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시장, 성장 정체 속 ‘곰표’ 분쟁까지…‘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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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시장, 성장 정체 속 ‘곰표’ 분쟁까지…‘겹악재’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6.1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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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 vs. 대한제분 법적분쟁으로 갈등 격화
업계 빅2 세븐브로이·제주맥주, 분위기 침체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곰표밀맥주 디자인, CU에서 판매 중인 대표 밀맥주 ⓒ사진 제공=대한제분, CU

수제맥주업계 양대산맥인 세븐브로이맥주와 제주맥주가 ‘곰표’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 수제맥주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이 같은 분쟁까지 격화되면서 전체 수제맥주 시장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눈치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생산해오던 세븐브로이, 곰표 상품권을 가진 대한제분이 결국 법정 싸움에 돌입한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 15일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 금지’와 ‘사업활동방해 행위 금지’ 위반으로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업활동방해 행위로는 △해외사업 활동 노하우와 거래처 탈취 △성분분석표, 영양성분표 등 핵심 기술 탈취 △경쟁사업자에게 핵심기술 전달 등을 꼽았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함께 생산·판매하기로 한 완성품이 지난 3년간 세븐브로이가 생산해온 제품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세븐브로이 측은 “제주맥주를 통해 판매하겠다는 곰표밀맥주의 맛이 세븐브로이맥주가 개발하고 생산·판매해온 맥주와 동일하다”며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맥주의 사업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노하우와 맥주 성분을 탈취한 뒤, 경쟁사를 통해 동일한 제품을 출시해 세븐브로이맥주를 업계에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대한제분은 지난 3월 말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을 종료한 뒤 세븐브로이맥주와 경쟁관계에 있는 제주맥주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동일한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같은 맛의 ‘대표 밀맥주’를 내놨는데, 당시 대한제분이 패키지 디자인의 유사성을 문제 삼으면서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세븐브로이가 한 걸음 물러나 기존 곰 캐릭터에서 호랑이 캐릭터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이후 각 사가 각자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갈등이 원만히 마무리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대한제분과 제주맥주의 곰표 밀맥주 재출시를 앞두고 또 한 번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의 공정위 신고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19일 강한 유감을 표했다. 재고처리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세븐브로이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제안했지만 세븐브로이가 이에 응하지 않고 독자 제품을 출시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한제분 측은 “(세븐브로이맥주가) 곰표밀맥주의 새로운 파트너사가 제품을 출시하기 직전이 되자 돌연 가처분을 신청했다”며 “결국 이는 곰표밀맥주의 사업과 변화의 노력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레시피가 기존과 동일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향후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등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응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제분 측은 “재출시되는 곰표밀맥주는 새로운 파트너사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며 “향후 소모적 대응을 지양하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 출시와 관련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수제맥주 시장 선두 기업인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간 논란으로 시장 분위기가 더욱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다양한 주종의 성장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양 사 매출도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1위인 세븐브로이는 2022년 매출이 약 327억 원으로 18.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58.5% 줄어든 약 49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1분기에도 매출 약 53억 원, 영업이익 약 4억 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 87%가량 줄었다. 곰표 밀맥주가 세븐브로이의 대표 흥행 제품이었던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히트작 출시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맥주에도 이번 법적 분쟁은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대한제분은 오는 22일 예정대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원이 세븐브로이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곰표 밀맥주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제주맥주 역시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곰표 밀맥주 생산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제주맥주의 매출은 약 2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약 116억 원으로 적자폭이 44억 원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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