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뇌물’ 건네려다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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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T, ‘뇌물’ 건네려다 ‘망신’(?)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6.2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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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가티켓 상임위원들에게 전달
국회 상임위원들 ‘뇌물이다’며 거절
이석채의 ‘클린 KT 프로젝트’ 삐걱
남중수 전 사장과 조영주 전 KTF 사장의 ‘납품 뒷돈’ 사건 등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KT.
 
이를 만회하려는 듯 지난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하고 3월 정관을 바꿔 회장으로 격상한 이석채 회장은 연일 '올 뉴 KT(All New KT)', ‘클린 KT 프로젝트(Clean KT Project)’ 등 윤리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윤리경영에는 아직 2% 부족한 모습이다.

최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KT는 KTF와 합병이 결정된 지난 5월 국회 해당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 28명 전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의원 등 총 40여명에게 공연 오페라‘토스카’ VIP 입장권 2매(62만원 상당)를 이 회장 명의로 제공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고가의 공연 티켓은 일종의 뇌물”이라며 티켓을 반려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아직 KT가 정신을 덜 차렸다”며 “아무리 공연티켓이지만 KTF와 합병 등으로 민감한 이때에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고가의 티켓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KT의 기업윤리에 대해 지적했다.
 


윤리경영 한다던 KT, 고가 공연티켓 국회의원에 전달

지난 1월 취임한 이석채 회장은 지난해 남중수 전 KT사장과 조영주 전 KTF사장이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KT에 투명경영을 국민들에게 약속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과거의 습관과 체질을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KT로 거듭나겠다며 '올 뉴 KT'를 발표했으며, 바로 4월에는 내부 혁신의 일환으로 생활 속에서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클린 K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외부영입하며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임원 6명을 형사고발하고 19명을 징계 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정의 무풍지대였던 KT가 내부 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KT는 그 동안 '안에서 곪아터진 조직' 이라는 오명을 벗고 '깨끗한 기업' 이라는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도 잠시. 불과 1달을 만인 지난 5월 19~20일 양일간에 걸쳐 KT는 이 회장 명의로 1매당 31만원의 오페라 공연티켓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 28명 전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의원 등 총 40여명에게 2매씩을 돌려, 일부 의원들의 원성을 사는 등 망신을 당했다.  

이에 대해 티켓을 받은 의원 중 일부 의원들은 KT가 보내준 공연티켓이 △주체측에서 발송하는 티켓이 아니라는 점 △공식적인 시연회나 리셉션이 아닌 점 △상임위 해당 업체에서 발송한 티켓 △사장 명의로 발송된 티켓 △고가의 공연티켓 등의 사유를 들어 “‘뇌물’성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반송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공연티켓은 회사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세나(Mecenat)’ 활동 일환으로 전개된 것”이라며 “후원하고 있는 공연 티켓을 구매해 일부 의원들에게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티켓을 제공받은 일부 의원들은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시기적으로 고가의 티켓을 준 것은 ‘뇌물’의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문광위 소속의 한 의원은 “KT와 KTF의 합병으로 KT와 반KT 진영간에 비방과 폭로전 등 진흙탕 싸움이 한바탕 일어난 이후에 고가 티켓을 상임위 의원에게 보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다”며 “받자마자 티켓을 찢어 버렸다”고 말했다.

티켓 전달 시점 애매, 대가성 있나

이처럼 의원들이 KT가 보내준 공연티켓을 ‘뇌물’로 판단하고 반송한 데에는 시기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 그동안 정치권과 통신업계에서는 KT가 KTF의 합병 승인 관철을 위해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한 로비설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져왔다.

로비설의 골자는 KT가 정부 여당을 상대로 통신시장의 발전을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며 로비를 펼쳤다는 것.

특히 이 회장이 정통부 장관 출신이란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통신정책 변화와 글로벌 통신기업 육성 필요성을 여권을 상대로 집요한 공식 취임 이전부터 교감을 하는 등 로비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경쟁사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았다.

또한 이 회장이 취임한 지난 1월 14일 이후 6일 만에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선언하고 불과 4개월 만에 KTF와의 합병을 이뤄낸 데에는 “정관계와의 연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관련업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KT의 고가티켓 제공은 오는 9월 있을 국감에 있어 KT가 조금이라도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전 포석 일 것”이라며 “사실 KT는 KTF를 합병하면서 그동안 제기돼 온 로비설을 비롯해 이 회장의 대통령 코드 인사 논란 등 국감에서 주요 타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회장은 KT 수장으로의 추대 과정에서 정관변경이라는 수를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 코드 인사라는 비난의 여지를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행 KT정관 25조에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의 규정에 손을 쓴 것.

이와 같은 각종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KT가 해당 상임위 의원 28명 모두에게 고가의 공연티켓을 제공한 것은 일종의 ‘뇌물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소견이다.
 


KT 메세나 활동은 ‘야누스의 두 얼굴’

이 외에도 이번 KT의 고가 티켓 논란은 그동안 KT가 추진해 온 메세나 활동에 대한 시민과 국회의원 간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KT의 주장처럼 이번 상임위 의원들에게 제공한 고가 공연티켓이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라면 그동안 시민들에게는 1000원짜리 공연을 제공해 오고 국회의원들에게는 31만원짜리 공연을 관람토록 한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KT는 지난 2007년 서울 KT광화문사옥에 개관한 KT아트홀에서 올해 5월까지 670여 회의 재즈공연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은 저소득층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관람료 또한 1인당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책정해 누구나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와 많은 이들로부터 귀감을 사왔고 KT의 이미지 제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1인당 1000원, 수익금 전액은 저소득층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보청기를 지원해온 KT가 의원들에게는 61만원 상당의 공연티켓을 제공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허울뿐인 윤리경영에 그치나

이번 티켓 제공 사건을 비춰 봤을 경우 KT의 ‘윤리 경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KT가 윤리경영을 외치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2005년도 ‘갑을문화 개선운동’이나 2008년 ‘내부 고발제’ 등은 지금의 ‘클린 KT 프로젝트’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신고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재까지 단 한건도 적용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윤리경영실 역시 이전의 감사실을 이름만 바꾼 것으로 의미를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감사실을 운영하던 지난해 3월, KT는 한국윤리경영학회에서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윤리 경영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2008년 기업윤리대상 대기업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KT가 25명의 임직원을 적발한 이후 더 이상 외부에 추가 적발사항을 알리지 않는 것도 ‘클린 KT’라는 추상같은 기치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KTF와의 합병으로 자산 19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병을 이뤄낸 KT. 그동안 수많은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주목돼 온 KT가 이제는 진정한 ‘윤리 경영’을 펼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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