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계좌이동제 앞두고 '고객 뺏기' 과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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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계좌이동제 앞두고 '고객 뺏기' 과열 우려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1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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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고객들의 금융사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기존 고객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자칫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은행은 파격적 혜택을 제공해 기존 고객은 물론 타행 고객을 빼앗아 온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문을 연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국민은행 뒤를 쫓을 요량으로 이번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면, 그 대상은 당행의 기존 고객과 기업·하나은행 등 지점망이 상대적으로 작은 은행들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일단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주거래 고객부터 확보하고 우대 서비스 경쟁 해나갈 계획이다.

대다수 지주사들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를 연계한 통합 포인트 및 등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계열사 4곳을 연계한 우수고객 프로그램 '신한 Tops Club'을 지난해 선보였다. 국민은행 역시 KB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연계해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는 'KB스타클럽'을 만들었다.

 

▲ 하나·외환은행 등 비교적 영업망이 작은 은행들은 지점 수가 많은 은행에 고객을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뉴시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나 통신비, 급여이체 등을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이전해주는 제도다.

이미 유럽연합과 호주, 영국 등 일부 금융선진국들은 계좌이동제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고객들 간에는 충성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리스와 주택 모기지 등 장기 상품을 위주로 관계가 형성된 이들 국가의 고객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은행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낮다.

이 때문에 일부는 국내에서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계좌 갈아타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기업·하나·외환·씨티은행 등 비교적 영업망이 작은 은행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용이한 지점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 내부에서 타행 고객 뺏기는 고사하고 기존 고객을 지키기만 해도 선방이란 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638개)과 하나은행(607개), 외환은행(348개), 씨티은행(134개)의 지점 수는 국민·우리·신한은행의 60%에 불과하다. 자동현금인출기(ATM) 개수도 이들의 30% 수준으로 접근성에서 현저히 밀린다.

금융당국은 계좌이동제가 은행들이 보수적 성향을 타파하고 완전경쟁 시대에 진입할 수 있는 도화선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되레 독과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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