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代 앞둔 민주당…풀리지 않는 계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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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代 앞둔 민주당…풀리지 않는 계파전쟁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9.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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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鄭-丁, 조배숙, 575·486그룹 본선행…추미애 탈락 이변
민주당이 오는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에 입후보한 16명을 대상으로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치룬 결과 정세균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인지도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여성정치인으로 꼽혔던 추미애 의원이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지난 9일 민주당은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중앙위원 359명 중 315명이 참가해 1인 3표의 선거방식으로 컷오프를 진행했다.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 이른바 ‘빅3’와 박주선·최재성·조배숙·천정배·백원우 의원, 그리고 이인영 전 의원 등 9명을 ‘10·3 전대’ 출마자로 확정했다.

나머지 7명의 후보, 추미애·김효석·유선호·양승조·조경태 의원과 정봉주·장성민 전 의원 등은 본선조차 오르지 못하며 당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민주당 전대는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빅3 중 누가 당권 수성에 성공할지, 그리고 여성 몫으로 돌아갈 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두 자리를 누가 차지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박주선·천정배 등 당내 575그룹과 이인영·최재성·백원우 등 486그룹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보여 세대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지난 9일 민주당 전대 컷오프를 통과한 9명의 후보. 왼쪽부터 박주선·정세균·천정배·손학규·이인영·최재성, 정동영·조배숙·백원우 후보.     © 뉴시스

이번 민주당 컷오프에서 눈에 띠는 점은 정세균 전 대표의 약진과 추미애 의원의 탈락, 그리고 당내 486그룹의 약진이다. 

이 같은 결과는 컷오프가 ‘1인3표’의 방식으로 치러져 계파 간 합종연횡과 비토세력에 대한 배제투표가 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정세균 전 대표의 컷오프 1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7·28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정 전 대표는 이미 중앙위원에 자신의 계파인사가 많다는 점에서 컷오프 1위가 예상됐다. 하지만 문제는 당 내부적으로 흐르는 부정적인 기류다.

민주당 관계자는 컷오프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정세균 전 대표의 사당화가 됐다는 방증”이라며 “정 전 대표중앙위원 등 자신의 계파 사람들을 속속 심어 놓은 결과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금의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일부 민주세력들이 모여 만든 당이지만 각 계파 간 화해는 결코 하지 않았다”면서 “그만큼 각 계파 간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전대 이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세균-정동영 의원 중 누가 되더라도 분당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계파간 갈등의 골이 깊다”면서 “정 전 대표는 1위를 한 만큼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정동영 의원은 합종연횡을 통해 판세를 뒤집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지난 6일 당무회의에서 결정된 ‘순수집단지도체제’, ‘당권-대권 분리’, ‘대의원 투표 70%+당권 여론조사 30%’ 등을 골자로 하는 10·3 전대 룰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본선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이인영·최재성·백원우 등 당내 486세력이 단일화가 아닌 독자노선을 걸을 경우 486그룹들이 정 전 대표보다는 486그룹 주자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빅3 중 나머지 손학규 전 대표와 정 전 의원도 무난히 컷오프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간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연승을 거뒀던 손 전 대표와 조직력이 강한 정 전 의원 중 한명은 3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전해져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새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에게 밀린 정동영 의원 측이 5위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당내 역학구도가 요동치고 있음을 내비쳤다. 

▲ 민주당 전대 컷오프에 탈락한 추미애 의원.     © 뉴시스

추다르크 탈락, 486그룹 돌풍
컷오프 전대의 가장 큰 이변은 추미애 의원의 탈락이다. 기존 후보 중 여성후보는 추 의원과 조배숙 의원 둘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중앙위원들은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추 의원대신 조 의원을 택했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은 ‘당 여성후보가 6위 안에 들지 못하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10월 3일 치러질 본선 결과와 상관없이 최고위원직 당선이 확정됐다.

‘추다르크’라는 별칭에서 보듯 뚝심의 정치인으로 불렸던 추 의원의 낙마는 왜 일까.

일각에서는 지난해 ‘추미애 중재안’으로 불린 노동관계법 중재안에서 보듯 당내 소통보다는 독불장군식 행보로 인해 당심을 잃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변이라기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노동관계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앙금이 원인”이라며 “개혁적인 486그룹들이 추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표-최고위원의 통합선거로 인해 이번 전대 룰의 최대 희생양으로 불렸던 486그룹은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전 의원과 친노 백원우·최재성 의원이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으로 인해 컷오프를 통과하는 486정치인은 1∼2명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이는 정세균 전 대표와 486그룹들이 원하는 전대 룰이 배제되면서 오히려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주류 측 중앙위원들이 힘을 합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486그룹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486그룹의 단일화 불발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컷오프에 통과되자 즉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비경선에서 세 사람 가운데 최다득표자로 단일화하기로 합의 했다는 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고 지난 12일 백원우 의원 사퇴, 13일 당내 486 정치인 모임인 ‘삼수회’가 이인영 후보로 단일화 선언을 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최재성 의원이 일단 단일화 불가입장을 밝힌 가운데, 최 의원이 14일 돌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 불참,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결국 완주 의사를 밝힘에 따라 486그룹 위상에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
 
일각에서는 변화를 주도해야될 486그룹 등이 단일화 여부를 두고 기존 선배 정치인들의 구태를 답습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486그룹의 지도부 입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내 세대교체론이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적으로는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빅3를 제외하면 대표와 최고위원 입성을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합종연횡은 486그룹뿐 아니라 각 진영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인 2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대 본선에서 중하위권 후보들은 빅3와 합종연횡할 가능성 이 높다”면서 “정세균 전 대표와 486그룹 등은 컷오프에서도 나타났듯 끝까지 같이 갈 가능성이 높고 박주선 측은 이미 손학규 전 대표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배숙 의원이 이미 당선 확정된 상황에서 486그룹이 정세균 전 대표와, 박주선 의원이 손학규 전 대표와 합종연횡을 한다면, 누가 남겠는가. 바로 천정배 의원이다”라며 “합종연횡에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천 의원이 전대 본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최고위원 6명이 누가되더라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분당 가능성까지 갈 만큼 당내 계파 갈등의 골은 더더욱 깊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직에서 앞선 정세균 전 대표나 정동영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당내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며 “한나라당 전대 이후 홍준표 최고위원이 당 비주류를 자처하며 안상수 대표와 각을 세운 것처럼 민주당 역시 손학규 전 대표나 박주선 의원 등이 홍준표 최고위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정동영 의원이 지난 9일 통합신당 가능성을 내비치며 민주개혁세력 연합을 꿈꾸고 있지만 특정계파가 특정요직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은 요원해 보인다는게 정치 평론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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