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사익’ 챙기기…국회는 ‘뒷짐’ [간납사 횡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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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로 ‘사익’ 챙기기…국회는 ‘뒷짐’ [간납사 횡포②]
  • 정진호 기자,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9.18 13:5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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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일상’인 간납사,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마진만 편취…규제할 방도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간납사로 인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의 문제점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나,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국민의 피해는 점점 더 커져지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2022년 국정감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간납사(간접납품회사) 3곳 중 1곳이 병원 등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병원 치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재정에 압박을 줘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의 질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보다 상세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간납사 유통과정 개선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동안 국민의 피해는 점점 더 커져가는 실정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간납사를 중심으로 현재 의료기기 유통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살펴봤다.

 

간납사, 무엇이 문제인가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간납사가 공급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떼 가는 마진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충당되는 셈이다.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간납사의 모델은 미국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구매대행업체) 시스템이다. GPO란 제조업체가 병원에 소모품이나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중간 단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회사를 말한다. 회사가 구매력을 기반으로 묶음구매·수량할인을 통해 개별병원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매입한 뒤, 마진을 남겨 병원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간납사가 미국의 GPO와 같은 역할을 할 경우, 병원은 구매에 드는 노력과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자는 선구매를 통한 제조원가 절감을 기대할 수 있어 병원과 간납사, 의료기기 공급사가 모두 이득을 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2000년대 초 간납사가 국내에 도입될 당시 내세운 명분도 병원과 공급사 양쪽에 도움을 주면서 ‘선진적 의료유통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 전체 병원의 구매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Burns&Yovovic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비용 절감, 86%가 행정비용 절약·개선, 84%가 계약 표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가져왔다며 GPO가 병원 행정 부담 감소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간납사가 하는 역할이 미국의 GPO와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병원을 대신해 의료기기 구매를 대행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GPO와 달리, 간납사는 ‘페이퍼컴퍼니’처럼 공급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계산서만 발행하며 마진을 떼는 형태로 운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의료기기 업계 일각에서 “간납사는 딱히 하는 일 없이 마진만 떼어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지난 8월 <시사오늘>과 만난 의료기기 공급업체 관계자는 “간납사는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과장 덧붙여 ‘계산서 발행’이 전부다. 가만히 앉아서 마진율만 붙이는 것”이라면서 “직원 한두 명만 두고 컴퓨터로 다 처리하면서 마진을 떼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하는 일 없이 마진만 챙기는’ 간납사가 존재하는 원인은 우리나라 특유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있다. 우리나라는 치료재료 상한제와 실거래가 상환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품목별로 상한금액을 정해 두고, 병원이 그 범위 내에서 치료재료를 구매하면 실거래가를 병원에 지불한다.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간납사가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사이에서 얻는 이익은 ‘통행세’ 성격을 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예컨대 상한금액이 1만 원인 치료재료를 사는 데 5만 원이 들었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만 원만을 병원에 지급한다. 반대로 병원이 1만 원짜리 치료재료를 8000원에 구매했더라도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8000원뿐이다.

여기서 ‘하는 일 없는’ 간납사가 등장할 유인이 생긴다. 공급업체로부터 치료재료를 8000원에 구매한 다음 1만 원에 병원에 납품하면 간납사는 2000원의 차익을 보게 되는데, 이를 병원과 나눠 갖는다면 병원도 간납사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간납사는 애초에 ‘통행세’를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간납사는 병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병원에 대한 납품을 독점하거나, 심하게는 병원장의 가족이나 친지 등 특수관계인이 운영하기도 한다. 간납사가 별다른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마진을 얻고, 심지어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 ‘절대 갑’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배경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이런 간납사의 행태는 국민과 의료기기 공급업체 양측에 피해를 안긴다. 우선 불필요한 중간 유통과정이 추가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커지고, 이는 곧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간납사가 아무 역할 없이 공급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떼 가는 마진은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충당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대형병원 재단과 특수관계인 간납사가 중간에 착복하는 비용은 결국 진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민의 건강보험료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당국에 간납사 운영 실태 전수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간납사가 더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 납품가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도 하락한다. 공급업체로서는 손해를 보고 팔 수 없으니 ‘품질은 좋지 않지만 싼’ 치료재료를 공급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납사가 공급업체에게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할수록 환자가 제공받는 치료재료의 질도 하락하는 구조다.

