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명의대여자의 입증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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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명의대여자의 입증 책임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1.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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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주식회사 제네시스는 주방용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그리고 주식회사 르노는 기계설비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한편 개인사업자인 최 씨는 2012년 6월에 아파트에 주방기구설비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르노로부터 그 명의를 빌렸다.

제네시스는 2011년 7월부터 최 씨가 르노의 명의로 시공하는 위 아파트의 주방기구설비공사 현장에 각종 주방기구를 공급한 것으로 비롯하여 2012년 5월까지 르노 명의를 사용한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주방기구를 공급하였다.

그런데 제네시스는 최 씨로부터 공사가 끝낼 때까지 물품대금 중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아파트 시행사는 부도를 내고 최 씨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 제네시스가 명의를 빌려준 르노에게 최 씨로부터 받지 못한 물품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쯤은 요즘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도 상당한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감안해 보면 이미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제24조에서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그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말이다.

최 씨와 같은 건설업자나 요식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명의를 빌려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은 데, 면허증이 필요한 자, 신용불량자, 세금연체 중인 자, 다중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들이 주로 타인의 명의를 많이 빌려서 영업을 한다.

위 사례에서 르노는 최 씨에게 명의를 대여했고, 그 무렵부터 제네시스는 최 씨의 요청에 따라 물품을 공급하면서 르노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그리고 르노는 그 세금계산서를 최 씨로부터 줄곧 제출받아 왔다. 그렇다면 법은 제네시스가 르노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하였다고 봐서 르노가 위 물품공급에 대하여 상법 제25조에 의한 명의대여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본다.

물론 상법이 이와 같은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외관을 믿고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명의대여자책임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자를 보호하자는 것이지 전혀 오인하지 않은 자까지 상법이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와 같이 오인하는데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명의대여자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문제는 이런 사례가 소송을 통해 다투어지는 경우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책임은 명의대여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것을 두고 입증책임이 명의대여자에게 있다고 하는데, 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입증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나 악의니 중과실이니 하는 사람의 내심과 관련되거나 눈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은 그 만큼 난해하다. 결국 여러 정황적이거나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말만큼 쉽지 않다.

보통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법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입증의 정도는 많이 다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일반인이 보는 관점보다 법원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입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는 여러 이유 중에서 이런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패소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들은 입증이 필요할 때 그 기준을 좀 더 높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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