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보자〉와 정윤회 그리고 문서유출과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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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와 정윤회 그리고 문서유출과 국정농단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2.0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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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윤회 논란'…본질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영화 제보자 포스터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제보자>의 소재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보도한 MBC 의 PD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다. 충분히 영화 소재로 삼아도 될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줄기세포 조작'이 아니다. 영화 제목대로 '제보자'가 핵심이다. 의외다. 흥미로운 소재를 부각시켜 재미를 더할법도 한데, 제법 생각하지 못할 '제보자의 보호'를 다뤘기 때문이다.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은 시사회에서 "공익제보와 관련한 법제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사회적 보장 장치 없이 제보자를 보호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임 감독은 이런 점 때문에 영화 '제보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의 주인공은 두 명 이다. 줄기세포가 조작이란 것을 알린 제보자와, 그 것을 세상으로 밝힌 MBC PD 수첩의 PD다.

영화와 현실은 얼마나 닮았을까.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보도를 보면 영화 <제보자>가 떠오른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보도는 순식간에 정치권을 마비시켰다. '설'로만 나돌던 청와대 '비선라인'이 실제 존재한다는 '문건'이 있다고 밝혀졌다.

청와대는 문건을 작성한 사람으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지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 양상을 보면 청와대에 있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전 비서관과 그 밑에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 외에는 이 문건 작성을 주도하거나 실제 실행에 옮긴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의 실명이 공개됐고, 한 언론사는 이들의 사진까지 붙여가며 보도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 경정을 소환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정윤회 사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는 청와대에 고소당했다. <세계일보>는 이 사건에서 또다른 제보자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진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문건의 의혹 내용보다 '제보자'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누가, 어떻게 문서를 유출했는지 '경로'에만 집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은 루머"라고 차단하면서, "허위 사실 유포로  문건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조속히 밝혀야 한다. 검찰이 한점 의혹도 없이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지었다.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의혹 문서의 진위여부는 차단하고 어떻게 유출됐는지 '경로'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가 언급했듯, 모든 의혹이 '루머'일 수 있다. 그렇다면 '루머'라는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일 문건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 농단'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전횡'한다는 증거다.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청와대의 공공기록물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공공기록물을 외부로 유출시킨 사람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며 응당 대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문서 유출'과 '국정 농단' 의혹 중 한 가지만 떼서 수사할 순 없다. '국정 농단 의혹'은 제쳐둔 채 '제보자'가 누군지만 찾고 엄벌을 내린다면 '비선라인'의혹은 영원히 씻을 수 없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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