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태국 부동산 시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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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태국 부동산 시장…왜?
  • 태국 방콕=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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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태국 방콕= 박근홍 기자)

태국의 수도 방콕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22km 떨어진 돈 므앙 국제공항에서 뚝뚝(Tuk Tuk)을 타고 도심으로 이동하는 길, 겨울임에도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이마 주름 사이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도로 가득한 매연 사이로 태국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 짜뚜짝 시장이 보이더니, 이윽고 뚝뚝이는 초고층 건물과 고가도로가 밀집한 방콕 시내로 들어선다. 도심 이곳저곳이 '콘도(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설현장이었다.

무더운 날씨만큼 태국의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태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국 왕실이 의도적으로 방콕 부동산 시장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시사오늘

방콕의 콘도 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높은 인구 밀도 때문이다. 현재 방콕 생활권에는 약 1500만 명 가량의 인구가 거주 중이다. 태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들어 오름세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방콕 집값은 세계 경제침체가 있었던 2008년을 기점으로 계속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인구과밀화로 인한 결과다.

하지만 막상 방콕 내 콘도에 거주하는 태국인들은 많지 않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매매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평범한 태국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5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방콕에서 생활하는 태국인들은 보통 도심 외곽에 위치한 수천만 원 대의 콘도나 단독 주택, 또는 판자촌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태국 부동산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콕 중심 지역 콘도의 수요자들은 소수의 기득권층과 외국인들이다.

그렇다면 태국 정부는 왜 콘도를 건설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는 걸까.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자국민들이 거주할 수도 없는 콘도를 짓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태국 정치·경제가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국 군부는 탁신 칫나왓 전 총리의 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내각을 해체시키기 위해 2014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잉락 전 총리가 탁신 전 총리의 사면복권을 추진하자, 당시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가 쁘라윳 짠오차 육군 총사령관에게 쿠데타를 지시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리고 2016년 10월 푸미폰 국왕이 세상을 떠났다. 군사 쿠데타에 이어, 70년 가까이 태국을 통치한 국왕이 서거하자 태국 정치권은 아수라장이 됐다. 경제 역시 매우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 태국의 수도 방콕 시내 이곳저곳에서 콘도(우리나라의 아파트) 공사판이 벌어졌다 ⓒ 시사오늘

이 같이 정치·경제 불투명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예금, 주식, 채권보다 부동산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을 받기 마련이다. 태국 정부가 이를 감안해 콘도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태국 재무부는 푸미폰 국왕 사망 직후인 지난해 12월  1325억 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방콕 시내에 469m 높이의 초고층 관광 타워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오는 2018년 완공 예정인 매그놀리아 워터프런트 빌딩(315m), 오는 2021년 완공 목표인 라마Ⅸ 슈퍼타워(615m) 등이 이미 건설에 들어갔다.

이들 초고층 빌딩 주변 콘도 시세는 그야말로 '폭등' 중이다. 많게는 2~3배, 적게는 1.5배 가량이 뛰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중국 경제 지표가 악화된 점도 태국 정부가 방콕 내 콘도 건설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

태국 경제는 중국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태국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방콕 부동산 시장을 의도적으로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콕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태국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된 데 이어, 중국 경제도 불안한 상황이다. 요즘 중국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줄어들고 있다"며 "콘도는 일종의 경제 보호막이라고 보면 된다. 방콕 집값은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갈 일이 없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태국 왕실이 방콕 내 부동산 띄우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13일 <시사오늘>과 만난 태국 정치권의 핵심 관계자는 "2006년 탁신 전 총리가 군사 쿠데타로 망명하면서 왕가의 재정 형편이 예전 같지 않다"며 "탁신 전 총리가 왕가의 모든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가 사라지면서 비자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탁신 전 총리의 복귀를 추진해야 하는데 그건 또 다른 측면에서 왕가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태국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왕가의 재정 확충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방콕 내 초고층 빌딩과 콘도 건설이 잇따르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1년 태국 왕실이 출간한 푸미폰 국왕의 자서전을 살펴보면 태국 왕실은 방콕 중심 지역에 1343만㎡ 가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소도시와 시골에 있는 땅까지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23배인 6683만㎡에 달한다.

또한 태국 국왕자산관리국에 따르면 태국 왕실이 부동산 임대을 통해 거둔 수익은 2010년 기준 약 900억 원에 이른다.

▲ 우리나라의 한강과 같은 태국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 건너에 위치한 콘도. 태국 정부는 강 건너 톤부리 지역 개발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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