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거짓말하기 바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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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거짓말하기 바쁜 'KT'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6.3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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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티켓 돌렸냐’에 KT ‘모르쇠’ 일관
‘이석채에 물어봐야겠다’에 “뿌렸다”시인
메세나 활동이라지만 너무 고가, ‘뇌물 의혹’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 KTF와의 합병으로 자산 19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통신사로 거듭난 KT가 연일 '올 뉴 KT(All New KT)', ‘클린 KT 프로젝트(Clean KT Project)’ 등 윤리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덩치와 목소리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번에 본지가 단독 입수한 KT의 ‘고가의 공연티켓’을 상임위 의원들에게 전달한 내용에 대해 기자가 취재 하면서 지금까지는 겪어 보지 못했던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사안과 업체들을 취재해 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KT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곳은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취재는 6월 초부터 진행돼 왔다. 처음 KT와의 전화 취재에서 KT측 A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며 “사실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너무나 당당한 이 관계자의 대답에 이미 해당 일부 의원들을 비롯한 의원실로부터 사실 관계를 확인 한 뒤였으나 ‘혹시나’하는 생각에 다시 보강 취재에 들어갔다.
 
보강 취재 결과 역시 사실로 확인되고 나아가 자세한 내막과 함께 일부 의원들은 반송을 했다는 내용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이석채 회장의 명의로 티켓이 전달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다시 KT측 A관계자에게 다시 취재를 요청했지만 “전혀 확인되지 않는 사항으로 답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에 전화 취재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 공식 질의서를 통한 취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KT측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기다리다 못한 기자는 다시 취재를 요청했으나 KT측의 대답은 한결같이 ‘모른다’ 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라인을 통해 취재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홍보실 최고 책임자 등과의 취재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발견됐다. 홍보실측은 완벽한 ‘모르쇠’로 일관하다 못해, 이번 사안에 대해 전혀 답변의 의지가 없는 것이었다. 최고 책임자는 “그 밑에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했으니 그쪽을 통해 알아보라”는 것이었고, 그 밑 직원은 또 다시 밑에 직원을 연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연결된 취재원은 ‘계속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그 KT측 A관계자였다. 이 때 역시도 ‘모른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하물며 “알아볼 만한 곳은 모두 알아봤는데 전혀 확인되지 않는 일”이라는 똑같은 대답 뿐 이었다.

이제 또 다른 취재라인을 찾아야 하는 기자는 결국 회장 명의로 티켓이 전달된 만큼 회장 비서실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싶어 KT A관계자에게 “모든 곳을 다 알아봤으면 회장 비서실 측도 알아본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쪽(회장 비서실)에 확인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는 “회장 비서실을 제외한 모든 부서를 다 확인했다면 이석채 회장이 직접 이번 티켓을 전달한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말하자 A관계자는 “뭐라 딱히 말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회장 비서실을 통해 공식 취재 요청서와 함께 질의서를 전달 한 후에야 겨우 KT측으로부터 이번 취재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KT측 B관계자에게 연락이 와 “회사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중하나인 ‘메세나(Mecenat)'활동의 일환으로 일부 의원들에게 티켓을 전달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동안의 취재 불협조와 취재 시간 지연 등에 대해 기자가 따지고 묻자 이 관계자는 “대응을 잘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답이 전부였다.

사실 국내 기업들의 좋지 않은 내용의 기사에 대해 해당기업들로부터 사실관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업체라도 취재 협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지만 이번 KT의 경우처럼 거짓말과 숨기기로 일관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최대 통신사로 거듭난 KT. 거대한 몸속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잘못은 시인하고 고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하루빨리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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