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항 소환하는 이재명… ‘옥중공천에서 출마설까지’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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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항 소환하는 이재명… ‘옥중공천에서 출마설까지’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8.2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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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검찰소환, 올해만 5번째…‘불구속’ ‘사퇴 후 비대위 구성’ ‘옥중공천’ 등 설 난무
故손주항, 유신헌법하 10대 총선 ‘옥중당선’…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선거직전 체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벌써 5번째 소환 통보를 받은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옥중공천설이 거론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벌써 5번째 소환 통보를 받은 가운데, 이 대표의 구속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옥중 공천설’입니다.

해당 설은 지난 1월에도 나왔는데요.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지난 1월 26일 YTN <정면승부>에서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가 옥중 공천하려나 보다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CBS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는) 사퇴할 의사 1도 없다. 심지어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3일 언론에 낸 공지에서 “(이 대표는 옥중 공천) 의사를 밝힌 바 없고 실제 그런 결정이나 결심을 한 바도 없다”고 즉각 반박하는 의견문을 내기도 했는데요. 

이후 옥중공천설은 정치권 일각의 소문으로 가라앉는 듯 싶었으나,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겹치며 다시 대두됐습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9일 MBC <시선집중>에서 “옥중 공천이라도 하겠다는 이야기들이 아마 이 대표의 진심 어린 생각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MBC <시선집중>에서 “유죄가 나올 수 없다는 확신은 분명하고, 영장도 발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사퇴설’을 일축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지난 24일 TJB 대전방송 인터뷰에서 ‘10월 사퇴 후 비대위가 구성될거란 전망이 나온다’는 진행자 질문에 “전망이 아니라 기대일 것. 특히 여당이 그럴 것”이라며 “나는 전당대회에서 78%라는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됐고 그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어떻게든 이기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배경에 대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 민주당 내 계파 갈등 심화 가능성에 윤석열 정부 국정이 어려움을 겪을 때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임에도 문제 해결에 약한 모습을 보여 총체적 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때문에 이 대표의 결단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이 대표 앞에 놓인 길을 3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구속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와 ‘구속되고 지도부에서 물러나는 경우’, ‘구속되고 대표직을 유지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는 첫 번째 경우에 대해선 “우선 구속될 가능성이 작다. 아무리 사법부라 해도 회기 중에 있는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할까 싶다”며 “몇 년 전에 있었던 사건인 데다 이 대표가 도망가거나 증거인멸 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구속이 현실화해 이 대표가 직에서 물러날 가능성’과 관련해 “이 경우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정기 국회 중에 싸우는 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구속된다고 바로 유죄 판결 나는 것도 아니고 대법원판결까지 최소 3년은 걸린다”며 “내년 임기 8개월 전까지 비대위를 꾸리고 물러날 수 있다”며 ‘비대위 체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총선 공천 작업은 비대위가 진행하고, 이재명 대표는 재판에 집중하고 그 후에 대권 도전을 노리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남은 경우의 수는 ‘옥중 공천설’입니다. ‘옥중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며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가능성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故 손주항 전 의원의 경우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1978년 12월 12일에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손 전 의원은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그는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구속됐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은 현재와 크게 달랐습니다. 10대 총선은 1972년 유신 선포 이후 유신헌법 하에 치러진 두 번째 총선이었는데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비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어길 때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던 긴급조치 9호는 독재에 항거하고자 하는 이들의 활동을 제약했습니다. 손 전 의원은 반독재·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1978년 12월 13일 자 동아일보 ‘옥중 당선에 부인 울음’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1978년 12월 13일 자 동아일보 ‘옥중 당선에 부인 울음’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임실·남원·순창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손주항 후보가 옥중 당선되자 손 후보 부인 김영숙 씨(41)는 “안 될 줄 알았는데 당선이 돼 정말 기쁘다. 오직 유권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장남인 손성 군(17·서울 환일고 3년)은 “아버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 1978년 12월 13일 자 <동아일보> ‘옥중 당선에 부인 울음’

이처럼 옥중 정치활동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할지 부정적으로 평가할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예전에 군사독재에는 옥중 당선이라는 게 있었지만 지금 민주화됐는데 옥중 당대표가 어디 있냐”고 말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옥중 공천설’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론이 문제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1년 반 이상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데, 옥중에서 떳떳하게 민주당에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며 “공천장 받은 사람을 더 난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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