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말을 빌려 ˝박근혜만은 대통령 돼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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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 말을 빌려 ˝박근혜만은 대통령 돼서는 안 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1.27 0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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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전 조사관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출간, 암살 의혹 ´추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고상만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은 26일 "故 장준하 선생이 지난 1967년 선거 때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해 했던 말을 빌려 주장한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일정한 자격과 조건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대통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단 한 사람, 박근혜 후보만은 절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고 전 조사관은 서울 종로구 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신간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출판 기념회 인사말에서 "박 후보가 유신 독재자의 딸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가진 그릇된 역사인식 때문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 후보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인혁당, 5.16 군사 쿠데타 등을 대하는 모습"이라며 "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사과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진정성을 믿을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그 증거로 정수장학회 문제와 장준하 선생 의문사를 대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수장학회는 타인의 재산을 강제로 강탈한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피해자 유족을 상대로 재차 명예를 훼손했다"며 "장준하 선생의 사인 역시 눈에 보이는 진실마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7년 (장 선생 미망인) 김희숙 여사를 찾아가 과거 아버지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던 박 후보였다"며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 돌변했다. 사실이 아닌 목격자의 말을 빌려 장준하 선생의 재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표리부동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사오늘.
고 전 조사관은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대가 적어도 50년 정도 후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우려는 최측근인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2년 전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김 본부장은  박 전 대표는 민주주의 비용을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을 외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얼마 전 기자들에게 욕설해 논란을 빚은 김재원 의원이 말한 대로 박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2012년에 부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장준하 선생과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도 친일파와 군사독재세력 청산을 위해서도 박 후보는 절대 대통령에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이 말 한 마디를 위해 그간 일했던 서울시 교육청 공무원직을 내려놓고 사표를 썼다"며 "지난 8월 1일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드러나면서 명백한 타살 의혹이 드러났지만,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끝내 재조사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했다. 이러한 때 침묵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집필할 당시 심경에 대해 "비겁한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쓰다가 무슨 일을 당할까 싶어 자판기 위에서 손가락을 망설인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끝내 썼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다 말하지 못한 10%가 남아있지만, 이는 새로운 조사를 위해 필요한 영역이라고 판단해서 그 부분만 뺐다. 그건 차후 조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은 고 전 조사관이 2002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할 당시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에 대해 밝혀낸 대국민 보고서다.

고 전 조사관은 1990년 3월, 학생운동 동지인 김용갑 씨 의문사에 대한 진실을 쫓다 이듬해 3월 구속되면서 인권운동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1992년 유서대필 조작 강기훈 무죄석방 공대위,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 2006년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등에서 일했다.

그는 단 한 사람도 억울한 죽음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평소 신념대로 그간 공권력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러 의문사를 조사해왔다. 특히 장준하 선생 의문사를 조사할 당시에 대해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었다"며 "영화 ‘살인의 추억’ 대사처럼 꼭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장준하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출판 기념회는 장준하 선생 유가족 장호권 씨를 비롯해 민주통합당 이부영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정연주 KBS 전 사장, 명진 스님,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장호권 씨는 "장준하 선생의 유족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의 잘못된 진실을 바로서야 한다"며 "12월 19일 역사를 망쳐버린 가해자와 독재자, 이러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시는 유린하지 못하도록 모두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초청 공연을 장식한 가수 손병휘 씨는 '쿠바를 떠나네', '나란히 가지 않아도' 등을 부르며 "과정이 중요한, 상식이 회복되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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