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 정복한 모피아…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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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협회 정복한 모피아…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전관예우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0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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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사회 전반에 걸쳐 '관피아(관료+마피아), 모피아(재정경제부+마피아)' 척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협회 단체장들은 이를 비웃듯 퇴직금과 별도로 억대 돈을 챙겨 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들어올 때도 관(官)과의 연줄로 들어온 이들이 나가는 순간까지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단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 등 보험단체장들은 공로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왔는가 하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들도 연봉의 50%에 달하는 금액을 퇴직 위로금으로 수령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감시해야 할 금융당국도 협회와 한통속이라며, 어떤 근거로 이 같은 거액의 금액이 제공됐는지 자세히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 단체장들의 이유 없는 억대 공로금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는 지난해 관피아 논란이 일기 전까지 전임 회장들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2~3억 원에 달하는 공로금 명목의 전별금을 지급했다.

남궁훈 전 회장(2005~2008년)과 이우철 전 회장(2008~2011년)은 각각 2억2000여 만 원, 3억5000여 만 원의 공로금을 받았다.

선례와 달리 지난해 말 임기를 마친 김규복 전 회장에게 생보협회는 3억여 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그간은 다른 금융사들이나 협회와 비교해 회장 등의 퇴직금이 턱없이 적어 재임 기간 역할을 평가해 공로금을 지급해 왔지만, 지난해 말 이를 없애고 퇴직금을 기존의 3.5배로 늘렸기 때문이란 변명도 내놨다.

손보협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손보협회는 지난 1월 임기가 끝난 금감원 국장 출신의 장상용 전 부회장에게 최근 1억6000만 원을 지급했다. 퇴직금과는 별개다.

이상용 전 회장(2007~2010년)과 문재우 전 회장(2010∼2013년)도 업계로부터 퇴직금과 별도로 2~3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 전 회장은 옛 재무부 과장, 재경부 국장과 국세심판원장을 역임한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고, 문 전 회장도 옛 재경부 과장과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지급되는 공로금에 어떤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업계 의견을 모아 협회가 지급하고, 회원사별로 분담액을 채워 넣는 식이란 입장이지만 정작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찬 고위 관료 출신들이 재임 중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퇴직금이 수천만 원이란 이유로 수억 원의 돈을 회원사로부터 또 받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근거 없는 억대 공로금 등…금융당국도 암묵적 허용

이는 비단 보험협회만의 일이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임 금투협회장과 부회장, 자율규제위원장 등은 퇴직금에 더해 연봉의 50%에 달하는 퇴직 위로금을 받아왔다.

박종수 전 회장의 2013년도 연봉이 5억3000여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퇴직금 말고도 2억50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단 얘기다.

뿐만 아니다. 전직 금투협회장들은 퇴직 후 1년간 고문으로 위촉돼 월 500만 원 씩, 6000만 원 상당의 급여와 함께 단독 사무실, 개인비서, 고급 세단 차량, 기사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회장으로 3년 임기를 마쳐도 퇴직금은 1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를 보완코자 재임기간 성과에 대한 심의를 거쳐 추가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일부는 이 같은 현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는 금융당국이 가장 큰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협회장 등에 대한 퇴직금 등은 업계가 자체 판단할 일이지 당국이 개입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만일 지나치게 많은 연봉이나 퇴직금 등이 지급됐다면 문제 제기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다수 금융협회장이나 부회장 등이 금융당국 출신인 마당에 적극적 제언은 가당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하면 금융협회장 등에 대한 퇴직금이나 전별금이 적거나 지급되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나서 지급하도록 우회적으로 의견이 들어온단 말까지 나돈다.

임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장은 "당국에 있던 인사들이 피감독 기구인 금융협회의 직위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 감시감독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협회 등이 어떤 근거로 거액의 보상을 제공했는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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