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재의 협동조합 이야기③>협동조합은 사회적 가치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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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재의 협동조합 이야기③>협동조합은 사회적 가치 '중시'
  • 이기재 지역과세계연구소 소장
  • 승인 2013.08.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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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차이점…사회적 가치 ‘중시’

협동조합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가치란 지역사회 공헌, 사회적 약자 지원, 균형 발전, 취약계층 일자리창출 등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협동조합이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지는 않는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구분이 있다. 일반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의 이익 즉 공익(共益)을,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공의 이익’ 공익(公益)을 추구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은 보다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협동조합이 잉여금의 10/100 이상을 적립하는데 비해, 30/10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쌓아야 한다. 출자에 대한 배당도 금지 되며, 설립기준과 운영원칙이 비영리법인 수준으로 까다롭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과 뭐가 다른가?  
사회적기업의 바람이 거셌던 때가 있었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루비콘 창업자, 릭 오브리의 말은 새로운 ‘대안경제’를 찾던 사람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았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모태는 1991년 하월곡동 건축일꾼 두레 같은 빈민지역 운동이나  자활사업에서 찾는다. 본격적으로 알려진지는 2007년 1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후부터다. 2010년 12월, 정부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을 만들고 체계적인 육성 작업에 들어갔다. 2012년 9월 통계를 보면, 사회적 기업 699개, 예비사회적기업 1,522개로 단기간에 급속한 양적 확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을 끊으면 대부분 폐업이 예상되는 영세한 기업이다.

사회적협동조합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동일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협동조합 보다 광의의 개념이다. 사회적기업은 단일한 법적 지위가 아니라 본질과 특성에 대한 개념이다. 기업 목적과 이윤 분배방식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면 된다. 상법상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민법상 법인이나 조합, 비영리단체 등 어떤 형태든지 상관없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사회적기업이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조직형태다.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점에서 두 기업은 내용적으로 같다.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의 성공 사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최근 사회적협동조합을 확대중인 ‘카페오아시아 사례’를 통해 성공의 단초를 찾아보자.

카페오아시아의 이사장은 정선희씨다. 정 이사장은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의 상임이사직도 맡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2004년에 관련 책을 발간할 정도로 이 분야의 개척자다.
카페오아시아의 든든한 후원자는 포스코다.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는 오래전부터 포스코와 공동으로 다문화가정의 창업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센타 4층 직원휴게실을 다문화여성이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포레카’(포스코 유레카)라 부르는 포스코 직원들의 휴게공간이었지만 활력은 없었던 곳이다.

여기에 카페오아시아가 들어온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향긋한 커피와 나눔의 즐거움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다. 이곳에서 하루에 600잔 이상의 커피가 팔린다.

커피를 1500원으로 저렴하게 팔다보니 월 매출은 약 2천만 원 정도. 포스코는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맛있고 저렴한 커피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커피 맛이 웬만한 브랜드보다 좋기에 물어보니, 포스코 직원들이 직접 브랜딩 과정에 참여해서 가장 선호하는 맛을 채택했단다.

이곳에는 태국과 캄보디아 출신 다문화여성 3인이 일 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카페 종업원들과 달리, 4대보험이 되는 정식 직원이다.

‘카페오아시아’ 협동조합은 포스코 직영점과 통카페, 카페마인 등 9개의 카페를 조합으로 묶어서 시작했다. 카페는 다문화 여성들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이었지만, 소득은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늘어난 다문화카페가 모여 공동구매, 공동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였고, 때마침 협동조합기본법이 재정되면서, 고용노동부 카페협동조합 1호로 등록하게 된 것이다.  가맹점 9곳은 개별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서브 간판으로 ‘카페오아시아’를 쓰고 있다. 인천 송도 GSF에 다문화 카페를 입찰 받았고, 광명시 다문화지원센터에서도 공간을 무상 지원받아 카페를 오픈할 예정이다. 포스코 PMC에 카페오아시아 직영 2호점도 문을 연다.

카페들이 협동조합으로 뭉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소자본으로 엄두를 낼 수 없는 마케팅을 할 수 있으며, 공동구매를 통해 질 좋은 커피 재료를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 직원교육과 경영컨설팅도 함께 받으면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정선희 이사장은 올해 40개의 카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직영점 3개, 가맹점 4~5개, 나머지는 조합 카페다.

사업이 잘되면 변질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협동조합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1인 기업하고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사회와 총회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염려 없단다. ‘장애인, 성매매 여성,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의 고용우선’이라는 목표는 잃지 않겠다고 다부지게 대답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걱정도 빼놓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이해도가 낮아 외부지원과 이사진의 의사결정에 너무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카페 대표자 교육, 실무자 교육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사회적협동조합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혼합가치모델이다. ⓒ이기재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인한 손실은 누가? 어떻게?

카페오아시아는 포스코의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럼 다른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떨까. 그들은 든든한 조력자를 찾지 못하면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혼합가치모델이다. 장애인, 노숙인, 다문화여성의 재활을 도우면서 다른 기업보다 이윤을 더 남기긴 어렵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만큼 일반 기업과의 갭(gap)이 존재한다. 그 차이는 정부와 대기업, 사회공동체가 공동으로 매워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4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50% 감면, 직원 4대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참여시 근로자의 임금을 3년간 지원해준다.

전문컨설팅은 5년간 지원해준다. 그 다음은 자립하란다. 과연 자립하지 못한 사회적 기업은 도태돼야 할까. 일반 협동조합은 자주, 자립, 자치의 원칙이 지켜질수록 기업이 건강해진다.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은 공익(公益)을 추구하기 때문에 개념이 다르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투자라고 봐야 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혼자 서라고 독촉할 게 아니라 같이 서서 동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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