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 미래 없는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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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미래 없는 두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12.1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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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입은 ‘명퇴’, 36살 아들은 전무 ‘승진’…‘사람이 미래다’ 두산의 두 얼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진짜로 ‘금수저’와 ‘흙수저’가 따로 있는 듯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사를 보면 그렇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명예퇴직’ 신청이 재계에 태풍으로 쓸고 가면서 전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진짜 공분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두산그룹 임원 자녀들에 대한 ‘감싸기 인사’가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직원 100여명이 올 들어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직했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 임원 자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은 “능력에 따른 인사다. 계열사로 이동한 직원 중 임원 자녀로 확인된 사람은 한 명뿐”이라며 임원 자녀에 대한 특혜 논란을 일축했다.

확대해석 됐으며 ‘烏飛梨落’(오비이락)이라는 것이다. 퇴직을 종용받은 신입사원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게다가 지난 1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했다.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번 신입사원들의 명퇴와 대비돼도 너무나 대비된다.

두산은 지난 8일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오늘(18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9월, 11월에 이어 올 해 네 번째 퇴직 프로그램이다. 이미 83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퇴직 신청에 지난해 입사한 신입 사원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SNS 등에는 ‘23살 여직원도 퇴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돌았다.

‘야구선수에겐 4년에 100억 원을 보장하면서 두산맨이 되려고 들어온 1~2년차 직원들은 갖은 협박과 회유로 푼 돈 쥐어주면서 추운 날 쫒아내고…’라며 울분을 토하는 직원도 있었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진화에 나섰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입사 1~2년차 신입 직원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제외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입사 3~5년차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30세 전후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나이로, 일에 열중해야 할 나이에 한지로 쫓겨나게 생긴 것이다.

특별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은 고위 임원들부터 희망퇴직을 받는 여타 기업들과는 상반되는 두산의 인사다.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고 외치며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인재를 버리는 게 두산의 미래였다는 말인가. 두산에는 미래가 없다.

이번 3~5년차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는 경력을 인정받아 1~2년차보다는 취업이 수월하다는 말도 하고 있다. 젊음의 열정으로 다시 취업의 문을 두드리라는 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제목을 빗대 비꼬아 본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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