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다이어트' 성공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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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다이어트' 성공 기원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9.22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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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은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국민에겐 '힐링' 선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상인 기자]

▲ ⓒKBS 2TV '승승장구' 방송 캡쳐
이번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여러 방송사에서 올림픽 메달, 비메달 스타들이 출연해 그간의 어려움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토로했다. 역도의 장미란 선수는 방송에 자주 보이지 않았다. ‘노메달’이어서가 아니다.

장 선수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한 방송에 어렵게 나와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만큼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장 선수는 “불러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인데 어쨌든 기대하지 않은 성적이 나와서 방송을 한다는 게 걱정도 되고 고민도 했다”라고 말했다.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은 이번 런던올림픽 결과를 보고 장 선수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패자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김 감독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감독이다.

지난 9일 밤 고양 원더스는 구단 페이스북에 “비로 취소되어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며 “무려 50인분의 맛있는 간식을 들고 찾아온 장 선수가 유쾌한 ‘기(氣)’를 전해주고 갔다”고 공개한 것을 보고 감안 할 수 있다.

‘로즈란’이라 불리는 장 선수는 다른 곳에서 나름 자신의 역할을 찾아갔던 것.

장 선수의 ‘노메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장미란이 보여준 투혼은 눈물겨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 뒷이야기도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시사오늘>은 올린픽 전ㆍ후 장 선수의 생각과 평가를 정리해 봤다.

▲ ⓒKBS 2TV '승승장구' 방송 캡쳐
비록 런던올림픽 ‘노메달’이었지만, 국민사랑 만큼은 ‘금메달’

대한민국 역도의 장미란, 2005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그 화려한 무대와 어떤 금메달리스트보다 장 선수는 지금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이번 올림픽 최고의 국가대표를 뽑는 한 설문조사를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했던 올림픽 최초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와 함께 감동을 선사한 체조요정 손연재도, 축구 한일전에서 동메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박주영, 기성용 선수도 아니었다.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4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역대 올림픽 선수들 중 내 가슴 속 최고의 국가대표’라는 주제로 조사한 결과 장 선수가 7.2%의 지지로 1위를 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6일부터 이달 2일까지 2호선 강남역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은 못했지만 시민 56명의 지지를 받은 장 선수가 교통사고 후유증 극복과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것에 대해 서울 시민들이 답한 것이다.

또 지난 7월 말부터 8월 12일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메달에 상관없이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모 그룹 후원으로 네티즌이 직접 뽑은 ‘네티즌 금메달’을 증정했다. 여기에서도 응원 댓글을 가장 많이 받은 ‘베스트 5’에 장미란을 포함해 박태환, 신아람(펜싱), 기성용, 이용대(베드민턴) 선수가 선정됐다.

지난 20일 현대자동차는 국민 참여 이벤트 ‘국민들의 메달리스트’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총 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벨로스터 터보 차량을 전달했다. ‘국민들의 메달리스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 중 5명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장미란을 필두로 김연경(배구), 정진화·양수진(근대5종), 손연재 등이었다.

이렇듯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장 선수는 어떤 선수일까. 아마 메달이 좌절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땀과 바벨에 입을 맞추고 기도 하는 모습에서 감동의 잔상을 기억했을 듯싶다.

마지막 시기 바벨을 떨어뜨린 후에도 장미란은 담담한 표정으로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팬이 있기에 역도를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 것처럼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자기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경기장에 섰던 그의 도전때문일 것이다.

▲ ⓒKBS 2TV '승승장구' 방송 캡쳐
부모님때문에 시작한 역도, 역도장 가는 게 정말 싫었지만…

대한민국 역도 여제가 지난 18일 잠실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 천여 명의 관중들 앞에 ‘열정樂(락)서’ 시즌3 강연자로 나타났다.

장 선수는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응원과 격려를 보내 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역도를 시작했다”라며 “역도장 가는 게 정말 싫었지만 기록 올리는 ‘재미’를 발견하고 나니 열정이 생기더라고요”라며 말문을 이었다. 당시 역도는 무식하고 힘만 쓰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춘기 소녀 장미란에게 역도장 가는 일은 그 자체가 고역이었다.

역도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머쥐게 되면서부터 그에게 역도의 재미를 알게 해 주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 장 선수는 역도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고 묵묵히 훈련에 임했다.

억지로 시작한 일이지만 ‘재미’를 발견하자 놀라운 일들이 계속 이어졌다. 역도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세웠고, 대회 때마다 신기록을 갱신했다.

그 후 승승장구하던 장 선수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에 몸과 마음이 지치자 ‘역도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을 했다.

장 선수에게 더 이상 ‘재미’도 없는 운동으로 그렇게 불만만 쌓여 가던 중 태릉선수촌에 처음 입촌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마련됐다. 장미란 선수는 “창 밖으로 유도, 레슬링 선수들 체력훈련하는 게 보였는데 보기만 했는데도 헛구역질이 났다”며 차라리 역도가 낫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한다.

‘베이징의 여자 헤라클레스’의 새로운 도전

장미란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326㎏(인상 140㎏, 용상 186㎏)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획득했다. 라이벌 무솽솽(중국)이 불참한 가운데 인상, 용상, 합계의 세계신기록에 자신의 이름 장미란 석 자를 올렸다.

2009년에도 장미란은 잘 나갔다. 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4연속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당시 기록한 용상 세계기록 187㎏은 누구도 깨지 못했다.

하지만 장 선수는 2012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인상 125㎏, 용상 164㎏, 합계 289㎏를 들어 올려 4위에 랭크,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세웠던 것과 비교할 때 한참 모자라는 결과였다. 오랜 기간 부상에 시달려온 것이 저조한 기록으로 나타났다.

▲ ⓒKBS 2TV '승승장구' 방송 캡쳐
마지막 용상 3차 시기에서 바벨 들기에 실패한 장미란은 곧바로 관객을 향해 큰절을 올려 성원해 준 국민들을 향한 감사함과 죄송함을 표현했다.

이어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장 선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장미란은 눈물을 닦으며 “다치지 않고 잘 끝나서 아쉬움은 있지만 부상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0년 교통사고 때문인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장 선수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각종 부상 때문에 훈련 때도 왼쪽 어깨 통증으로 애를 먹었다. 목 디스크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한동안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몸의 균형도 많이 흔들렸다. 재활로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챔피언의 몸이 아니었다.

장 선수는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래도 베이징 때보다 한참 못 미쳐서 국민들이 실망하셨을까봐 염려가 된다”며 “가능한 최선을 다했다”며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한편 박태환은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 장 선수와 같이 출연해 “장미란 누나가 곧 전국체전 일정을 마무리지으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이어 박태환은 “(장미란이) 나중에 살을 빼고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며 지금 많이 보라고 하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여 방청객과 시청자를 웃게 만들었다.

이제 지난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매진한 모든 선수들의 보상은 시간이나 물질보다 그들을 좀 더 아껴주고 응원해 주고 잘못된 상업성에 물들지 않게 지켜주는 거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장미란은 “불규칙적인 생활, 자고 싶을 때까지 자면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전했지만 국민들은 ‘세계를 들어올린 아름다운 손’과 가장 깨끗한 패자의 감사하는 미소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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