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핀 ´꽃´…금융사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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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핀 ´꽃´…금융사 지점장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3.23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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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자살 잇따라...금융사고 불안감도 한 몫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금융권에 드리웠던 수익성 악화 먹구름이 옅어지면서 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영업 일선에서는 여전히 실적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압박이 오히려 이선에 있는 지점장, 영업소장 등 관리직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쳐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말 한 보험사 직원 A씨는 지역 영업소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서울 강남권에서 영업을 해오다 사측의 인사발령을 통해 수도권의 영업소장으로 승진했지만 사측에 거부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는 사측의 뜻대로 진행됐고,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당시 실적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옮겨간 지점도 실적 부진으로 인해 사원이 3~4명밖에 없는 등 폐쇄직전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용산구의 한 은행 지점장 B씨도 실적압박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졌다.

이 지점은 수년간 서울지역 최하위의 실적을 보였다. B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채업자까지 끌어들였다가 사측의 특별감사가 시작된 직후 스스로 목을 맸다.

지난해 4월에는 증권사 지점장 C씨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C씨는 회사가 고수익을 노리고 판매를 강요한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심적 압박에서 시작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다 생을 마감했다.

▲ 지점장들은 영업 이선에 있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은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뉴시스

다수의 사람들이 영업직은 일선에서 뛰는 사원들에 가장 많은 압박이 가해질 걸로 예상하지만 실상은 지점 전체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지점장이 제일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과거 지점장이라는 자리는 임기를 보장받고,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가 지급 되는 등 그야말로 최상위 권력층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점장의 모습들은 ‘샐러리맨’의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지점은 이미 동네마다 5~6개씩 들어찼고, 신규 고객 유치는 꿈꾸기도 힘들어졌는데 본사는 매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점장은 그렇다고 본사에서 할당하는 목표치를 거부할 수도 없다. 거부한다면 다른 지점장에게 그만큼의 부담이 더해지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점장은 목표량을 직원들에게 다시 분배하고 영업을 독려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금융시장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이다. 다른 금융사의 고객은 언제나 목표 대상이기에 늘 관리에 신경 써야 하고 이탈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점장은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사비를 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고액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고객의 그림을 사들였다.

지점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영업 일선에서의 성과가 모자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점장이 떠안게 된다. 직원들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도 인사고과에 약간의 흠이 생기는 정도지만 지점장은 한 두 차례 반복되면 계약 해지돼 금융사를 떠나야 한다.

증권사나 보험사 지점장들이 자기매매를 하게 되는 이유다. 일부 지점장들은 지나친 자기매매로 인해 월급을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점장은 실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기 위해 승진포기자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승진포기자들은 진급이나 지점장에 대한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안주하려고 한다. 지점장의 목표량 할당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점장은 이들을 움직이려고 회식을 가지거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여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직원 눈치를 살펴 슬슬 달래가며 일을 맡겨야 하는 처지다. 조율이 안되면 할당량은 나머지 직원들이 나눠 부담하거나 지점장이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기 때문에 중단할 수도 없다.

지점장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 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늘 안고 있다. 새로 뚫은 거래처가 부도를 맞아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지점 실적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돼버린다.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가입시킨 펀드 등의 수익률이 좋지 못할 때는 지점장이라도 고객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한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요즘은 영업점 실적 순위가 매일매일 체크되다 보니 하루라도 순위에서 처질까봐 주말에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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