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 한국 철수’로 본 올리브영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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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라 한국 철수’로 본 올리브영 경제학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4.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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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 다음 달부터 국내 철수
2019년 1호점 오픈 후 코로나 악재…매장, 행사 등 축소
올리브영은 매장 수↑…2019년 1246개→2023년 1338개
코로나 기간 브랜드도 확대…3년 간 연평균 100개 입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세포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세포라코리아 인스타그램 갈무리

글로벌 최대 뷰티숍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뺀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내고 국내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 약 4년 6개월 만이다. 반면 CJ올리브영은 매출 ‘4조 클럽’ 진입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두 기업 간 상반된 처지의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세포라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오는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하고 시장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뷰티 공룡’의 자존심이 구겨진 모양새다.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편집숍이다. 전 세계 35개국에 3000여 개의 매장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세계 무대에서 179억 유로(한화 약 26조 원)를 벌었지만, 한국에선 유난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등장 당시 “전 세계에서 매출 상위 4~5% 안에 들겠다”고 선전포고한 것과는 달리, 세포라코리아의 영업손실은 2020년 124억 원에서 2021년엔 145억 원으로 늘었고, 2022년엔 176억 원까지 불어났다.

세포라가 지지부진한 사이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3조8612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세간은 ‘세포라가 K-뷰티에 무릎 꿇었다’, ‘세계 최대 뷰티숍이 올리브영에 백기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은 세포라 SNS에 댓글을 통해 ‘한국 세포라 마케팅이 부재했다’, ‘소규모 브랜드들보다 행사도 안하고 마케팅도 안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철수가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포라 롯데월드몰점.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컸다. 세포라가 4년 동안 국내에 문을 연 매장은 총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처음엔 명동·신촌·잠실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늘려나가는가 싶더니 2022년 초엔 명동, 그 이듬해엔 여의도 IFC 매장의 문을 닫았다. 당초 2022년에 매장 수를 14개까지 확대하겠단 목표와는 점점 멀어져 갔다. 현재 국내에 남은 세포라 매장은 강남(파르나스몰), 서대문(현대유플렉스), 송파(롯데월드몰), 여의도(더현대서울), 수원(갤러리아광교) 총 5개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세포라가 한국 진출 자체가 늦었다”면서 “코로나 악재가 겹치면서 본래 목표로 했던 만큼 적극적으로 매장 수 확장을 못 했다”고 분석했다. 

그에 반해 올리브영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 갔다. 지난해 말 기준 총 1338개에 이른다. 2019년 말(1246개)보다 100곳 가까이 증가했다. 세포라가 코로나19 악재로 매장과 행사 규모를 축소할 때, 올리브영은 되레 매장 수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던 셈이다. 

이에 접근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접근성이 높을수록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소비자 입장에선 손닿을 거리에 대체품이 즐비한 올리브영 대신, ‘굳이’ 세포라로 먼 걸음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 따르면, 접근성이 좋을수록 마치 자물쇠(LOCK-IN)가 걸리는 것처럼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 올리브영의 ‘올리브 멤버스’ 회원은 1300만 명에 이른다.

올리브영 매장 이미지. ⓒCJ올리브영

접근성을 갖춰놓은 다음엔 ‘콘텐츠’에 집중했다. 올리브영은 2022년 내부 MD(상품기획) 출신인 ‘상품통’ 이선정 대표를 수장 자리에 앉힌 이후 상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총 MD 수 또한 세 자리에 이를 만큼 그 규모가 크다. 이들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뷰티 상품을 찾아 올리브영에 입점시킨다. 특히 가격경쟁력과 상품력이 높은 신진 브랜드 발굴에 힘쓰는데, 코로나 기간(2020년~2022년) 3년 동안에만 연평균 100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반면 세포라코리아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세포라에 입점한 브랜드는 총 93개다. 매장 수에 먼저 밀리고, 브랜드 수에도 뒤처진 모습이다.

또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세포라의 강점은 시연, 체험 등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이런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 한 탓이 크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요즘엔 K-뷰티가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추세인 만큼 세포라의 상품들이 올리브영에 비해 특별하게 경쟁력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뷰티 트렌드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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