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이젠 눈높이를 낮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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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젠 눈높이를 낮추자”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9.1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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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중기, 대기업 안 부럽다'…中企 안정성 파악이 숙제
지난 2일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천마아트센터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곳에선 청년취업 3만명 프로젝트 일환으로 마련된 ‘잡월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로드쇼’가 열려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김해 등지에서 8000여명의 구직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 업체들의 채용설명회 부스에는 5~10m씩 줄이 늘어서는 등 열띤 분위기가 연출됐다.
 
▲ 지난 1일 경희대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는 예비취업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 뉴시스

이날 행사장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랭했다. 두 곳의 면접을 보고 대기업 채용설명회에도 참석한 대구 수성구의 이모씨(27)는 “뉴스에선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아직 대학생들의 체감 경기는 쌀쌀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 같은 반응을 나타나는 것일까. 행사장에는 삼성그룹, CJ그룹, STX그룹 등 국내 굴지 의 대기업과 보국전자, 태창철강 등 우수중견기업 총 5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총 324명이 현장 채용기업에서 면접을 봤고, 이 중 81명이 입사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입사 제의를 받은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주최 측은 당초 147명을 현장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많은 인원이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밑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반해 이날 로드쇼와 함께 진행된 21개 대기업의 채용설명회에는 무려 2000여명이 채용상담을 받는 등 중소기업 부스와는 대조를 이뤘다. 한 참가자는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여전히 대기업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취업하기는 여전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대기업 선호 현상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 6일 마감한 삼성그룹 신입사원 모집에는 5만여명이 원서접수를 접수해 1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3대 1보다 높아진 것이다. 공기업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역시 행정직 및 기술직 인턴 모집에 1515명이 지원해 13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공기업 취업은 더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중소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15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84%가 제때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반된 결과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채용 공고를 내도 구직자가 많이 찾지도 않을 뿐더러 구직자가 몰리더라도 쓸 만한 인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대졸 취업 희망자들이 첫 직장 선택에 있어서 안정성과 지명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구직자들이 좋은 연봉과 복지혜택 그리고 회사의 지명도와 안정성 등을 두루 갖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할 터. 중소기업은 대체로 구직자들이 바라는 연봉수준이나 복지혜택을 제공해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지명도도 낮아 불안감을 느낀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중소기업 대표들이 고용노동부장관을 붙잡고 사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6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임 인사차 대한상의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박제 NXP반도체코리아 회장은 작정을 한 듯 “생산공장에서 사람을 못하고 있어 취업이민 허용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건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중소기업 중에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꾸준히 회사를 키워온 튼튼한 기업들이 꽤 많다”며 “대기업만 선호하기보다 이런 알짜 중소기업을 찾아서 지원하는 것이 취업난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대기업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기업관계자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알짜 中企 정보 여기에


그렇다면 알짜 중소기업은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할까. 사실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정보는 찾기가 어렵다. 이는 최근 취업사이트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구직자 673명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사지원 시 애로사항(복수응답)에 대해 67.9%가 ‘기업의 고용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희망연봉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58.1%로 뒤를 이었고, 기업문화나 분위기 파악이 어렵다(34.6%), 지원하는 분야의 업무범위와 특성을 알기 어렵다(32.8%), 기업의 재무정보 파악이 어렵다(27.8%), 기업의 주요 사업분야에 대한 정보 파악이 어렵다 (1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구직자들은 중소기업들이 우수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 ‘기업정보 및 채용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채용공고(52.2%)’가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세한 기업정보를 알 수 있는 홈페이지 구축’이 22.6%였으며, 취업관련 사이트를 통한 기업정보 공개(9.2%), 취업정보실 등을 통한 적극적인 채용활동(8.5%) 등이었다.

