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 ‘보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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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 ‘보험성?’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3.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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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경륜과 막강한 인맥으로 기업 외풍 차단
3월 주총 시즌을 맞은 재계가 각계 각층에서 풍부한 경륜과 막강한 인맥을 갖춘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의 위상이 해당 기업의 위상을 결정짓는 가늠자로 여겨지기 때문.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새로 선임하려는 사외이사들 후보의 면면을 알려놓은 상태다. 삼성, 현대, KT,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금융·관료 출신의 거물들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거물급 사외이사를 영입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기업들이 혹시 모를 ‘외풍’에 대비해 ‘보험성’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는 비판도 많아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삼성전자 주주총회     © 뉴시스

◇ 삼성, 은행장 출신 대거 수혈

 
삼성그룹은 은행장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인호 신한은행 고문을 낙점했다. 이 고문은 1999년부터 4년간 신한은행장을 역임한 뒤 2005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 고문은 연세대 출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70여명이 모여 만든 ‘연세금융인회’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금융계의 거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 제일모직은 조흥은행장을 지낸 홍석주 AT커니코리아 고문을, 제일기획은 정영근 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또 삼성전기는 강병호 전 금감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재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 LG그룹 주주총회     © 뉴시스

◇ LG 각 분야 전문가 두루 영입

 
LG그룹은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사외이사 후보로 주종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낙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조업 생산시스템 관련 전문가인 주 교수로부터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전문가인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STX엔진)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지낸 심창구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LG생명과학)는 재선임 될 예정이다. LG화학은 오승모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LG디스플레이는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 현대차그룹 주주총회     © 뉴시스

◇ 현대차, 현 정부 영향력 있는 인사 영입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의 순환출자구조를 띄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로서의 전환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런 가운데 사외이사가 현 정부 경제체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은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제 2차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임 전 차관은 대외 경제에 대한 전문성과 경제 정책 분야에 풍부한 경륜을 지닌 거물 중 하나다. 또한 그는 오는 4월 신규 선임될 금융통화위원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는 임기 만료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재 선임했다. 특히 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현대차그룹 신규 사외이사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 현대모비스 재선임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SK에너지 사외이사 후보 전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 뉴시스

◇ SK·KT 관료 출신들 ‘거물급’ 영입

 
SK그룹은 고위 관료 출신들을 대거 영입키로 했다. SK는 남상덕 중앙대 객원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남 교수는 재무부 재무정책국 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대통령 금융비서관, 한국은행 감사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SK에너지도 사외이사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 출신인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영입키로 했다. 김 고문의 경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을 거쳐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KT 역시 고위 관료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송종환 이사는 주유엔대표부 정무공사와 주미대사관 정무공사를 역임한 해외 분야 전문가로 해외 근무를 통한 글로벌한 시각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정해방 이사는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등 예산 관련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쳐 제6대 기획예산처 차관을 역임한 정통 재경관료 출신이다.
 
◇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은행권의 사외이사 교체도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4대 은행 지주사의 사외이사 교체 폭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등 평소보다 폭이 넓어졌다.

이는 지난 1월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사외이사 최장임기가 5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이 취지에 따라 장기재임 사외이사들이 물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3명을 퇴임시키고 2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 하나은행 경력을 포함하면 사외이사 경력 5년이 넘는 이들을 대신해 정광선 중앙대 교수와 최경규 동국대 교수를 선임했다. 전체 사외이사 수는 9명으로 줄었다.

교체폭이 가장 큰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의 수를 12명에서 8명으로 조정하고, 4명 재선임을 했다. 기존 사외이사 중 8명이 교체된 것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사외이사의 변동이 없었다.

사외이사 문제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KB금융지주에서는 3명의 사이이사가 교체됐다. 조담 이사회 의장과 김한 현 전북은행장 내정자,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사장이 사퇴했고, 이들을 대신해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고승의 숙대 교수,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가 후보로 선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대폭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당국의 신호에 금융지주와 은행이 사외이사 교체폭을 크게 가져간 것 같다”며 “교체폭이 큰 만큼 각 금융사의 이사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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