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일잘러’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백화점의 ‘신세계’ 연다 [CEO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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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일잘러’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백화점의 ‘신세계’ 연다 [CEO 오늘]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5.2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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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매장 디자인 직접 주도…공간 혁신 시동
서울옥션과 협업, 예술 유통 시장 출사표…면세점엔 미디어아트
명품 의존 탈피…‘트렌드’와 ‘클래식’ 조화 통해 실적 경신 행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신세계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백화점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 트렌드와 클래식을 적절히 녹인 감각으로 공간을 새단장하고, 명품 브랜드에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 업계 최초로 예술품을 들이는 등 혁신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거쳐 미국의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 2015년 말부터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으로서 백화점, 면세점,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다.

미적 감각이 풍부한 정 총괄사장은 글로벌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업계 안팎에선 백화점 중 가장 견조한 실적을 내는 곳으로 신세계를 꼽곤 하는데, 그 뒷배경엔 ‘정유경의 감각’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사장은 뛰어난 감각으로 신세계백화점의 매장 디자인을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엔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새단장함으로써 공간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는 젊은층을 위주로 큰 인기를 끌며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0만 명을 돌파했다. 베이커리와 디저트가 젊은층 인기식품으로 자리잡은 시류를 잘 읽어낸 행보다. 

백화점이라는 공간 본연의 역할을 잊진 않는다. 백화점은 직접적인 매출과 명성으로 이어지는 명품브랜드 입점이 중요하다. 신세계 강남점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 불리는 ‘3대 명품’을 포함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반클리프앤 아펠의 ‘4대 주얼리’를 갖추고 있다. 시계는 브레게, 바쉐콘 콘스탄틴, 아 랑에 운트 죄네, 오데마 피게가 입점했다. 파텍필립만 들여오면, ‘5대 시계’까지 완성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에루샤’를 모두 가진 백화점은 7군데뿐이며, 4대 주얼리와 5대 시계까지 모두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뭐 하나 놓치지 않는’ 정 사장의 경영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난다. 신세계는 유통가에 부는 고물가 찬바람 속에서도 실적에서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올 1분기 신세계백화점은 사상 최대 매출(1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총 매출액 2조8187억 원, 영업이익이 163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5.4%, 7% 성장했다. 순매출은 1조6047억 원으로 2.6% 증가했다. 영업익은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크다. 

지난해엔 강남점 ‘연 매출 3조 원’ 신화를 썼다. 이로써 정 사장은 4년 만에 새 기록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단일 점포 기준 3조 원 매출을 달성한 건 2022년 영국 해러즈 런던(3조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3조1600억원) 정도다.

정 사장은 예술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해 9월 정 사장은 아트페어 행사인 ‘신세계×프리즈 VIP 파티’에 참석해 화제가 됐다. 프리즈는 아트바젤, 피악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다. 신세계는 백화점 업계 최초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행사는 신세계의 패션 편집숍이자 갤러리인 ‘분더샵청담’에서 열렸다. 그의 등장에 업계가 주목한 건 정 사장이 7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정 사장이 얼마나 예술에 ‘진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사장은 프리즈 서울 기간 내내 백화점 VIP를 대상으로 예술품 전시 라운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라운지엔 정창섭, 이정진 등 한국 1세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또한, 정 사장은 면세점에 예술을 입혔다. 지난해 9월 업계 처음으로 면세점에 미술품 체험 공간 ‘아트 스페이스’를 조성한 것.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백남준아트센터와 협업해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이 시도로 정 사장은 ‘면세 쇼핑’을 예술과 융합해 혁신적인 공간 가치를 창출해냈단 평가를 받는다. 

서울옥션과의 협업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신세계는 서울옥션에 280억 원을 투자, 주식 85만6767주를 소유하게 됐다. 이로써 신세계의 서울옥션 지분율은 4.82%가 됐다. 신세계는 서울옥션과 협업 관계를 이어가며 미술 관련 사업을 확장해나갈 조짐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큐레이터를 모아 갤러리 전담 조직을 꾸린 것도 신세계가 업계에서 유일하다.

신세계는 “서울옥션과는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는 한편, 신세계만의 차별화된 신규 비즈니스들에 대한 고민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품 브랜드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 예술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는 국민소득 증가, 삶의 질 향상으로 예술에 투자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일찍이 파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 사장은 ‘명품’의 견고한 틀을 깨기 쉽지 않다는 백화점의 한계를 명확히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그는 백화점 본연의 ‘럭셔리함’은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혁신에 도전한다. 신세계의 ‘넥스트 스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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