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연수는 '군대훈련'…˝은행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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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연수는 '군대훈련'…˝은행맞아?˝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4.03.1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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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도 넘은 연수프로그램 논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정민 기자)

20대 직장인 최모 씨(여)는 최근 이직을 결심했다. 원인은 등산때문. 직장에서 (거의 반 강압으로) 등산을 주기적으로 참가해야 했다.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괜찮았는데 동료들 중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죽기 살기로 산을 탔던 동료들도 많았다. 직장이 아니라 군대였다."

최 씨는 "업무 외에 다른 것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었다. 강압적인 기업 문화와 관행이 싫어서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 중 상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대부분의 기업이 '군대식 합숙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올해도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짜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군대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한은행 강압적 신입 연수동영상 논란

ⓒ신한은행 극기훈련 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 달 23일 유튜브에는 '반도의 흔한 연수원'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연수를 받는 신한은행 신입사원들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기마자세로 '주인정신'이라고 적힌 글을 큰소리로 낭독하는 모습과 교관들이 교육생들의 목소리가 작거나 자세가 좋지않다며 후배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동영상 속 한 교관은 "정독시간이 얼마나 가볍게 느껴지기에…. 이 시간을 통해 신한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신한을 이 모습으로 일궈냈습니다. 그런 숭고한 부분을 여러분이 망치도록 놔둘 수 없습니다. 차라리 안하겠습니다"라고 호통을 치며 신입사원들을 윽박질렀다.

신한은행 신입사원들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은 상태에서 3시간 넘게 기마자세로 낭독을 하고 이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두차례 구토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조사결과 신한은행의 연수과정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군대로 통할 정도록 혹독하기로 유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2011년 전반기 신입행원 연수과정을 찍은 것으로, 해당 장면은 연수과정중에 있는 '정독'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도 시행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체 연수과정이 9주에서 10주 정도 된다. 그 긴 프로그램 중 2~3시간이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다른 기업들도 행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부러 극한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교육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프로그램의 일부분일 뿐이니 너무 문제 삼지 말아달라"고 해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연수 과정도 만만치 않아

조사결과 다른 시중은행들의 신입행원 연수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극기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남은행은 신입행원 연수 교육의 하나로 '철야행군'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제시 오송방파제를 출발해 신선대전망대에 이르는 거제무지개길 50km 구간을 완주했고 2012년 상반기에는 여름 장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자굴산에서 한우산으로 이어지는 30km 구간을 12시간여 동안 걸었다. 경남은행은 해병대 극기훈련원에서 이틀간 제식훈련, 체력단련 훈련, 해안구보, 소형고무보트 훈련 등도 실시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신입행원 연수의 마지막을 50km 야간행군으로 장식한다. 지난해 8월 외환은행 신입행원들은 22일 저녁부터 23일 오전까지 잠실운동장, 반포대교, 명동을 거쳐 외환은행 본점까지 약 50km 야간행군을 실시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오후 6시 오대산휴게소를 출발해 11시간 동안 34km의 행군을 통해 다음날 새벽 5시 하조대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오대산 무박종주 훈련을 실시했다.

대구은행은 6주간의 합숙연수 프로그램 중 장장 3일간의 종주 행군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영남알프스의 모든 봉우리를 오르는 훈련을 진행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혹독한 연수 과정에 대해 "신입행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고객들의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강한 정신력과 자제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업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신입사원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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