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장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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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시장 ‘판’이 바뀐다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9.1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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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브이푸드' 천연원료 비타민 시장 강타
소비자들 비타민제 원료비율에 관심갖자 '깜짝'
“천연원료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 못해요”

비타민 시장에 원료 논쟁이 한창이다. 한 식품업체가 지난 4월 ‘처음만나는 천연원료 비타민’이라며 ‘천연원료 비타민’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을 출시한 이후부터다.

지난 해 6900억 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며 홍삼과 함께 ‘국민 영양제’로 자리 잡은 비타민의 원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무렵, 외환위기 극복 후 국민소득이 높아지며 수입브랜드 비타민들이 시작한 때부터 시작됐었다.

기존 비타민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가격표를 붙인 수입제품들은 ‘천연비타민’이라는 홍보문구를 앞세워 구매력이 큰 고소득층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워낙에 비싼 값에 팔리다 보니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지금껏 부각되지 않고 있던 것이 최근 한 업체의 제품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비타민, 종류는?
비타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한 식품업계의 비타민의 콘셉트는 ‘천연원료 비타민’. 그렇다면 비타민은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으로만 나뉘는 것일까?

식약청의 규정에 따르면 비타민은 ‘천연비타민’, ‘천연원료 비타민’, ‘천연+합성비타민’, ‘합성비타민’의 4가지로 구분된다.
 
인공 향,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 등이 없으며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고 만든 비타민만이 ‘천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알약이나 캡슐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화학적 공정이 필요해 사실상 ‘천연비타민’으로 불리는 제품은 국내에서 탄생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논쟁의 시발점이 된 ‘천연원료 비타민’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천연비타민’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비타민 업체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비타민 제조업체들은 “식약청의 허가가 난 안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데 때 아닌 ‘천연원료’마케팅으로 자사 제품들이 열등한 제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정제로 만들기 위해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나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같은 합성물질이 필연적으로 함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천연’이라는 문구가 어떻게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며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해당업체인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브이푸드’제품은 천연성분 구성비가 평균 97%이며 정제화 하기 위해 함유시킨 물질은 알약타입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성분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천연만이 최고?

비타민에 대한 연구는 다른 의약품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소비량이 북미, 유럽, 일본 등의 1인당 비타민 섭취량이 월등한 국가들보다 대중화 되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비타민이 보편화된 이들 국가에서는 일찍이 합성비타민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들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덴마크의 코펜하겐대 병원의 젤라코비치 박사팀은 23만 명을 대상으로 3년 3개월간 연구한 결과 ‘합성 비타민을 많이 먹으면 사망률이 5%이상 높아진다’는 충격적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의학계에서 ‘코펜하겐 쇼크’라고 불리울 정도로 논란이 됐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천연원료 비타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합성비타민에 대한 논란들로부터 우려되는 점들을 피하기 위해 천연원료 비타민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나, 속은 거야?

한편, 이 번 비타민 원료 논란으로 기존 천연원료 비타민 콘셉트로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들이 궁지에 몰렸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천연원료비율을 밝히자 일부 소비자들이 자신이 복용하던 비타민제의 천연원료 비율에 대한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년이 넘게 한 유명 수입업체의 종합비타민을 복용해왔다는 박종서(경기도 수원, 34)씨는 “자체농장에서 키운 유기농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2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A제품을)오랜 기간 복용해 왔는데 지금껏 내가 뭘 먹은 건가 싶다”며 “업체가 떳떳하다면 유기농 원료 함량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측은 “성분비나 원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사업상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며 공개를 꺼려했다.
 
비타민 시장, 어떻게 될까

비타민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 비해 1인당 비타민제 구입금액이 2배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그야말로 ‘생활속의 비타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타민 섭취가 보편화 돼있다.

이들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비타민 전문 로드샵이 소매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고, 천연원료 비타민을 판매하는 코너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향후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는 각계의 전망이 나와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소득이 증대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 및 사회심리학적 통계 요소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 한다.
 
또한 유수한 해외의 비타민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는 중이다. 다만 해외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향후 시장의 성장축은 ‘천연원료’쪽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합성이나 천연원료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보다 안전한 쪽을 선호하는 게 인간 보편의 욕구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비타민 시장의 천연, 합성 원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학계에서도 합성원료와 천연원료사이의 흡수율과 부작용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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