점유하고 있고, 수입 화장품과 향수, 외산 부띡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한 신라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2,298평(전체매장 49%)의 넓은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내 부띡 제품들에 대한 영업요율로 평균 20%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명분으로 인천공항 내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에 배정된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은 약 7%에 10년간 영업권을 주고 있다.

이래서 작년에 루이비통에 대한 특혜시비로 신라와 롯데가 법원까지 갔었다. 국산품에 대해 루이비통같은 7% 정도로 영업요율을 낮추어 주면 국산품 판매가 훨씬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업요율에 대한 결정권도 공항공사가 갖고 있다.

▲  지난해 9월 인천공항공사 내에 문을 연 루이비통 면세점. ⓒ뉴시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의 최소보장액 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그런데 인천공항 면세점들은 주요 품목들에 대한 영업요율로 평균 20% 정도가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영업료는 매출액의 약 35%를 납부하고 있다. 즉 ‘최소보장액’이라는 입찰조건으로 매출에 관계없이 기본영업료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면세업자들은 계약서상에 나오는 최소보장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인천공항은 임대료라고 표현한다. 인천공항내 면세점들의 경우 ㎡당 평균 3888만 원의 임대료(통계출처 : 2012년 7월 25일 국통해양위 업무보고시 지적)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인천공항 임대료는 명동의 1.5배’라는 한 언론의 기사와 ‘한 국회의원이 인천공항에서 물파스 샀다가 놀란 사연’이라는 지난해 일간지 기사가 나오는 이유이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접고 철수한 중견기업인 ‘A'의 경우 이 최소보장액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격인상은 결국 고스란히 출국객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내 약국, 음식점, 심지어 환전소에도 이 임대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면세상품 가격책정에도 이 최소보장액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무관세로 수입되어 면세점에 판매되는 외산품들과 달리 부가세 정도만 면세되는 면세점내 국산품에는 아주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장소에서 많이 팔리는 수입 외산품과는 달리 구석으로 밀려나서 팔리고 있는 국산품들은 영업료 20%는 커녕 최소보장액 (약) 35%를 맞추기가 버겁다는 것이 국산품을 주로 판매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최소보장액, 다른 말로 임대료는 물론 공항공사가 선택한다.

아울러 면세점 민영화의 문제점으로 재벌면세점들의 면세시장 독과점과 국산품 홀대현상을 꾸준히 제기해온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롯데나 신라 등 민간대기업 면세점들도 국산품을 팔지 말라고 해도 판매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서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천공항이 갖는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도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이나 최소보장액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국산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도 꾀하고, 공항에서 홀대받고 있는 국산품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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