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쓴 약’ 내용이 궁금한 이유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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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의 ‘쓴 약’ 내용이 궁금한 이유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0.29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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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약, 꼭 먹어야 할 약을 조제하겠다지만
‘국민의힘 병’에 대한 옳은 진단은 마쳤을까”
“진단‧처방 제대로 해도 환자가 말 듣는 건 또 다른 문제”
“국민의힘 실세들과 버거운 전쟁부터 치러야”
“혁신위 1호 안건, 통합 위한 이준석 등 사면은 잘 골랐다”
“‘배 아픈 건 못 참는’ 민심 속 들어가 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가 지난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푸른 눈의 의사가 여당 혁신위원장이 된 것부터가 뉴스다.

게다가 그는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되기 직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이색적인 꿈’ 하나를 밝혀 더욱 주목을 끌었다.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 그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은 혁신위원장으로 이미 내정됐던 때다.

그렇게 시선을 끌긴 했는데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일까, 취임 초 말실수를 하고 그걸 주워 담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낙동강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

인 위원장은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받았다. 의료 지원을 위해 29차례 방북했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도 지냈다.

그러니 그도 국민의힘이 영남당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당내에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건 몰랐을까. 기자들이 그 발언에 대한 진의를 묻자 “농담도 못 하냐?”며 즉시 후퇴했다. 초장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이어 ‘변화’에 관해 얘기하며 기자들에게 “본질에 관해 얘기합시다”라며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무리 정치 경험이 짧다고 해도 오만함 내지 미숙함을 드러내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실패도 말실수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거다. 

그래서 “쓴 약을, 꼭 먹어야 될 약을 조제해서 아주 여러분들이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찾아가겠습니다”라는 그의 말을 속 내용물이 꽉 찬 말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비판을 의식했음일까. 현재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1호 안건으로 삼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1호 안건은 일단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대패하고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최근 TK(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지지율이 뚝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을 인 위원장이 온전히 짚어내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아니, 알고도 숨기려고만 하는 건지도 모르는 고질적인 그 병. 그에 대해 인 위원장이 정확히 진단하는 일을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요구이기도 하겠다. 혁신위원장이니까 막연히 병폐를 고쳐나가겠다는 정도로 얘기한 것 아닌가 싶다. 

尹 대통령 외교와 먹거리 발굴 성공에도 불구…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실적은 평가해 줄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외교 분야에서 미국, 일본과 확실한 공조 체제를 갖췄다. 사우디 등지를 돌며 수십조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따오고 원전과 네옴시티 공사 등 당장의 막대한 먹거리도 챙겨 왔다. 건설업계 등에서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할 정도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1호 세일즈맨’으로 돌파구를 만들고, 불안한 남북 관계에서 우방국과의 공조를 그렇게 튼튼히 다잡아 놨으니 당연히 지지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기는커녕 왜 떨어지기만 할까. 

국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면 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텐데 여론조사 결과는 그게 아니다. 개혁 피로감? 노동과 교육 분야만 조금 진전을 보았을 뿐 연금개혁 분야는 이제 겨우 첫발을 떼고 있지 않은가. 

말이 나온 김에 연금개혁 부분에 관해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연금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데 성공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중이다. 

그러나 마크롱은 지난 2017년 집권 이후  노동개혁, 공공개혁, 연금개혁까지 인기가 없는 개혁을 한 결과 지지율은 잃었지만 ‘유럽의 환자’란 조롱까지 듣던 프랑스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마크롱의 개혁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윤 정부의 지지율 침체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 위원장의 국민의힘 개혁을 위한 메스는 어느 부분부터 대야 할 것인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을 비롯한 정부 요직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민주당의 태클이 심했던 건 사실이다.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계속되는 윤 대통령의 인사를 바라보는 민심 이반 역시 민주당의 태클 못지않게 매우 심했던 것으로 각 언론의 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간단하게, 쉽게 얘기하자.
대통령의 친구들보다는 친구 아닌 사람들의 숫자가 당연히 많다. 
검사직보다 검사 이외의 직업이 훨씬 많다. 
서울법대 졸업생보다 다른 대학교 법대 졸업생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인사 때마다 ‘권역 밖’의 많은 사람이 질투할 수밖에 없다. 반대파는 질투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지율을 떨어뜨리기가 아주 수월하게 돼 있다.

아는 사람이 편하고 믿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국정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건 두 말이 필요 없는 진리다. 

되풀이되는 대통령 사람들의 낙마, 그들의 ‘막대한 재산과 사소한 흠결’은 민주당의 적극적인 선전에 힘입어 국민들에게 더욱 부풀려 전달되며 결국은 윤 대통령의 성과를 희석시키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돼왔다. 편중 인사와 그로 인한 정부 및 정치권 주변인들의 박탈감과 불만, 그리고 그 여파가 지지율 하락 원인의 전부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이 돼온 것으로 필자는 본다.  

혁신위원회가 혁신 시늉만 낼 것이 아니라면, 공천 부분에서부터 전반적인 국정 기조에 이르기까지 인사 혁신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를 집중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혁신위의 기능이나 역할 면에서 민생 부분 등은 그다음 과제로 삼아도 된다.  

동아일보 지난 10월 25일 자 <김순덕 칼럼> 중 ‘노태우 용인술’ 부분. “36% 득표율로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이 56.8%의 긍정 평가(미디어리서치)로 퇴임할 수 있었던 것도 용인술(폭넓은 인사) 덕분이다.”

오래된 병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의 발전 동력도 된 한국병 하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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