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팬데믹후 금리민감도 커져…중앙은행, 분석능력 제고 필요”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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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팬데믹후 금리민감도 커져…중앙은행, 분석능력 제고 필요” [현장에서]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3.2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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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금융통화위원, 26일 기자간담회
금통위 4년 활동 되돌아보며 소회 밝혀
“한은, 어려운 책무 잘 수행” 긍정 평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서영경 금통위원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위기를 거치면서 느낀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위기를 거치면서 느낀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팬데믹 위기와 뒤이은 고(高)인플레이션 충격이라는 전대미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도모하면서 대내외 금융안정을 달성하기 어려운 책무를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서 금통위원은 26일 진행된 한국은행 금통위원 간담회에서 ‘팬데믹 위기는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화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서 위원은 지난 4년간 금통위원으로 활동한 소회에 대해 “제 임기를 돌아보면 팬데믹 위기와 인플레이션 충격 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의 연속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위원은 오는 4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금통위원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전대미문의 보건위기인 '팬데믹'은 통화정책적 대응에 정말 어려움이 컸다”고 되돌아봤다. 서 위원은 “위기가 빨리 전파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초완화적인 정책기조로 신속하게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정청잭과의 공조를 통해 기업 및 취약부문에 대한 신용정책도 실시했다. 한국은행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CP 매입기구(SPV)를 정부와 함께 설립·운영하면서 코로나 위기로 유동성 조달이 어려워진 저신용 기업을 지원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실물과 금융간 상충이 심화됐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서 위원은 “위기 초에는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가 필요했지만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1년이상 유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도 “다만 2020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변종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기에 초저금리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팬데믹 후 수십년만에 고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서 이에 대응한 통화정책도 필요해졌다. 이에 한국은행과 금통위는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빠른 속도로 인상을 단행하는 한편 금융안정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했다.

서 위원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았으나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다”며 “2022년 하반기에 PF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되자 RP매입, RP대상증권 확대 등을 통해 시장안정화를 도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은의 시장유동성 지원이 거시적 긴축정책과 배치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금리인상 파급경로가 원할히 작동하기 위한 보완적 역할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유동성 지원정책들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 완화를 일부 고려하는 한편, 노동시장 상황 변화에도 유의했다.

서 위원은 “팬데믹 위기대응 과정에서 얻은 주요한 통화정책적 교훈은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정책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과거 경험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정책수단을 갖춰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근 위기 기간이 산업지형과 고용구조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통화정책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서 위원은 “금리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시차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내수의 금리민감도가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대차대조표 정책 확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금융중개대출 한도유보분이 2024년 2월 이후 은행 중소기업 대출 취급실적에 2%로 1년간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고금리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효과가 크다고 본다”면서 “기준금리를 부문별로 차별화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 부문에 적용되는 실효금리는 평균금리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안정도 적극 고려해야한다고 봤다. 또한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위원은 “정량적 포워드 가이던스 제공은 향후 경기주체의 이해도를 높이고 시장기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4년은 예상할 수 없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면서 “중앙은행으로서는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고 미래를 전망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책무를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PF·민간부채 취약부문 등을 둘러싼 금융상황은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공급충격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하면서 미시적 영역에 대한 분석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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