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경제적일까…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 오래된 논쟁 [권현정의 이런E저런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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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경제적일까…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 오래된 논쟁 [권현정의 이런E저런E]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7.26 19: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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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전단가, 원자력 저렴…장기전망은 ‘이견’
기업 부담 낮추려 원전 포용…수출 도움은 아리송
“문제는 경제성 아닌 경쟁 붙이는 상황” 목소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 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시사오늘
원전이 다시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시사오늘 정세연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이 다시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정부가 최근 계획단계 원전(신한울 3, 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고, 설계수명 만료 원전(고리 2~4호기)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엔 추가로 원전 신설을 검토한다고 밝히기까지 하며, 원전 신·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쟁점은 신재생에너지와의 ‘경제성’ 비교시 어느 쪽이 경쟁력을 지니는지 여부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더 경제성 있는 에너지원’은 다르게 판단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셈법을 모아봤습니다.

 

“국내는 원전 발전단가 비교적 낮아” vs. “국제 추세, 재생에너지가 더 저렴”


원전의 ‘경제성’을 따질 때 가장 먼저 비교군으로 언급되는 것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입니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대체할 에너지가 필요한데, 무엇이 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냐는 거죠.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현재 발전단가를 근거로 꺼내 듭니다. 발전단가로 보자면, 현재 국내에서는 원전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거든요.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연료원별 정산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원자력 38원 △유연탄(화력발전소) 142원 △신재생 167원 입니다. 정산단가는 시장판매 가격에 해당합니다.

공장가에 해당하는 발전단가는 개별로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역시 원자력이 가장 낮고 석탄화력, LNG(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순이란 게 업계 정설입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 에너지보다 낮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태양광과 바람이 충분하지 않아서, 재생에너지는 전환에너지로서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재생에너지는 환경 의존적 에너지입니다. 국내 햇빛은 캘리포니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고, 풍력은 영국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장기적으로 기후가 바뀌는 게 아니라면, 원전의 경제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가 도입되더라도 원전이 더 저렴합니다. ESS 도입시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는 5배 더 올라갑니다.”

반면, 재생에너지가 더 경제성 있다는 측의 셈법은 이렇습니다. 원전은 당장 초기 투자비용부터 많이 들고 설치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가격까지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국내도 곧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경쟁 우위를 지니게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발전원별 균등화발전원가(LCOE) 중간값은 지난 2020년 기준 MWh(메가와트시)당 △대규모 태양광 50.7달러 △육상풍력 55.3달러 △원자력 68.8달러 △해상풍력 74.0달러 △상업용 태양광 93.7달러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태양광 일부, 풍력 일부가 원전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거죠.

원전은 초기 투자 비용도 오르는 모습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원자력 발전 건설비는 초기 계획 예산에 비해 실제 소요 비용이 2~4배가량 높아졌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 역시 계획 대비 약 35~70%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전 설계 보강 등을 이유로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의 부연입니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원전 경제성이 어느 정도 있는 건, 거의 2~3년에 한 번씩 국내에 원전을 지어와서 초기 투자비가 낮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나라는 오랜만에 원전을 짓기 때문에, 필요시 숙련 기술자가 많지 않아서 초기 투자비가 올라갑니다. 다만, 우리나라도 계속 저렴할 거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반복해 짓는다고 해도 재료비는 오르고, 재생에너지 가격은 내려가겠죠.”

 

기업들, “CF100 현실적 대안” 지지 목소리…‘수출 경쟁력’서는 의문


원전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지, 낮출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글로벌 거래처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전 에너지가 국가 간 거래에서 ‘그린’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부터가 논쟁거리로 떠오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에서 원전 발전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EU는 지난해 7월 긴 논쟁 끝에 친환경 분류체계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에 원전 에너지를 포함했고, IEA는 세계 원전 발전설비 용량을 2020년 415GW에서 2050년 812GW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탈탄소 국제 캠페인 중 CF100처럼 원전, 수소 등을 인정하는 캠페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SKE&S 등이 참여하는 민간 탈탄소 정책 협의체 에너지얼라이언스는 공개적으로 RE100의 현실적 대안으로서 CF100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국제 추세를 수출 시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는 흐름으로 평가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옵니다.

그린택소노미의 친환경 원전 인정 허들은 높은 편입니다.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최종 처분시설을 완공해야 하고 △이를 위한 계획, 부지 기금 등이 있어야 합니다. 인정보다는 신재생에너지 공백을 채우기 위한 ‘제한적 허용’에 가깝다는 평입니다.

CF100 역시 가입 조건이 앞선 RE100 등보다 까다로운 데다, 국제적 인지도도 아직 낮은 편이어서 가입이 가능할지, 쓸모가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나뉩니다. 박지혜 플랜1.5 변호사의 말입니다.

“CF100은 RE100을 다 달성한 구글 등이 차별화 전략으로 내놓은 거예요. RE100은 연간 총 전력 소비량을 연간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량과 비교해서 밸런스 100을 만드는 거라면, CF100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매일 ‘카본프리’(무탄소) 전력을 쓰겠다고 약속하는 거거든요. 정부는 무탄소에 주목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모니터링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제안된 이니셔티브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인지도가 낮아서, CF100 했다고 주장할 경우에, 시장에서 RE100 달성한 것과 같다고 간주되는 상황도 아니고요.”

 

“신재생에너지-원전, 경쟁대상 아냐”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경제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냅니다. 어느 쪽이 경제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따질 게 아니라 둘 다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일정한 ‘파이’를 두고 땅따먹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만큼, 같이 가야 하는 ‘파트너’라는 주장입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원자력은 저렴한 대형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어렵지만, 잘만 관리하면 매력적인 에너지죠. 신재생에너지는 설비가 간단하고요. 모든 에너지를 다 원전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 각각 장단이 있는데, 포트폴리오에서 같이 가야지, 재생에너지랑 경쟁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부지마다 원자력 못 들어가면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반대면 원전을 넣는 방식이 적절하죠. 코끼리 다리만, 귀만 만질 게 아니란 겁니다.”

이처럼 ‘같이 가는’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선, 국가에서 지원 경쟁을 붙이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습니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국내 인프라 지원은 꾸준히 줄었다는 게 재생에너지 업계의 중론입니다. 동시에 원전 등은 민관합동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등 국가 산업이라는 메시지가 꾸준히 송출돼 왔고요. 박종운 교수의 말입니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법적인 문제나 보조금 문제 등으로 정치가 개입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원전은 아니죠. 다른 나라 원전 수출은 민간이 알아서 합니다. 우리처럼 공기업(한국수력원자력)이 독점하는 형태에서 정부가 나서서 ‘수출을 몇 기 하겠다’ 그런 게 아녜요. 수출 시 주 공급자가 한수원이 될 수도 있고, 민간 기업과 조인(협업)해서 할 수도 있는 건데, 정부가 개입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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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께 2023-07-28 07:56:27
신재생을 신재생 전문가한테 물어야지 경쟁하는 원자력과 교수한테 묻냐? 취재자체가 틀렸잖어

황강 2023-07-27 08:43:10
박종운은 완전 잘 못 집었다. 해외에서도 대통령이 나서 원전세일즈 하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다녀갔지

클락 2023-07-27 05:17:21
고준위 방폐물 포함시켜서 애기해 보세요.
과연 어떤게 저렴한걸까요?
지금 저준위 방폐장도 폐기장 짓는데 오래걸리고 반대가 심한대요. 한번 입고 버리는 옷도 반대하는데 고준위 방폐장은 안정화가 될때까지 보관해야 합니다.
유지보수 포함시켜서 비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