이같은 어려움은 일선에서 취업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들도 꼽는 문제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총이 공동운영하는 노사공동 고용지원사업단(www.newjob.or.kr) 정선형 컨설턴트는 “대기업은 인원 수급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원이 있는지, 어디에 필요한지 오픈이 안 돼 구입구직을 알선하기도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중소기업들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이미지 구축과 투명한 기업공개가 우선돼야 우수인력을 발굴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알짜 중소기업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중기청(www.smba.go.kr)이나 중진공(www.sbc.ok.kr), 중소기업중앙회(www.kfsb.or.kr), 중소기업지식나눔터(www.digitalsme.com), 이노비즈(www.innobiz.net) 등에서는 기업정보와 상장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눈높이를 낮추고 정보를 얻었다면 본격적인 중소기업 취업 전략을 알아보자. 무엇보다 알짜 중소기업을 선택할 때는 크게 재무건전성, 성장가능성, 경영자의 마인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재무건전성은 회사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회사의 공식사이트 등을 통해 자산 부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으로 성장가능성은 중소기업청 등 공식 인증기관에서 인증 여부와 현재 주력 사업 분야, 시장점유율 등을 파악하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의 문화와 사업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왕이면 기업소개서나 보도자료, 연혁 등을 확인해 고려한다.

또한 NT(신기술), EM(우수품질), KT(한국우수기술)마크 등의 기술인증과 ISO9000/14000인증, 100PPM 인증, Q마크, GD마크, 기타품질인증 등 인증획득이 있으면 신뢰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중앙기관장 이상의 상을 수상한 내역이 있는지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은 만큼 경영자에 의해 많은 부분이 좌우된다. 그만큼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기사스크랩을 통해 경영자의 성향을 파악해 둔다. 이 외에도 근로조건, 교육여건 등도 참고할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입사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유망 중소기업을 선택해 2~3년 실무 경력을 쌓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은 개인 능력에 따라 생산성 차이가 바로 나타나 주도적인 일처리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다 대기업보다 승진이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섣불리 ‘묻지마 지원’을 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채용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취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사내 추천제와 같이 연고를 통한 채용이 많다. 따라서 활용 가능한 인맥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유망 기업을 추천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땅한 인맥이 없다면 해당 기업에 다니는 선배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것도 좋다. 이메일이나 전화, 기업 홈페이지를 매개로 이것저것 문의도 하고 자신의 포부도 드러내면서 자신을 알리면 채용 담당자에게 강하게 각인할 수 있다.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의 가장 큰 고민은 직원의 이직과 퇴사율이 높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주인 정신을 가지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이면 반드시 기업은 주목하게 된다. 또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주도적인 추진력, 개척정신,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게 취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게시판의 취업정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 뉴시스

취업난 해법 해외에서 찾자


최근 취업난으로 해외로 방향을 잡는 구직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충남의 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는 강모(21)씨는 “학교에서 1~2학년 때부터 해외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꽤많다”고 말했다. 강씨는 “굳이 국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해외취업을 권하는 교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도 지금은 해외취업을 권장하는 추세다.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0 해외 취업 박람회’에는 한국 직원 채용을 원하는 해외 유망 기업과 한국에 거주하는 인재들이 한자리에서 모이는 기회가 마련됐다. 

참가기업은 하나투어 제팬, 동양종합건설, 삼성SDS 해외법인, 아랍에밀레이트 항공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싱가폴 리크루트 업체 에치알넷원(HRnetOne), 홍콩의 리쿠르트 익스프레스(Recruit Express) 등 약 200여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국내 취업 시장의 과열로 청년실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어실력과 외국문화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 취업에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국가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노려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극심한 청년 취업난의 돌파구를 해외취업에서 찾고 있다. 각 대학들은 국제화 교육과 해외취업의 전 단계로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개설하는가 하면 교수들이 직접 나서 해외 협력기관을 발굴하고 있다.

지난달 6일 강릉원주대는 대학교육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실시되는 미국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학생을 모집했다. 모집 결과 10명 모집에 40명이 지원해 4대1의 경쟁률을 보여 해외취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도 9월중순경 단과대 학장과 교수진이 직접 인도네시아로 떠나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인턴십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현재 강원대는 현지에 나가 있는 SK네트웍스를 통해 2명의 학생들을 파견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학부생들을 추가로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당부한다. 먼저 국내 구직자들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해도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취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취업이 자신의 커리어에 정말 필요한지, 그리고 해외취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한 후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해외 기업은 취업 후 교육을 받는 연수시간이 거의 없으므로 국내에서 실무교육이라든가 충분히 자격을 갖춘 후 취업하는 게 바람직하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해외 현지 정보가 부족한 만큼 믿을 만한 알선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알선업체인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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