의료기기 공급업체의 손실도 크다. 간납사들은 병원 납품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공급업체들은 병원에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간납사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간납사들은 단가 후려치기, 과도한 중간수수료 부과, 의료기기를 미리 병원에 납품한 뒤 쓴 만큼만 확인해 결제하는 ‘가납’ 등의 방식으로 공급업체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영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자문위원은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간납사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의료기기 공급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을 평균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지연하고, 최대 20%에 달하는 과도한 납품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의료기관에 미리 제품을 납품하는 ‘가납’을 강요해 공급사에 재고 및 분실·파손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공급내역 작성·보고 의무 또한 전가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간납사의 갑질 해결을 위해선 의료기기법 개정 등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지난 2021년 9월 28일~10월 12일 협회 회원사 39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기기산업 유통 실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른 ‘간납업체와의 원치 않는 거래 상황’ 관련 설문조사 결과. ⓒ 시사오늘 (그래픽 = 박지연 기자)

실제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지난 2021년 9월 28일~10월 12일 협회 회원사 39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해 2021년 11월에 발표한 ‘의료기기산업 유통 실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간납업체와의 원치 않는 거래 상황을 겪었다고 응답한 자는 84.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금결제 기간 연장(39.0%), 간납 할인률 인상(30.2%), 특정 서비스 사용료 강요(25%), 단가계약 지연(23.3%), 가납제품 부실관리(13.6%), 담보 미제공(13.4%), 타 의료기관 납품 단가 요구(11.6%), 거래 명세서 발행 지체(9.3%), 공급 내역 보고 작성 의무 전가(7.3%) 등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막으려면 국회 움직여야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간납사를 아예 폐지하자는 강경론이 나온다. GPO의 순기능은 전혀 살리지 못한 채 공급업체에 대한 ‘갑질’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편취하며 존속하는 간납사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공급업체가 병원과 직거래를 하면 건강보험료 유출을 막을 수 있고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재료의 질적 향상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다만 반론도 적지 않다. 병원이 수백, 수천 가지의 치료재료를 스스로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하려면 인적·물적 낭비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진료재료가 있는데 병원이 그걸 일일이 알아보고 구매할 수는 없다”며 “더구나 요즘은 기술 발전이 워낙 빨라서 의료진이라고 해도 모든 치료재료의 정보를 알 수가 없다. 간납사는 의료진도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진료재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또 “간납사가 없었을 때는 하루에 수십 명이 넘는 공급업체 영업사원들이 찾아왔다. 영업사원들을 상대하는 게 간호사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을 정도”라며 “의료진이 진료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간납사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간납사의 필요성을 웅변했다.

이에 간납사의 존재를 인정하되, 규제를 통해 사익 편취와 공급업체에 대한 갑질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법에는 간납사의 공식적 정의와 법적 지위가 없어 병원의 특수관계자가 간납사를 운영해도, 간납사가 50%의 마진을 가져가도 막을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임종규 자문위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의약품과 치료재료에 동일한 급여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치료재료 유통 과정을 의약품 유통과 동일한 제도로 개선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약사법에는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 대금 결제 기한 6개월 이내 의무화 등이 규정돼 있다.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부 교수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임직원 등 특수관계인의 도매상 개설을 금지하거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특정 의료기관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금지해 불공정 거래행위 원인을 제거하자고 제언했다. 또 적정 마진율을 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미국 GPO의 경우 수익 중 수수료가 거래 비용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배 교수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많은 의료기기 업체들은 간납사가 특별히 제공하는 가치 없이 마진을 취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많은 간납업체들이 페이퍼 상에만 존재하며 의료기기와 치료재료가 건너가는 중간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설립인가 요건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거나, 부동산 중개처럼 적정 수수료율을 공익적 차원에서 정하는 것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역시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과 대금결제지연 방지를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과연 이번에는 ‘간납사의 횡포’에 브레이크를 걸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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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 2023-11-03 16: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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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2023-10-04 15:13:54
1) 국회의원. 정치인자녀들 상당수 성적도 안되는 애가 로스쿨 가는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유치원 시간도 안채우고 이용도 안하는 방과후 시간 무조건 이용한다고 체크후 국비손실 되는것 혹 (교육청에서) 알고도 눔감아주는 관행은 아닌가요

이상미 2023-10-04 15:10:52
문닫고 하는일 누가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